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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함정 外

이규열 |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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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67세의 나이에 고열, 그리고 목의 염증으로 숨쉬기조차 어려워져 병상에 누웠다. 당대 최고 수준의 치료법을 동원할 수는 있었으나 가장 확실하다고 알려진 치료법은 따로 있었다. 피를 뽑아내는 사혈이었다. 사혈은 서양에서 로마 시대 이후부터 어떤 질병이든 고칠 수 있는 만병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2시간 동안 체내 혈액량의 절반 가까이를 뽑아낸 워싱턴은 몇 시간 후 사망했다.

경험은 분명 편리하다. 경험은 일상생활 속에서 즉각적, 자동적으로 학습된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주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경험이 많을수록 유능해진다는 생각 덕분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한 번 몸에 밴 경험은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험을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의사결정학 분야 교수와 행동과학 전문가인 두 저자 역시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연구하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할 수록 경험이 생각만큼 든든한 동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만의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고, 능숙함에 의존하면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자신의 판단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특히 급변하는 세상일수록 경험은 우리의 발목을 세게 잡는다. 온라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창업가들은 사업 초기, 다섯 군데 투자사로부터 받은 투자 거절 통지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에어비앤비의 사업성을 낮게 평가했다. 1911년에 설립한 미국의 전통 있는 벤처캐피털 베서머벤처파트너스도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등에 투자하기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과거의 경험으로 재단하면 미래의 결과를 파악하기 더욱 어렵다는 증거다.

경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그만큼 경험은 넘어서기 어려운 존재다. 따라서 끊임없이 자신이 경험한 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겪은 경험이 뻔한 교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칫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주는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의 경험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가? 둘째, ‘무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예컨대, 우리는 경험을 되돌아볼 때 보통 처음과 마지막, 피크의 순간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 전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쉽게 놓친다. 또한 긍정적인 경험이라도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험을 평가할 때 기준 설정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의 비교 기준이 객관적 판단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무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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