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e메일 작성

[강대리 팀장만들기] 아뿔싸, 사랑고백 메일이 회사전체에…

10호 (2008년 6월 Issue 1)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은 어쩌면 내 인생 최고의 날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날이다. 물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사무실. 임 주임은 아직 출근 전인가 보다. 언제 오려나? 임 주임을 보면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까? 먼저 말을 걸 때까지 기다려야 되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손대수가 나에게 커피를 청한다. 그리고는 굳이 옥상까지 나를 데리고 올라간다.
 
선배님, 혹시 연애하세요?”
아니, 왜?”
저, 그럼….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뜨끔)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지금 같은 중요한 시기에 내가 여자 꽁무니나 따라다닐 것처럼 보여?”
아님 됐고요. 그런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세요? 짝사랑하다 걸린 사람처럼….”
“(버럭) 바쁜 사람 불러놓고 무슨 소리야? 얘기 끝났으면 가자!!”
자리에 가시면 보낸 메일함 좀 확인해 보세요.”
 
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하면서 메일함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그만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 동안 임 주임을 향한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할 길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며칠에 걸쳐 쓴 메일을, 좀 더 정확하게는 러브레터를 어젯밤에 보냈다. 그런데 임 주임이 전에 보낸 메일에 회신으로 보낸다는 것이 그만 회사 내부에 ‘전체 회신’이 된 것이다.
 
임 주임. 아니, 지금은 선영 씨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야. 지난번 자료 조사를 같이 나갔을 때 나에게 베풀어 주었던 친절, 그리고 이후에도 내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사람이 바로 임 주임이 아닐까 생각했어. (중략)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이번 기회에 우리 좀 더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가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망신도 이런 대망신이 또 있을까. 한심해할 겨를도 없이 발송 취소가 가능한 것들은 취소하고 메일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정을 둘러대고 입막음을 부탁하다 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임 주임은 이 사실을 몰라야 할 텐데….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
강 대리님, 메일 잘 받았어요. (중략) 지금은 무엇보다 회사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하죠. 그리고 죄송하지만 이런 내용을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일하고 있는 임 주임. 마음을 받아주겠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어쨌거나 거절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이것만으로도 어딘가? 약간 쑥스럽긴 하지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남은 일은 타 부서 사람들에게 업무 협조 메일 보내기. 빨리 끝내고 임 주임에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할까?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받는 사람: (이번엔 실수 없이 선택) 마케팅팀 차장님, R&D팀 선임연구원님, 재무팀 과장님, 홍보팀 과장님….
제목: 수고들 하십니다. 미래상품기획팀의 강 대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래상품기획팀의 촉망받는 기린아 강 대리입니다. 하하 썰렁했나요? 그랬다면 죄송요. ㅋ
완연한 봄 날씨에 춘곤증을 이겨내고 열심히 일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나른하다고 땡땡이 치는 분도 많으시죠? 오후 3시에 요 앞 공원에 계신 분들도 있던데 전 누군지 다 봤습니다. ㅋㅋ
서론이 길었나요? 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희 팀에서 기획하고 있는 미래 상품에 대한 대략적인 기획 개요와 이에 따른 각 부서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저희가 준비중인 제품은 특수 조명기기로….(중략) 이를 위해 R&D팀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술적 적합도를 체크해 주시고요. 법률팀에서는 관련 특허 사항을, 마케팅팀과 홍보팀에서는….(중략) 제품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파일로 첨부하였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Y전자의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아자아자 파이팅!!
 
이제 퇴근만 남은 건가? 임 주임한테는 뭐라고 말을 걸지? 문자라도 보내볼까? 나름대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거친 목소리가 들린다.
 
야! 강 대리!!”
이 과장님이시네. 이번엔 또 뭐지?
넌 일을 장난으로 하냐? 회사 전체에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메일이나 보내게? 그리고 내부 문서를 누가 그렇게 함부로 첨부해서 뿌리라고 그랬어?”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