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의 돌파구로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권고사직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권고사직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이들은 물론 남겨진 이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번 ‘직장인 금쪽이’는 대상자로서 또는 통보자로서 권고사직을 경험한 독자들의 사연을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권고사직이란 큰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개인과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 매니저(31) / 유통 기업 콘텐츠마케팅팀
Q1
어제 사무실에서 짐을 전부 뺐습니다. 옆 팀 사람들은 다들 분주히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저희 팀 사람들만 부산스럽게 짐을 정리했죠. 경기가 어렵다, 회사가 어렵다…. 늘 듣던 말이지만 내 일처럼 와닿지 않았습니다. 팀원 전부가 권고사직을 제안받기 전까지 말입니다.
3일 전 갑자기 팀장이 팀원 개개인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평가 시즌도 아니었던 터라 다들 무슨 일인지 의아했습니다. 처음 면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한 동료가 손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다독이며 무슨 일인지 묻자 팀이 해체될 예정이며 현재 팀원 전부 권고사직 대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인사팀과 함께하는 다음 면담에서 권고사직을 받아들일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지 등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저 역시 권고사직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부서를 옮겨달라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 모두 바닥난 상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콘텐츠가 최우선이라며 사람을 대대적으로 뽑을 때는 언제고 1년 만에 팀 전체를 날리겠다니. 속는 셈 치고 이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그간의 커리어는 물거품이 되겠죠. 받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아내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 생각입니다.
슬프기보다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3년 전 신설된 팀으로 회사의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조직도 커지고 성과도 많아졌던 터였습니다. 그간의 노력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었고, 저희 팀보다 열심히 하지 않고 성과도 못 내는 팀도 많은 것 같은데 왜 하필 우리 팀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팀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두가 억울하다고 하지만 회사에 남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연스레 떠나겠다는 이들과 남겠다는 이들 사이에 묘한 경계 기류가 형성됐습니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스스럼없이 지내던 다른 팀 팀원들도 저희 팀의 눈치를 보는 듯합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애써 눈을 피하거나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더군요. 저 역시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했지만 남은 기간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회사를 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전 팀장(42) / IT기업 신사업개발부
김수경sookim@hs.ac.kr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국제 대학원 연구교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쳤다.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