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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iz Books

권력의 배신 外

이규열 |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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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기만 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정치학자가 아닌 경영학계 대가들이 나섰다. 경영 전략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수십 년간 대형 식품 제조회사 겔푸드(Gehl Foods)를 이끈 전직 최고경영자(CEO) 캐서린 겔은 정치도 하나의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이 본 정치판은 정치인뿐 아니라 언론, 로비스트, 광고계까지 각자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서로 거래하고 공모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포터 교수가 197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처음 소개한 ‘5가지 경쟁 요인 모델(5 Forces Model)’은 지금까지도 산업 경쟁력을 분석하는 정석으로 여겨진다. 책은 경영학계의 오래된 모델을 가지고 미국 현 정치의 주소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미국의 현 정치가 기업의 독과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두 거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큰 기부금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로비스트, 기업과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구조적인 진입장벽이 생긴다. ‘선거 기계’와 ‘입법 기계’ 모두 양당을 위해 설계된다. 두 정당의 입지는 나날이 견고해지지만 새로운 정치를 펼칠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가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경제도, 삶의 질도 이미 무너졌다.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책은 3대 정치 개혁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50%+1의 선거 혁신’이다. 이 혁신안은 정당과 상관없이 5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순위선택투표제(RCV) 도입을 촉구한다. 진정다수(50%+1)의 후보자가 없다면 최하위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최하위 득표자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의 표를 2순위 후보의 표로 다시 집계하자는 제안이다. 그래야 유권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진정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제로 베이스’ 입법이다. 정당의 과거 관행을 버리고 산출 가치를 추정해 법안을 제시, 통과시키자는 취지다. 마지막은 바로 ‘거대 정당 대항 세력’의 육성이다. 중도온건파 의원들이 힘을 키워 승자 독식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책은 무엇보다 당쟁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들의 힘을 강조한다. 19세기 말에도 미국에서는 양당의 거대화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개혁파들이 일어났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개혁파들이 ‘선거 기계’와 ‘입법 기계’를 변화시켰다.

포터 교수의 5가지 경쟁 요인 모델은 경영의 고전이지만 정치를 해석하는 신선한 분석 도구다. 저자들이 제시한 정치 ‘3대 개혁’ 역시 전략 분야 최고 권위자의 해답에 걸맞게 실질적이고 전략적이다. 경영학계 구루가 분석한 ‘정치 산업’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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