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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CEIBS, 華商의 비밀을 만난다

박진우 | 48호 (2010년 1월 Issue 1)
해외 MBA 스쿨에 입학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 또는 유럽 학교를 떠올린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을 택했다. 필자는 1995년 관광을 가서 처음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접했고, 2003년 한 달 동안 남경에 있는 금호타이어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당시 영업 부서에서 일했던 필자는 자신이 세운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국인들의 영업 태도에 매우 놀랐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화상(華商)의 저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때 경험한 중국 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이 바로 서구 선진국의 MBA 스쿨이 아닌 CEIBS를 택한 이유다.
 
CEIBS만의 독특한 교육 과정 RLP
CEIBS의 교육 과정 중 눈에 띄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여러 활동과 책임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RLP·Responsible Leadership Project)이다. RLP는 5, 6명으로 구성된 팀원들끼리 CSR에 관한 개별 이슈를 도출해내고, 10개월간 이 문제에 관한 기업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필자의 RLP에는 중국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했던 비비안, 의류 도매업을 했던 크리시, 상하이 GM에서 근무했던 테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루에, 미국인 애널리스트 출신의 캐시 등이 속해 있다.
 
우리 RLP에서는 물 재활용이라는 주제를 택한 후 지난 3개월 동안 물 재활용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 및 조사 활동을 벌였다. 이후 이 주제에 관한 기업, 시민단체(NGO), 국가기관 등 여러 단체와의 접촉을 통해 물 재활용에 관한 한 가지 과제를 설정하고,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하에 도출해낼 예정이다. 장차 기업 리더가 될 학생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왜 중요한지, 이런 문제와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관해 몸소 깨우치게 하는 셈이다.
 
CEIBS는 중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학교다. RLP 역시 시장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미국과 달리 수정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EU의 특성이 반영된 커리큘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CEIBS에 오기 전 필자 역시 CSR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RLP 과정을 거치면서 이에 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CSR 또는 윤리 경영이 기업들의 이미지 관리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린 오아시스(Green Oasis)라는 수자원 관련 시민단체를 방문하고,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CSR 활동들을 접하면서 필자의 생각은 점점 달라졌다.
 
그린 오아시스의 관계자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국 소비자들은 서구 소비자 못지않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들에게 요구한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계 기업에 대해 ‘중국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이런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결코 중국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CSR 활동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필자가 속한 RLP 팀원들 또한 CSR에 관한 생각이 점점 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시민단체들과의 인터뷰, 관련 법령 및 규제 조사,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하이의 수자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기업 생존과 사회 안녕을 도모하는 CSR 활동이 무엇인지를 토론하는 동급생들의 모습을 보면 석 달 전 처음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다.
 
CEIBS의 차별화 포인트는 언어
CEIBS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언어다. CEIBS의 정규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외국 학생들에게는 졸업하기 전까지 일정 수준의 중국어 실력을 요구한다. CEIBS가 주관하는 중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학교는 외국 학생들에게 다양한 중국어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학기 시작 전에는 4주간 중국어 프리코스(Pre-course)가 있다. 중국어를 처음 접하는 외국 학생이 기본적인 중국어 실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외국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중국어 교육을 제공한다. 1주일에 2번, 2시간씩 중국어를 배우며, 초급, 중급, 고급 3개 반이 있어 각자 능력에 맞는 수업을 택할 수 있다. 과거 중국어를 공부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현재 중급반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중국계 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들의 중국어 실력 차이다. 사실 중국계 미국인의 말하기와 듣기 실력은 본토 중국인과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한자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계 미국인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읽기와 쓰기 능력이 훨씬 뒤쳐진다.
 
사실 필자는 학생 때 한문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CEIBS에 입학하고 보니 정규 교육 과정에서 한문을 배운다는 점이 한국인의 상당한 경쟁 우위임을 깨달았다. 중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정규 교육이 요구하는 수준 정도의 한문만 공부해도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중국어 수업 외에도 CEIBS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중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학기 초에 배정된 그룹에서는 필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들이 모국어로 중국어를 사용했다. 그룹 미팅이 많은 MBA 과정의 특성상, 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중국어 실력 향상을 체험했다. 일부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푸다오(輔導)라 불리는 개인 과외까지 받으며 중국어를 배운다. 다양한 중국어 학습 기회 때문인지 입학 전 중국어를 전혀 못 했던 필자의 한국 동급생들도 5개월이 지난 지금 간단한 일상 생활 중국어를 무리 없이 구사한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그 중심에 있는 기업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를 접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CEIBS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대상이다. 게다가 전 세계 인구의 25%인 13억 명과 소통할 수 있는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 매력적이지 않은가.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학생들이 CEIBS에 오기를 기대한다.
 
CEIBS는 1994년 중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학교로 <파이낸셜 타임스>에 의해 6년 연속 아시아 최고 MBA로 뽑혔으며 2009년에는 전 세계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 본토 최초로 풀타임 MBA 과정을 채택했으며 매년 학생 190명을 선발한다. 전체 인원 중 37% 정도가 중국 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 총 교육 기간은 18개월 정도이나 일반 2년제 MBA 학교와 달리 방학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최근 들어 한국 학생은 매년 15명 정도 입학하고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과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인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박진우 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4년간 미주 지역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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