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의 성과관리 코칭-17
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경영진에게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날도 기술영업팀 김 대리는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지나서야 헐레벌떡 미팅룸으로 들어왔다.
“코치님 죄송합니다. 고객이 긴급하게 요청한 설계 변경안에 피드백을 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죠.” (김 대리)
“많이 바쁘시죠. 김 대리님이 회사에서 핵심인재이니 바쁘지 않는 것이 이상하죠. 그런데 늦으면 문자나 전화라도 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코치)
“제가 전화로 고객과 응대를 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김 대리)
“아닙니다. 그럼 지난주에 이어 업무관리방법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코치)
김 대리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의 업무관리시트를 보이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김 대리님의 말씀대로라면 업무관리에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코치)
“사실 업무 정리와 해결을 위해 밤을 새서 일하고 있지만 일이 끝이 없습니다. 하나를 마치면 또 다른 일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옵니다. 지난 주에는 심한 몸살로 결근했습니다.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겠더군요. 병원에 가니 과로로 피로가 쉽게 오고 신장기능의 이상이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하루 병원에 누워 있었지만 다음날 회사에 올 수밖에 없었죠.” (김 대리)
“큰일 날 뻔하셨네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 (코치)
“주말에 쉬고 나니 좀 낫습니다. 그래도 피곤이 쉽게 가시지 않고 어깨가 뭉친 것이 계속 찌뿌듯합니다.” (김 대리)
“요즘도 자정 넘어 퇴근하시나요?” (코치)
“아닙니다. 요즘은 오후10시에는 퇴근하려고 합니다.” (김 대리)
“요즘은 계획대로 업무관리가 되고 있는지요?” (코치)
“글쎄요. 대신 집에 들고 가서 일을 합니다. 집에서 새벽2시를 넘기는 날도 있습니다.” (김 대리)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몸이 배겨날 수 없을 텐데. 문제는 업무관리가 아니라 시간관리가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코치)
“그렇습니다. 같은 의미라고 생각됩니다만 업무관리란 기한 내에 목표한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관리하는 것이죠.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관건이 바로 시간관리고요. 사실 시간관리가 안 되니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죠.” (김 대리)
“지금 김 대리님의 기상부터 취침까지 한 주 일과를 기록해 보실까요?” (코치)
김 대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오전6시30분 기상, 세면과 식사 후 7시10분에 출발, 7시50분 회사 도착, 8시10분부터 공장회의 참석, 8시30분부터 오전 일과, 주로 고객 요청사항 매일 회신과 회의로 보냄. 오후에는 제품 설계와 기술검토, 고객회사 방문을 중심으로 보냄. 오후7시 이후에야 본격적인 업무, 제품설계 보완과 기술검토를 한다. 그러다 보면 오후10시, 때로는 자정이 훌쩍 지나간다. 지난주는 고객회사 기술검토 건수가 평상시보다 많아 새벽2시 넘어 퇴근한 날이 한 주 중 2일이었다. 오후10시 이전에 퇴근한 날은 거의 없었다. 토요일도 대부분 출근했고 일요일 하루만 쉬었다.
“지금 적으신 일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코치)
“정말 그렇네요. 정신 없이 살다 보니 회사에 헌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대리)
“그렇죠. 자신의 생활습관에 브레이크를 걸어야겠어요. 그렇다면 생활습관 중에서 어디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습니까?” (코치)
“남들은 저보고 워커홀릭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이 너무 싫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처럼 일찍 퇴근해서 아내와 애들이랑 함께 저녁 먹고 공원에서 산책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우리 회사에서 설계를 검토하고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저 말고는 없습니다. 아직 사원들은 기술적 수준이 되지 못했고요. 사실 대부분의 기술검토를 사장님과 제가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하지 않으면 사장님은 매일 밤을 새야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사장님은 더합니다. 기술검토가 몰릴 때는 거의 집에 들어가시지 않으십니다.” (김 대리)
“그렇죠. 실력이 있는 사람이 부족하니 믿고 맡길 수가 없죠. 사장님은 더하겠고요.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시간관리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 있거나 최악의 경우는 회사를 떠날 수도 있겠죠. 많은 핵심인력이 일이 너무 힘들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치)
“저도 가끔 회사를 떠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무슨 영화를 볼 것이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습니다. 다른 대기업으로 가서 주는 일만 해도 될 텐데.” (김 대리)
“사람 마음이 모두 같습니다. 그래도 김 대리님이 이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코치)
“예. 저는 우리 회사가 좋습니다. 저를 믿어주고 가르쳐 주는 사장님과 업무에 대한 전권을 주는 팀장님.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 정말 착합니다. 중소기업이지만 다들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고객회사도 우리가 이 분야 기술로는 최고라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밀려오는 일을 처리하고 분배할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습니다.” (김 대리)
“하루를 30시간으로 늘릴 수는 없지만 30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간관리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코치)
1. 원래 시간은 없고 선택만 있을 뿐이다.
사람이 시간을 관리할 수 있을까? 시간은 자연과 같다. 자연의 순리처럼 흘러가는 것을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약속으로 만들었다. 현대인은 항상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다. 바쁘지 않으면 바쁜 일을 만들어서라도 한다. 일을 할 때뿐 아니라 게임과 놀이, 휴식시간에도 바쁘다. 여행도 빠듯한 일정표에 쉬는 시간이 없다. 쉬는 시간에도 쇼핑 시간을 넣는다. 반대로 바쁜 일상보다는 여유 있는 삶을 찾는 다운시프트(Downshifts)족도 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동일하다. 단지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본인이 선택할 뿐이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먼저 생체리듬이다. 시간은 자연이다. 인간의 몸도 자연의 일부다. 인간은 자고 먹으며 배설하는 순환의 과정이 원활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빈둥거리고 싶다면 몸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빈둥거림이 없다면 신경을 써서 일하는 것도 없다. 빈둥거릴 때 잘 빈둥거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의 현대인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빈둥거릴 틈이 없다. 지하철 안에도 온통 게임에 빠져 있거나 뭔가에 몰두하는 사람들 천지다. 몸에 쉼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면 몰입의 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생체리듬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가려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야 할 곳이 아닌데 자거나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등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생체리듬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조절장치를 갖춰야 한다. 특히 단체 생활을 하는 조직에서는 단체생활의 리듬에 몸을 맞춰야 한다. 개인의 생활에서 단체생활의 리듬에 익숙하지 못하면 탈이 생긴다. 이런 현상은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조직마다 가지는 리듬이 있다. 이것을 조직문화라고 표현하는데 조직의 리듬에 익숙해 지는 것도 시간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다.
다음은 동기다. 리듬이 몸의 언어라면 동기는 마음의 언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생체리듬에 따른 시간 반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시간은 동기에 의한 반응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내 마음이 이 일을 원하기 때문이다. 동기가 선하든 선하지 않든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일은 왜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하기 싫어서일까? 하기 싫다면 회사를 다닐 수가 없다. 그것은 회사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확산하기보다는 직원이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물론 기업은 창의적 사고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창의적 사고가 발현되는 방식이 인간의 자율신경을 고도로 발달시키는 것과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동기를 불러일으킬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발적 동기는 남이 아닌 스스로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나 조직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반문해 봐야 한다. 이 일이 생계수단인가, 아니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조직 역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김 대리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김 대리는 회사의 사장도, 팀장도, 사람들도 모두 좋다고 했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늦은 밤까지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하고 있다. 일이 힘들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이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붙잡는 강한 매력인 것이다. 이 점은 중소기업의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이 선택의 문제라면 선택은 생체리듬과 동기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의 몸과 조직이 잘 적응하는 것과 하고 싶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선택의 핵심이다. 원래 계획했던 일들이 잘되지 않을 때, 아니면 일의 결과가 원했던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자신의 리듬과 동기를 점검해 봐야 한다.
2. 시간을 쪼개지 말고 일을 나눠라
시간이 선택의 문제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미국의 자기계발 전문가인 스티븐 코비는 그의 명저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라’고 말했다. 주도적인 삶이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다. 현대인들 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학생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을까? 직장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자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 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로 조범상 씨의 ‘비전과 공정한 보상이 신바람 불러온다’(DBR 80호)를 보면 직장인의 업무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1.2점에 불과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문제에 대한 조사결과는 있다. 아쉬운 것은 문제 해결책에 대한 조사결과는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자기 일에 대한 불만족을 해결할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불만족일 뿐이다. 반대로 만족을 생각해 보자. 만족한 일을 생각하고 실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 단순함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만족을 해결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대신 자신이 만족한 일이 무엇인가를 찾고 실행에 열중해야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만족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없다. 그냥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찾는 데 <그림1> 일 분석표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일주일을 기준으로 아래 일 분석표의 3가지 일로 구분해서 작성한다. 어느 쪽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경우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빈칸을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한 가지 팁은 현재 해야 할 일에서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비전과 관련된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다음 문제는 중복되는 경우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중복되면 그것은 금상첨화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현재 자신의 일에서 찾은 사람들이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꾸준히 정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이란 순간이 아니라 일이 끝날 때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중복될 수 있다. 이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표적인 불만족 케이스다. 특히 현재 ‘해야 할 일’의 재작업이 ‘하지 않아야 할 일’로 명기됐다면 대표적인 시간 낭비의 사례다.
두 번째로 작성해야 할 것은 각기 표시된 일 옆 ( )에 시간을 기입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발생하는 빈도와 평균시간을 곱해서 명기한다. 여기서 현재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배분되고 소비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에 대표적인 것이 식사, 수면, 통근, 업무 등이다. 또 직장에서는 회의시간, 보고작성 시간 등이 있다. 대표적인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재작업, 재보고, 제작 실패, TV 시청, 잡담 등이다. 여기에서 줄이거나 제거해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또 해야 할 일 중에서도 시간이 과다한 일은 그 필요성에 대해 다시 검토해본다.
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하루에 1시간도 쓰지 못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어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략 1만 시간을 날짜로 환산하면 10년이다. 무엇이든지 한 분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내가 하는 일에 시간을 얼마나 투입하고 있는지를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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