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FOR BETTER RESULTS, BUILD RAPPOR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기금 마련 행사에서 무료로 공연을 해주는 재즈밴드가 있다. 밴드 리더는 자신들의 활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밴드의 리더는 친구의 아이가 다니는 예비 학교 기금 마련 행사에서 2주 후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멤버 대부분이 이미 다른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친구의 부탁이 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공연을 부탁한 예비 학교는 부유한 교외 지역에 위치했으며 예산도 충분했다. 그러나 밴드 멤버 중 대부분은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가 거절을 하자 친구는 대신 다른 사람들로 3인조 재즈밴드를 구성해 달라고 부탁했고 밴드 리더는 내키지 않는 수락을 했다. 그리고 동료 음악가 두 명에게 무료 공연을 해달라는 부담스러운 부탁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거절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상대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있는가? 우리 대부분은 그런 경험이 있다. 이는 영업사원이나 협상가들이 사용하는 교묘한 협상 전략 때문이다.
레이 L. 톰슨(Leigh L. Thompson)은 저서 <협상가의 마음과 심리(The Mind and Heart of the Negotiator)>에서 설득 전술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 2개를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 자신이 이성적이며 논리적이라 믿고 싶은 욕망이다.
다음의 3가지 협상 기술은 이 2개의 욕망 모두를 교묘히 이용한다. 그 원리를 파악하면 교묘한 심리전을 물리치고 자신의 목표를 지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 거절할 자유를 빼앗는다.
인간은 일관된 행동을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일관성 없는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영리한 협상가들은 협상 과정 초기에 사소한 질문을 해서 승낙을 받아낸다. 그리고 일관된 행동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한다. 다시 말해 한번 ‘그렇다’고 수긍하면 연장선상에 있는 질문에 대해 계속 ‘그렇다’고 수긍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앞에서 한 대답과 일관된 행동을 보이기 위해서다.
영업사원들은 잠재적 고객으로부터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단 아주 작은 구매부터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일관성 욕구를 자극해 보다 큰 구매를 이끌어낸다. 톰슨은 자동차 영업사원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할 준비가 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잠재 고객의 수긍을 받은 후 가격만 괜찮으면 자동차를 사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그의 마음에 심어 놓는다.
이런 전략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협상 초기에 어떤 질문이나 유도에도 수긍하지 않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톰슨은 충고한다. 자동차 영업사원의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대신 ‘그건 당신이 뭘 제안하느냐에 달렸다’며 확실한 대답을 유보하면 된다.
2. 무료 상품으로 호의를 표한다.
작은 상품을 무료로 내주면 매출이 확실히 증가한다는 원리는 새로울 것도 없는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가 인상적인 선물을 받고 즐거움을 느끼면 거래에 참여한 양쪽이 모두 이득을 얻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료 샘플로 매출을 키우는 전략은 ‘호의는 받으면 돌려줘야 한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관행에 그 효과를 기대고 있다. 우리는 호의를 받으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슈퍼마켓에서 무료 샘플을 받은 후 아무 것도 사지 않아 마음이 불편해졌다면 바로 이 상호성의 원칙에 얽매여 있다는 증거다.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의 저자 로버트 B.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는 호의나 선물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얼마나 강한지에 놀라운 예를 들어 설명한다.
1985년 극심한 기근으로 비틀거리던 에티오피아는 멕시코 지진 구호 기금에 5000달러의 돈을 기부했다. 자국 국민의 생명을 살려야 할 돈도 모자란 극빈국이 타국에 소중한 예산을 기부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에티오피아가 1935년, 자그마치 50년 전에 멕시코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욕구는 문화적 차이와 먼 거리, 심각한 기근, 오랜 세월, 심지어는 눈앞에 있는 당장의 이익마저 초월한다”고 치알디니는 설명한다.
이렇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규칙은 우리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저항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선물이나 호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당연히 이를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거절이 부적절하거나 무례해 보일 때는 상대의 친절을 그대로 되갚을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받는 수밖에 없다.
3. 상대의 미안함을 이용한다.
처음에 지나친 요구를 거절하고 나면 다음의 작은 요구는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는 사실이다. 협상가들은 때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 처음에 지나친 요구를 하고 상대방이 거절하면 곧 합리적인 요구를 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밴드 리더 또한 결국 이 기술에 휘말려 친구의 두 번째 요구를 수락하고 말았다.
부동산 중개인들도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처음에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집을 여러 곳 보여주고 그가 원하는 집은 나중에 보여줘 거래를 상대적으로 쉽게 성사시킨다.
치알디니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를 ‘거절 이용 기법(the door-in-the-face technique)’이라 부른다. 사람의 눈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는 미안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치알디니와 동료들은 이제는 고전처럼 인용되는 흥미로운 연구를 통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학생들에게 낯선 사람을 접근시켜 일주일에 2시간씩 2년간 비행 청소년을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대학생이 거절하면 동물원에 놀러가는 비행 청소년들을 감독해 달라는 다소 쉬운 부탁을 한다. 그러면 대학생들이 두 번째 부탁을 수락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거절 이용 기술이 효과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무리한 부탁 뒤에 합리적인 부탁을 하면 마치 상대방이 한 걸음 양보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 상호성의 원칙에 얽매인 사람들은 나도 한 걸음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나도 양보해야겠다는 마음은 결국 두 번째 부탁에 대한 수긍으로 이어진다.
이 전략으로부터 자신을 확실히 방어하기 위해서는 언제 협상을 그만둬야 할지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성급히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톰슨은 충고한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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