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요즘 주어진 일만 하고 있나요?
지금, 휴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휴식은 내가 시간을 조절해 즐거운 일에 몰입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려면 주변 다른 일에 관심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우선 e메일과 SNS를 통한 정보 중독에서 벗어나자. 우선순위 목록을 만들어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자. 내가 휴식이 필요한지 확인하려면 매일 밤 스스로에게 오늘 어떤 창의적인 일을 했는지 물어보자. 주어진 일만 처리했다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잠을 충분히 자고 바쁜 일상 와중에도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는 기회를 만들자.



독일어로 여가는 프라이차이트(Freizeit)다. 우리에게 여가는 열심히 일하고 남는 시간이란 뜻이 강하다. 하지만 독일어의 프라이차이트는 남는 시간이 아닌 자유시간이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란 이야기다. 자유에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있다. 우리의 여가나 휴식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소극적 자유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휴식은 적극적 자유의 시간이 된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마땅치 않으면 시간이 남아도 별 효용성이 없다.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휴식은 동전의 양면이다. 목적이 있어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이다. 원제목은 『자기만의 시간』이다. 휴식, 여유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은 편리함과 함께 과잉 정보, 과잉 커뮤니케이션, 과잉 경쟁 상황을 만들었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게 만든다. 현대인들은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무언가 놓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뒤처지지 않을까 두려워 항상 온라인 상태여야 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접속 가능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시간은 빠듯해지고, 휴식을 갈망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어색하고 불안해한다.

우리는 왜 날마다 바쁜가
휴식을 둘러싼 네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휴식 시간이 부족하단 느낌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늘 허덕이고 서두르며 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 혼자만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릴 수는 없다. 남들이 다 바쁜데 혼자만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다. 필요할 때는 서두르고, 그렇지 않을 때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둘째, 휴식을 위해서는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하고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셋째, 휴식은 단추 하나만 누른다고 실현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다. 넷째, 시간만 있으면 한가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모두 다 오해이고, 착각이다.

사람들은 여가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큰일을 하는 와중에도 긴장을 풀고 즐거운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결국 휴식을 누리는 기술은 자유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 확장될 수 있다.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이 자신만의 시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밀도 있는 대화, 음악을 즐기며 맛보는 기쁨,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일….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일체감이다. 휴식은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

시간 개념의 차이
시간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탈리아 티롤 지방 농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들에게 일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들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젖을 짜고, 잡초를 뽑고, 사이사이 애들에게 옛날얘기를 해주고, 아코디언 연주를 즐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 해도 지금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단다. 지금처럼 똑같이 살고 싶단다. 이들은 현재 자기만의 시간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다. 보통 직장인보다 훨씬 고된 노동이지만 시간 부족을 호소하지 않는다. 결국 시간 부족이란 느낌은 물리적 시간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느냐에 달린 것이다.

여가 시간에 대한 태도는 교육받은 여성의 경우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들에게는 아이들과 있는 것은 즐거움이자 일종의 의무이다. 여가는 헬스클럽에 가서 긴장을 풀고 운동을 즐기거나 남편과 함께 외출하는 시간이다. 직업 활동은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본다. 배움이 적은 여성에게 직업이란 부담스런 의무일 뿐이다. 남자들은 어떨까? 가족과 지내는 것을 진 빠지고 소모적인 것으로 여길 것이다. 사무실을 평안한 휴식처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아이와 노는 것도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휴식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과 지금 이 순간 몰입하는 것이다.



휴식과 정보의 상관관계
휴식을 위해서는 정보의 마약을 끊어야 한다. 정보 중독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선 정보 중독 자 진단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항목 중 몇 개나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아침 사무실에서 e메일부터 열어본다. e메일이나 문자의 답신이 한 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누구도 전화하지 않았지만 가끔 핸드폰이 진동하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감사의 답장을 보내면 거기에 또 감사 메일로 답한다. 받은 편지함에 1000통이 넘는 e메일이 쌓여 있다. 한 통의 e메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수신, 발신을 클릭하거나 스팸메일함을 체크한다. 어려운 대화는 e메일이나 문자로 하는 게 편하다. 호텔방을 예약할 때 위치나 좋은 침대보다 인터넷 접속 여부가 더 중요하다.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핸드폰을 둔다. 세 문항 이상이면 정보의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여섯 문항 이상이면 중독이다. 실제 즐거운 모임에서조차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심지어 사우나에도 핸드폰을 갖고 가는 사람이 있다.

해결 방법으로 슬로 메일 운동을 제안한다. e메일은 하루 두 번만 확인한다. e메일을 닫아두고 핸드폰을 꺼두는 시간을 즐긴다. 업무상 필요한 커뮤니케이션과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다른 메일 주소를 이용한다. 평소에는 e메일 프로그램을 닫아두고 정해진 시간에만 연다.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때만 e메일을 열어본다. e메일은 그 즉시 처리한다. 지우거나 폴더에 저장한다. 모든 메일에 답을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메일은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독 증세가 있을 때 무조건 참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의지력보다는 습관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 의지력은 힘의 저장고와 같다. 저장고의 힘을 계속 끌어다 쓰면 저장고는 바닥을 드러낸다. 그럴 때 자아 탈진이란 현상이 벌어진다. 무언가를 참게 한 후 문제를 풀면 잘 풀지 못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돼 있다. 음식을 절제하는 훈련을 지독하게 할수록 초콜릿 유혹에 무너지기 쉽다. 말끝마다 도덕성을 내세우는 성인군자는 도덕성 문제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작업 기억을 높이려면
작업 기억이란 작업을 할 때 필요한 기억을 말한다. 생각의 속도, 초점을 맞추고 선택하며 결정하는 능력은 모두 작업 기억과 관련 있다. 작업 기억은 용량이 적다. 전화번호 하나만 기억하려 해도 다른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다. 뭔가를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렵다. 지금 뭔가 일을 하고 있는데 더 중요한 정보가 오면 지금 작업 기억은 날아갈 수 있다.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기억의 침입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리노이대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는 변화맹시에 대한 연구를 한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은 정신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다. 이를 문짝실험(the door study)이라고 부른다. 보행자에게 복잡한 길을 설명하느라 정신없는 사람에게 원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슬쩍 끼어든다. 묻는 사람을 바꾼 것이다. 근데 당사자는 사람이 바뀐 사실을 모른다. 농구 경기 중 나타나는 유명한 고릴라 실험도 그렇다. 마술 역시 변화맹시 현상을 이용해 주의력을 흩어 놓는다. 이들은 왼손으로 적극적인 제스처를 쓰면서 오른손으로 하는 것을 관중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법을 쓴다.

작업 기억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선순위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의 산만 요소를 없애는 것이다. 메모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이 평안하고 조화롭도록 계획하는 것이다. 지친 두뇌가 회복할 시간을 두는 것이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지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휴식을 가져야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루를 마친 저녁 시간, 조용히 홀로 앉아 오늘을 떠올린다. 무언가 창의적인 것을 한 게 있는지 자문한다. 창의성은 침착하고 평온한 성격의 사람이 갖는 가장 중요한 증표다. 그저 주어진 일만 처리하고,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 끌려다니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그만큼 절박하게 휴식을 필요로 한다.

기쁨이자 즐거움인 잠
우리는 잠을 자면서도 배운다. 잠은 가장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슬픔을 이기게 해주는 친구다. 푹 자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한결 상쾌하고 너그러워지며 남을 돕고 싶어진다. 더 생산적이 된다.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을 휴식에 쓸 수 있다. 편안히 쉴 때 몸은 활발히 활동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몸은 회복과 재생 과정에 몰두하며 동시에 기억력과 자신감, 창의력을 키우는 작용을 한다. 잠은 의식의 손실인 것 같지만 사실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낮 동안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델타수면이라 불리는 깊은 수면 단계가 있다. 안구를 빠르게 움직이며 꿈꾸는 램수면이 있다. 이 단계는 깨어 있는 단계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얕은 수면은 피로회복에 중요하긴 하지만 정신 휴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은 수면이 정신 휴식에 도움이 되고 사실 기억을 굳히는 데 기여한다. 배운 단어같이 학습한 것은 서술 기억이란 곳에 저장한다. 램수면을 하는 동안에는 절차 기억에 저장을 한다. 자전거 타기, 피아노 연주, 넥타이 매기, 화장 같은 것들이다. 절차 기억은 자동으로 행동이 이뤄지게 만드는 일종의 숙련도를 관장한다.

미국의 과학자 사라 메드니크는 낮잠의 효용성을 강조한다. 낮잠은 주의력을 100%까지 끌어올린다. 운동 능력과 정확함을 조합한다. 지각 능력과 결단력을 향상시킨다. 피곤함으로 인한 심장마비, 뇌졸중의 위험을 끌어내린다. 동안을 유지한다. 잠을 충분히 자면 기름진 스낵 따위를 즐기지 않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피곤함을 이기기 위해 커피나 술을 찾지 않는다. 기억력과 창의성이 높아진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비워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1998년 워싱턴대의 신경생리학자 마커스 라이클은 MRI를 사용해 어떤 문제에 집중할 때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두뇌의 특정 영역이 늘어나는 대신 줄어들었다. 거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이를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일종의 공회전 네트워크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없을 때 뇌가 활발해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도대체 뇌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자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외부 자극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뉴런의 네트워크를 새롭게 정비하고, 기억을 분류하고, 배운 것을 처리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할 것이다. 집도 주기적으로 대청소가 필요하듯 두뇌의 깔끔한 작동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건강한 공회전은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의식적으로 계속 문제와 씨름하라. 그러나 결정은 미뤄두라.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말고 잠자리에 들라. 그 문제를 베개 삼아 잠을 자라. 그럼 무의식의 네트워크가 당신을 위해 나머지 일을 할 것이다. 뇌 연구가 게르하르트 로트의 충고다. 의도하지 않은 천재성의 원리 세렌디피티도 이런 것이다. 행복은 두뇌에 작용하는 정신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만들 수 있다. 명상의 기본은 지금 바로 이 순간,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되풀이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달라이 라마는 정신 훈련이란 표현을 쓴다. 명상은 산스크리트어로 바와사이다. 원래 뜻은 습관의 관리다. 이에 해당하는 티베트어 곰은 다시금 친숙해진다는 뜻이다. 어떤 특정한 대상을 익히 아는 친숙함으로 관리하는 정신의 단련이다.



가속화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러바인은 처음 브라질에 갔을 때 브라질 시계가 고장 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은 강의가 끝난 후에도 가지 않고 앉아 잡담을 했다. 철 지난 신문과 잡지들이 사무실에 뒹군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별 인생 속도를 실험한다. 시내에서 보행자들이 20m를 걷는 속도, 거리에 있는 공공 시계의 정확성, 우체국 직원의 우표 파는 시간 등을 척도로 실험했다. 그 결과 서유럽 국가들이 가장 빨랐다. 다음이 홍콩, 일본 등 이었다. 뒷자리는 아프리카였는데, 가장 느린 나라는 멕시코다.

빠른 속도의 국가에서는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확연히 높았다. 느린 속도의 나라는 남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 결과를 봐도 여유 시간과 사람 마음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실험은 강의를 들으러 가는 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의장으로 가는 길목에 모르는 남자가 쓰러져 있는 상황을 연출했고 그들이 쓰러진 남자를 돌보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신학생조차 시간 압박에 쫓길수록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려는 의지가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균형을 찾는 일이다. 새로운 자극, 착상, 계획의 온상으로 도시의 번잡한 생활을 활용하면서도 종종 자극이 적고 평온한 환경 속에서 휴식을 즐길 기회를 찾는 것이다. 가장 좋은 일은 약속과 일정으로 채워지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정을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 두 가지 장애가 있다. 지루함과 자유로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휴식이란 자기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에 이르는 것이다. 바쁘다고 느낄 때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된다. 내가 이걸 꼭 해야만 하는가? 내가 이걸 하고 싶은가? 대개의 경우 내가 이걸 꼭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다.

휴식이란?
몰입이 주는 행복을 경험해야 한다. 내 시간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휴식이다. 다음으로 주변 일에 관심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은 오로지 그 순간이 좋아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걸 잘한다. 아이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자연스런 욕구를 충실히 따를 뿐이다. 암벽 등반은 몰입의 가장 좋은 예다. 오로지 자기 장비에 의지해 암벽에 매달린 사람은 여기에만 집중한다. 종합소득세 신고 따위는 잊는다. 함께 연주하기, 정원 가꾸기, 게임과 댄스, 뜨거운 사랑의 밤, 밀도 높은 대화,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의 박장대소 등이다. 몰입은 약간 어려운 목표와 집중력을 요구한다. 모두 연습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행복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가꿔야 한다. 휴식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온갖 타성을 이겨내고 세심하게 돌볼 때 비로소 맛볼 수 있다. 휴식에 이르는 첫 단계는 휴식의 방해꾼을 알아내는 일이다. 주의력을 분산시키며 시간을 잡아먹는 범인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아니요’라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자기 인생의 나침반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휴식으로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챔피언 브리타 슈타펜이 있다. 그녀는 베이징올림픽에서 50m와 100m 자유형 2관왕에 올랐다. 그녀는 성적만 갖고 얘기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정상급 선수를 오로지 성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혹한 훈련 계획을 단호히 거부한다. 코치가 부르면 언제든 와야 한다는 것도 거부한다. 핸드폰도 없다. e메일은 며칠이 지나야 읽는다. 인터넷도 즐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정상급 선수들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간이 남는다면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최근 몰입해 무언가를 해본 적 있는가? 늘 정신이 붕 뜬 상태로 지내는 건 아닌가? 제대로 된 휴식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