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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경영하라

신성미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사례 1.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판정돼 2003년 론스타에 매각됐다. 그런데 매각 직후부터 외환은행이 흑자로 전환돼 상당한 이익을 올리자,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해 논란이 벌어졌다. 법적 금융기관이 아닌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은행 직원들과 공무원들을 매수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조작하여 부실 금융기관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함으로써 국부(國富)를 유출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외환은행은 정말 금융 상태가 부실했을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수조 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례 2.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퇴출 위기에 몰렸다. 이때 SK그룹은 계열사인 SK증권을 구제하기 위해 JP모건과 이면계약을 맺어, JP모건이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입을 손실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이 모두 떠맡기로 했다. 당시 정부가 외국 자금을 유치해 증자하는 부실 증권사는 퇴출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기에 SK그룹이 이런 편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이 비밀이 탄로 났다. 1조2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에 연루된 최태원 회장은 구속되고, SK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때 모나코 국적의 사모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이 순식간에 SK㈜ 주식의 14.99%를 매집해 SK그룹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결국 소버린은 2년 만에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과 경영권 방어에 대해 고민할 과제가 생겼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늘어나면 기업의 투명성이 향상되고, 선진 경영 기법이 도입돼 경영 성과가 증진된다는 게 사실일까?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년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코너에 연재했던 원고를 보완해 책으로 펴냈다.
 
그동안 국내에 나온 경영 서적들은 대부분 설명이 너무 어렵거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실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반해 저자는 국내 기업들의 최신 사례를 분석해 흥미를 끌면서도, 재무나 회계학,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쾌하게 회계를 설명한다. 여기에 구체적 수치와 논문들을 인용해 객관성과 설득력을 높였다. 특히 많은 경영 서적들이 아직도 10∼20년 전의 GE, 사우스웨스트 항공,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도요타 등의 사례들을 다루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KT&G, 동아제약,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 기업들의 최신 경영 사례를 생생하게 풀이한 점이 신선하다.
 
자사에 유리한 뉴스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리고 불리한 뉴스는 잘 알리지 않는 공시 형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은 숨겨진 비밀을 어떻게 찾아낼까. 막대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들이 정말 회사를 떠날까. 스톡옵션의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 딱딱한 줄만 알았던 회계학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리는 논문 수준의 깊이 있는 글들을 담고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추측이나 감이 아닌 객관적 숫자를 이용해 경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 소는 성스러운 존재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성한 소(sacred cows)’란 사업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로 여겨지는 비즈니스 원칙을 일컫는다. 하지만 수많은 조직들의 특징이 각각 다르고,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한때 잘 들어맞았던 불문율이라도 지속적으로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경영에서 일종의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이 말하는 ‘신성한 소 죽이기’다. ‘조사 결과를 항상 믿어라’ ‘마케팅의 목표는 제품을 파는 것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아라’… 이 모든 것들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죽여야 할 ‘신성한 소’다.


 

왜 시험 기간에는 자꾸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질까. 우리는 가끔 큰일을 앞두고 집중력을 잃는다. 주의력 전문가인 저자는 인간이 위험이나 불안을 느끼는 순간, 뇌에서 아드레날린의 일종인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포커스 존(focus zone)’이란 근육의 긴장이 이완되고 정신은 각성된 상태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아드레날린이 적당히 분비될 때 인간이 포커스 존에 들어가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포커스 존에 도달하기 위한 8가지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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