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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印 액션러닝에서 체험한 짜릿한 의사결정

이혜리 | 112호 (2012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MIT슬론

MBA스쿨은1914 GM CEO였던 앨프리드 슬론이 설립했다. ‘마음과 손(Mens et Manus)’이라는 MIT의 모토처럼 수리 및 계량적 접근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학풍을 지녔으며 혁신, 창업, 계량 분석,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MBA스쿨로 꼽힌다. 매년 39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설명만 들어서는 괜찮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 메이드인 인디아 철강 절단기계를 미국시장에서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아직 정밀기계 분야에서는 독일이나 일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입니다.”

 

“가격을 낮춰도 경쟁력이 없을까요?”

 

“철강 제단기계는 매우 정교한 기술을 요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성이 중요해서 가격이 저렴한 게 큰 메리트는 없어요.”

 

“그럼 파트너 회사를 찾아 OEM 방식을 우선 시도해야 할까요?”

 

“가능성이 좀 더 있는 방법 같네요. 단 기계의 성능을 확실하게 입증해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겁니다.”

 

인도 서부 해안도시 푸네(Pune)는 미국 동부와는 10시간, 서부와는 13시간 차이가 난다. 한국의 한여름처럼 무더운 인도 4월의 더위가 식어가는 저녁 무렵, 전화 너머 미국의 철강 산업 전문가들과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하며 나와 팀원들은 인도의 작은 철강 절단 제조업체가 어떻게 미국 시장에 첫발을 디딜 수 있을지 골몰했다.

 

나는 지난 봄 학기 동안 MIT Sloan Action learning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India Lab에 참여, 인도 푸네 지역에 위치한 철강 절단 기계 제조업체인 플라즈마 테크놀로지(Plazma Technologies Pvt. Ltd.)의 미국 시장 전략 컨설팅을 진행했다. 인도에서 지난 10년간 어느 정도 기반을 확립해놓은 플라즈마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기계를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진행할 인력 부족과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 미비로 고심하던 중 마침 MIT Sloan 홈페이지에서 India Lab에 대한 정보를 발견하고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India Lab China Lab과 함께 봄학기마다 진행되는 인도/중국 지역 기업 컨설팅 프로젝트로 슬론 1, 2학년 통틀어 약 40∼5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한다. 보통 4∼5명이 팀을 이뤄 하나의 회사 컨설팅을 맡게 되며 봄 방학인 4월 마지막 2주간은 현지에 가서 고객 회사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나는 몇 년 전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다즐링 주식회사를 본 후 인도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비스 아웃소싱으로 유명한 인포시스 등 지식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도의 산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India Lab에 지원했다.

 

China/India Lab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잠재력을 지닌 두 나라의 비즈니스 현장과 문화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고객회사에서 항공료/숙박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경쟁률이 2.51 정도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선발은 서류와 면접으로 진행된다. 우선 지원 동기와 본인이 어떤 부분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에세이를 제출해 1차로 후보들을 정하고 3∼4명이 동시에 보는 단체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게 된다.

 

글로벌 컨설팅 프로젝트이니만큼 면접에서는고객사와 문화적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언어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또한 참가자들의 팀워크 스킬을 파악하기 위해최선을 다하지 않는 팀원이 있을때 어떻게 그 팀원에게 동기 부여를 할 것인가와 같은 가상의 상황을 주고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글로벌 컨설팅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이질적인 문화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것은 China/India Lab이 진행되는 한 학기 내내 강조된다. China/India Lab 참여학생 전원은 봄 학기 전반부 동안 인도와 중국 정치경제학 전문가로 미국 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Yasheng Huang 교수의 지도하에 그 나라들의 역사 및 사회 문화 배경, 경제 현황 등을 공부하는 ‘Econ & Bus: China and India’라는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또한 팀별로 인도와 중국 비즈니스에 정통한 멘토 교수를 두어 수시로 프로젝트 자체는 물론 고객 기업과의 갈등상황에 대해서도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 참가자가 결정되면 각자 지역과 프로젝트 선호도에 따라 팀을 구성하고 해당 고객사와 매칭이 된다. 이번 India Lab 참여 회사는 Google과 같은 대형 기업부터 인도 전통 공예품 제조업체, 온라인 입시 교육 회사, 헬스케어 회사 등 다양한 산업군을 망라했다.

 

평소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비록 생소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 주 과제였던 플라즈마 컨설팅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기업 규모가 총 직원 10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라서 오히려 실제 비즈니스를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기 적격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같이하게 될 팀원들도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파이낸스 컨설팅 경험을 가진 미국 친구 Elyssa, 제약회사에서 오퍼레이션을 담당했던 라틴계 미국인 Pablo, 건축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인도친구 Vishnu가 함께했다.

 

우리 팀은 우선 플라즈마 테크놀로지 제품의 미국시장 초기 진입을 위해 플라즈마 제품이 가진 경쟁력을 분석하고 파트너 선정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철강 절단 기계 및 기술 파악에 팀원 모두가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 중 몇 명이 철강산업에 관련된 경험이 있어 그들로부터 별도 과외를 받아 빠른 시간 안에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학기가 진행되는 중에는 매주 1∼2회씩 현지 경영진과의 전화회의를 갖고 수시로 e메일을 교환하며 업무를 진행했다.

 

4월 마지막 2주 동안의 봄방학 기간에는 드디어 인도 푸네의 회사를 직접 방문해 현장 컨설팅 업무를 진행했다. 우리는 플라즈마와 공동으로 이 사업에 투자할 회사들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PE(Private Equity) Pitch에도 함께 참여해 플라즈마의 해외 시장 경쟁력에 대한 금융 투자자들의 신랄하고 생생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지난 수개월 동안 자료 조사 및 업계 전문가, 후보 파트너 기업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플라즈마의 첫 해외 시장 도전지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회사 측의 태도였다. 플라즈마의 창립자이자 CEO인 아룬하티(Arundhati)와 호건(Hogan) 부부는 모든 회의에 참석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그들의 고민을 우리 MIT팀과 함께 나누려 노력했다. 우리의 컨설팅 프로젝트가 단순한 참고 사항이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비즈니스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짜릿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 큰 책임감도 느꼈다.

 

인도 현장 방문이 끝나고 학기가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보스턴으로 돌아와 최종 리포트 작성을 마친 후 5월 초 콘퍼런스콜을 통해 경영진과 최종 결과물을 공유했다. 플라즈마에 대한 우리의 최종 제안은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노리기보다는 선진국의 파트너 회사를 찾아 OEM 방식을 우선 시도하라였다. 플라즈마의 기술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아래 회사의 약점인 약한 브랜드 파워를 파트너의 힘으로 극복해나가자는 결론이었다. 모두가 만족하는 가운데 아룬하티와 호건 부부는좋은 인연들은 언젠가 다시 만나는 법이라며 3개월여의 우리 팀의 노력에 진정 어린 감사를 표했다. 아직 프로젝트가 끝나고 2개월밖에는 지나지 않아 플라즈마가 컨설팅의 결과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플라즈마가 더 큰 시장으로 나가는 데 조금의 힘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같은 MIT의 컨설팅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회사의 중요 위치에 있는 의사결정권자들과 주로 진행하게 된다. 플라즈마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및 온라인서비스 마케팅 전략, 그리고 사무용품회사인 스테이플스의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필자는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지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혜리 MIT Sloan MBA Class of 2013 hyerhee.lee@sloan.mit.edu

필자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와 NHN에서 게임 등 콘텐츠 기획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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