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이 달면 먼저 마른다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앞으로 100세에 이른다고 한다. 바야흐로 나이 60에 현직에서 물러나면 나머지 4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대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명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설계를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할 필요가 있다. 현직에서 물러날 즘 정점에 이르러 몇 년간 조직의 수장을 지내다가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가장 영예로운 인생이겠지만 그것이 주변의 빈축을 사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자리라면 40년 동안 비난을 감수하며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비록 높은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사람의 덕과 인격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비록 현직에 있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면 어쩌면 이것이 100세 시대에 더 영예로운 삶일 수도 있다.

 

젊은 나이에 일찍 출세를 하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빨리 소진해 노후에는 특별한 능력 없이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다 장기적인 인생의 관점에서 내 능력을 시기적으로 잘 안배하는 인생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묵자(墨子)>에 보면 우물 맛이 너무 좋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른 우물보다 먼저 마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감정선갈(甘井先竭), () 우물()이 먼저() 마른다()는 뜻이다. 우물이 달고 맛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 그 우물의 물을 퍼가게 되고 멀지 않아 바닥을 보여 우물의 기능이 정지되고 말 것이란 이야기다. 어쩌면 물맛이 당장 달지는 않아도 평범한 우물이 물의 양을 잘 조절해 결국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될 수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장 앞서나가는 것보다 얼마나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느냐가 결국 인생의 마라톤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다. 타인의 칭찬에 연연해 내 인생을 남의 기대에만 부응하려고 한다면 무리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일찍 소진될 수밖에 없다. 아마존 정글에 사는 재규어는 한때 아마존 밀림의 최고 강자였다고 한다. 먹이사슬 가장 꼭대기에 있었던 재규어는 헤엄을 잘 쳐서 물에서도 최고 강자이며 나무도 잘 타 정글의 어떤 종도 재규어를 당해낼 수 없었던 동물이었다. 그러나 재규어에게는 인간이라는 천적이 있어서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재규어가 그토록 인간의 표적이 된 것은 바로 아름다운 가죽 때문이다. 아름다운 무늬의 재규어 가죽 덕분에 일 년에 수천 마리가 인간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아름다운 무늬의 가죽을 가진 것이 재규어에게는 큰 불행이 된 것이다. <장자(莊子)>에 보면 강한 표범이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결국 표범의 가죽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있다. ‘피위지재(皮爲之災)’, 예쁜 가죽() 때문에 당하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예쁜 가죽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남들에게는 아름답고 훌륭해 보이지만 나에게 궁극적인 행복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재주() 많은 사람이 결국 재주 없는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재주가 많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결국 내 몸과 인생을 남을 위해 허비하며 평생 죽도록 일만하다 가는 노예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시대다. 내 능력을 일찍부터 소진시켜서 더 이상 물이 안 나오는 우물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고 샘이 솟는 그런 우물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 남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에서 좀 못나고 덜 한 것이 어쩌면 인생의 큰 관점에서 보면 나를 구제하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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