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잘 되길 바란다면
얼마 전, 임원에 대한 360도 다면평가를 새로 도입하려는 기업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부하직원과 동료에 의한 평가라는 게 제대로 시행되기도 활용되기도 어렵다는 사정을 아는지라 관심이 갔다. 받아든 피드백을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볼수록 신기하게도, ‘누가 누구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보다 점수와는 무관하게 ‘누가 누구를 얼마나 위하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억지를 부려본다면 ‘누가 회사를 얼마나 위하는지’까지 보였다.
점수만 달랑 쓰여있고 코멘트난이 텅 비어있는 경우, 그가 잘 되건 말건 (그래서 회사가 잘 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다는 무심함이 묻어난다. 무엇을 잘 했고 무엇이 부족하다는 건지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으니, 그에 따른 앞으로의 액션 플랜도 만들 방법이 없다. 코멘트가 길긴 한데 공격적인 표현들이 섞여있는 경우, 생생한 증언에는 감사하나 뭔가 찜찜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일부러 화를 돋우자는 건지, 이참에 CEO 앞에서 동료를 깎아내리자는 건지 의아해서다.
둘 다 무엇을 위해 평가를 하는 것인지 목적이 사라진 경우다. 평가는 잘 되라고 하는 것이다.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고, 기대 수준과 현재 위치를 알려줘, 자기 계발의 목표와 액션 플랜을 세워 나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피드백을 작성할 때나 모인 피드백을 전달할 때나 이 점을 간과하면, 변하는 사람은 없고 불필요한 잡음만 남는, 괜한 일거리 밖에 안 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효과적인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목적성’을 든다.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영학과의 스티븐 로빈스 교수는 “피드백을 하기 전에 대체 그게 누구한테 도움이 될까부터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이건 부정적인 피드백이건 단지 나 좋자고 하는 게 분명하면 입을 다물고, 그를 위하는 것이라면, 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비로소 입을 떼라는 것이다.
그가 잘 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로 작정했다면, 코멘트는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사람들은 “내가 언제 이랬다고?” 하며 부인부터 하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특정 행동을 적시하지 않고 뭉뚱그려 표현하면 괜히 기분만 상할 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Stop-Start-Continue’ 툴은 여기서 위력을 발휘한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지(Stop), 새로 시작해야 할지(Start), 계속해야 할지(Continue), 세 가지로 나누어 조직적으로 사고해보고 그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할 경우, 실제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쉽다. 작은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더 나아가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얘기해준다면 변화를 실행할 확실한 모티베이션까지 주는 셈이다.
‘피드백은 선물’이라는 얘기가 있다. 분명 줄 것이 있는데도 귀찮다고 침묵하거나 아무 것이나 대충 싸서 건네지 말고,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마련하여 줄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피드백들을 선물처럼 소중히 여길 일이다. 부인하려고도 변명하려고도 말고, 누가 이런 말을 썼을까 말투와 맥락을 따져가며 찾아내려고도 말고, 다 나 잘 되라고 굳이 시간들여 공들여 그렇게까지 써준 걸 고마워할 일이다. 거기에 더해, 어떻게 하면 그 뜻에 맞춰 잘 되어볼 수 있을까 ‘Stop-Start-Continue’의 액션 플랜까지 그려본다면, 그 선물, 주인 제대로 만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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