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1. 회사 밖에서 ‘랜선 멘토’를 찾는 사람들

“원하는 멘토에게 맞춤형 지식 얻고 싶어”
회사 후광 넘어 ‘개인 과외’ 꿈꾼다

장재웅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회사 외부에서 멘토를 찾는 ‘랜선 멘토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전문가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커뮤니티에 소속돼 여러 멘토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랜선 멘토링의 인기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세태와 연관이 있다. 더 이상 좋은 직장이 안정적인 삶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랜선 멘토링’으로 이끌고 있다. 또한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업무 스킬과 평판을 주니어 시절부터 키워나가려는 욕심, 특정 분야에서 회사의 후광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랜선 멘토링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미래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인재 육성 툴은 멘토링이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멘토링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후 그의 주장대로 멘토링은 많은 기업이 활용하는 교육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경우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70% 이상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1 국내 기업들 역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멘토링 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초기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는 차원에서 진행되던 멘토링 프로그램은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리버스 멘토링, 1대1 멘토링, 직무 역량 멘토링, 기술 멘토링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돼 운영 중이다.

기업이 멘토링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조직 내부에 전문성이 있는 시니어와 신입사원을 매칭해 주고 모니터링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노력 없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멘토링은 멘토가 멘티에게 1대1로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이 교육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멘토링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특히 회사가 주도하는 멘토링의 경우 멘토나 멘티 모두 불만이 높은 경우가 많다. 멘토들의 가장 큰 불만은 멘토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기업에서 멘토는 대부분 과장, 차장급 직원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은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실무 책임자로서 업무가 몰려 바쁜 경우가 많다. 또한 멘토링의 주무 부서는 통상 인사팀인데 인사팀에서 아무리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들 현업 부서는 당장 눈앞의 실적을 챙기는 데 주력해야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멘토링에 대한 교육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일 잘하는 직원 = 좋은 멘토’라고 생각하고 실적 및 평가가 좋은 직원을 멘토로 선발한다. 하지만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이 다르듯 고성과 직원이 꼭 좋은 멘토는 아니다.

멘티들 역시 불만이 많다. 회사에서 정해주는 멘토는 아무리 다른 부서 사람이라고 해도 엄연히 회사 선배다. 즉, 내가 멘토링 과정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커질 수 있다. 회사 선배나 동료 모두 이래저래 완벽히 편해지긴 어려운 관계다. 그렇다 보니 진짜 물어보고 싶은 건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까운 멘토링 시간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잘하는 척, 괜찮은 척하면서 보내게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가 지정해 주는 멘토가 가진 역량이나 전문성이 내가 정작 배우고 싶은 분야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멘토링 흔적을 남기긴 해야 하니 회사가 지원하는 활동비로 한 달에 한 번 만나 밥이나 먹으며 멘토링 보고서에 쓸 내용에 대해 ‘입을 맞추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031


랜선 멘토링, 기존 기업형 멘토링의 단점 대체

이 같은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의 한계 때문에 최근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회사 외부에서 자신에게 맞는 멘토를 찾으려는 움직임들이 목격되고 있다. 교육 플랫폼 서비스 등을 활용해 자신이 배우고 싶은 직무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상담 형식으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커뮤니티에 소속돼 여러 멘토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멘토링은 통상 온라인으로 진행돼 ‘랜선 멘토링’이라고 불린다.

실제 이 같은 트렌드는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21년 MZ세대 직장인 423명을 대상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해결 방법을 선호하는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복수 응답) 전체 응답자의 67.1%가 ‘랜선 사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여기서 랜선 사수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남겨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나 정보, 본인이 직접 비용을 내고 받는 코칭 상담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한편 ‘직장 동료 및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을 선호한다(55.3%)’ ‘일단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처리한다(30.0%)’ ‘관련 업계 종사자나 주변 지인을 통해 물어보고 처리한다(12.1%)’ 등이 뒤를 이었다. 랜선 사수를 선호하는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비대면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42.5%)’이 가장 컸다. 이어 ‘팬데믹으로 출근을 하지 않다 보니 회사 내에서 정보를 얻기 힘들고, 이에 소통에 한계가 생겨서(36.5%)’ ‘쉽게 만나기 어려운 현업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어서(28.7%)’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 등 자기만족을 위해(26.3%)’ ‘이직 준비할 때 도움이 돼서(21.6%)’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17.4%)’ 등이 뒤따랐다.

MZ세대 직장인들이 ‘랜선 멘토링’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멘토링을 받는 사람이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원하는 주제로, 내가 원하는 멘토에게서 원하는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업형 멘토링이 회사가 원하는 스킬과 역량을 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반해 랜선 멘토링은 조언을 받는 바로 그 시점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터득할 수 있다. 특히 회사 선배가 아닌 업계 유명인, 동종 경력자들에게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랜선 멘토링의 인기와 함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랜선 멘토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032


서비스 비용을 내가 직접 지불하는 ‘내돈 내산’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 멘토링을 받는 공간과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 1대1이 아닌 ‘다대다(多對多)’ 멘토링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랜선 멘토링의 장점으로 꼽힌다.

직장인 고민의 집합이 ‘랜선 멘토링’의 인기 불러

랜선 멘토링의 인기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세태와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직장이 삶을 담보하지 못한다. 대신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랜선 멘토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과거에 정체돼 있는 기존의 기업 교육과 급변하는 산업 현장의 괴리를 채워 줄 대안이 필요했다.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함께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배움의 장 역시 필요하다. 이 간극을 채운 것이 랜선 멘토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특정 회사 내 직무 개발을 넘어 나의 인생에 필요한 커리어 개발이 목적이 되면서 보다 개인적인 목표를 멘토링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회사의 네임밸류나 조직 내에서의 위치로 안정감을 찾던 과거의 기준을 벗어나 ‘직업인으로서의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멘토링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랜선 멘토링의 인기는 제2 벤처 붐으로 인한 국내 스타트업 종사자 수의 증가와도 영향이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 내에 경험이 적은 저(低)연차 직원들이 대부분이라 누굴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나 역량이 충분히 숙련된 직원이 드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일을 가르쳐줄 멘토를 찾게 된다.

위 잡코리아 설문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근무의 증가도 랜선 멘토링의 필요성을 높였다. 비대면 근무로 인해 많은 직장인이 업무 지시와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대면 근무가 유지됐다면 직장 상사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이나 노하우를 획득했을 텐데 그런 기회도 사라졌다. 이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조직 내 젊은 직장인들이 자연스럽게 랜선 사수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찾아간 것이 랜선 멘토링 인기의 한 원인이다.

특히 Z세대의 경우 성공과 성장의 욕구가 강한 것도 멘토링 시장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다. 이는 평생직장 시대의 종말과 ‘대퇴사 시대’의 도래와도 관련이 있다.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업무 스킬과 평판을 주니어 시절부터 키워나가려는 욕심, 특정 분야에서 회사의 후광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랜선 멘토링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 중인 랜선 멘토링

그 결과, 랜선 멘토링의 방식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기 성인 교육 시장을 타깃으로 플랫폼 형태로 운영되던 서비스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형 오프라인 모임인 ‘문토(munto)’와 ‘트레바리(Trevari)’ 등의 소셜 살롱 형태로 진화했고 이후에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들이 선을 보였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히 멘토와 멘티를 1대1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넘어 다수의 멘토와 멘티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장기적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서로 조언을 나누는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홀릭스(Holix)다. 홀릭스는 ‘채팅방 기반의 지식정보 커뮤니티’로 회사 측이 경력과 평판으로 인증한 멘토들이 특정 주제로 온라인 채팅방을 개설하고 참여자들과 지속적으로 오픈 채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DBR minibox Ⅰ ‘“강연 중심 ‘일방향’ 대신 집단 지성 커뮤니티로”’ 참고.)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시간을 파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타임베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이랑주 대표는 스스로 타임베스트의 첫 ‘시간발행인’이 돼 210분이란 시간을 1분 단위로 공모했다. 공모 가격을 분당 2만 원으로 올렸는데 11시간 만에 ‘완판’됐다. 단순히 기술이나 재능을 사고파는 재능 마켓과 달리 ‘시간 판매자’의 경험이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눌 멘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업체들과 차별점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커뮤니티형 직무 멘토링 서비스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폴리워크(Polywork)와 리포지(Reforge)가 대표적이다. 두 서비스 모두 미국 내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IT 및 디지털 분야 직무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리포지의 경우 서베이몽키, 고잭, 틴더 등 유명 IT 기업 팀장급 이상 경력자들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의 대기업 DMM그룹이 운영하는 DMM살롱이 대표적 사례다. DMM살롱은 비즈니스 분야 멘토들과 각 분야 전문가가 멘토로 활동하며 기술 분야 외에도 비즈니스, 취미 등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형 살롱을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월 회비는 약 1만 원 정도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 mini box: Interview: 박태영 홀릭스 대표

“강연 중심 ‘일방향’ 대신 집단 지성 커뮤니티로”

035


2021년 11월 정식 출범한 ‘채팅방 기반의 지식정보 커뮤니티’ 홀릭스는 검증을 통해 100여 명의 멘토를 선정했다. 현재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송인으로도 활동 중인 조승연 작가, 금융권 취업 및 파생상품 운용 등에 대한 멘토링을 제공하는 케빈 강 테이바랩 대표, 글쓰기 공모전과 신춘문예 도전자를 위해 첨삭 지도를 하는 은재 작가, 브랜드 론칭 및 리뉴얼 멘토링을 진행하는 브만남 레이어 대표 등이 활동 중이다.

035_2


이 회사의 박태영 홀릭스 대표는 2012년 ‘에듀캐스트’라는 스타트업을 세워 국내 성인 교육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수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등 교육 사업을 내실 있게 키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연 중심의 온라인 강의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느낀 그는 과감하게 피벗을 시도한다. 오픈 채팅 기술이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도록 돕는 새로운 유행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오픈 채팅은 초보에서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사용자층이 쉽게 쓸 만큼 직관적이고 단순한 구조다. 가벼운 상식이든 무거운 전문 지식이든, 오픈 채팅 공간에서는 질의응답이 빠르게 이뤄진다. 덕분에 사용자는 궁금한 점이나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바로 묻고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젊은 직장인인 Z세대에게는 대화보다 채팅이 익숙하고 편하다는 점도 오픈 채팅방을 주요 소통 수단으로 선택한 배경이 됐다. 초기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업계에서 이름난 전문가들을 멘토로 모셔 오픈 채팅을 주도하도록 했다. 덕분에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이용자들을 모을 수 있었고 오픈 채팅방에 다수의 멘토와 멘티가 참여하게 되면서 매일 정보를 나누고 같이 공부하며 새로운 지식을 탐구해 나가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결과, 홀릭스는 서비스 론칭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45만 명, 멘토당 평균 누적 수익 1억1000만 원, 누적 투자 유치액 88억 원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홀릭스의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홀릭스의 전신인 에듀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콘텐츠 판매 시장에는 너무나 비슷한 플레이어들이 많고 경쟁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래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에 집중하게 됐다. 에듀캐스트가 제공하던 서비스가 강연 중심이라면 홀릭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커뮤니티 중심이다. 강연은 한 명의 전문가가 일방향으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의 ‘집단 지성’이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그 분야 전문가를 멘토로 커뮤니티에 몇 명 참여시킬 수 있으면 전체 집단 지성의 수준이 높아진다. 이른바 ‘배움 조직’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피벗한 것이다.

피벗을 결정할 정도로 확신이 든 계기가 있나?

유튜브 생태계의 변화를 보면서 변화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유튜브에는 엄청난 퀄러티의 교육 동영상들이 무료로 풀려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양자역학 원리를 증명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는데 다음 날이 되니까 이 과학자들이 어떤 실험을 했고, 증명한 원리는 무엇인지 등 전문적인 지식을 담아 제작한 동영상들이 곧바로 유튜브에 공개됐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단순히 전문가를 섭외해 교육용 동영상 콘텐츠를 파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서 어디로 향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지식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면 결국은 지식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방식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고 그걸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왜 오픈 채팅인가?

최근 많은 커뮤니티가 이미 오픈 채팅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들을 봐도 과거에는 게시판 형태로 많이 운영됐지만 요즘은 채팅 중심으로 많이 바뀌었다. 교육 시장 역시 비슷한 양상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채팅은 지속성이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채팅방에 도처에 산재해 있는 지식과 정보 중 양질의 것을 큐레이션해 뿌려주면 채팅방에 속한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공부하고 토론하며 공통의 학습 기억을 만든다. 이렇게 하다 보면 채팅방 내 사람들과 공통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강력한 유대감이 생긴다. 특히 홀릭스는 ‘#해시태그’ 사용을 강조한다. 해시태그를 통해 오픈 채팅방에 뒤늦게 합류한 사람과 자신의 관심사를 키워드별로 검색해 과거에 공유된 정보나 대화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오픈 채팅방 내 콘텐츠를 공유할 때도 꼭 해시태그를 달도록 돼 있다. 그래야 나중에 채팅방에 합류한 사람들도 그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036


오픈 채팅방에서 활동하는 멘토는 어떻게 섭외를 하는지.

멘토를 모으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홀릭스는 그간 에듀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편이다. 한때 스타트업씬에 투자금이 엄청 몰리면서 멘토 영입과 관련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출혈 경쟁은 지양했다. 대신 홀릭스는 멘토가 자신의 멘티나 팬덤 커뮤니티를 만들고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멘토들을 모으고 있다. 남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자아실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홀릭스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른 서비스처럼 멘토나 클럽장이 혼자서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구조가 아니라 복수의 멘토와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멘티가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부담을 덜 주는 것 같다. 이에 멘토들도 즐겁게 채팅에 임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굳이 돈을 써서 홀릭스가 제공하는 클럽에 가입하거나
멘토를 직접 찾아 상담을 받으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내 몸값을 내가 스스로 증명하고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일례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이 몸값을 높이는 과정을 보면 단순히 회사 내부의 인정이 아닌 업계에서의 인정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기가 짠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회사 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나 네트워크를 구하기 위해서도 외부 멘토를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직이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게 되면서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만 인정하는 스킬이나 역량보다는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찾는 Z세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업계 전문가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최근 트렌드인 갓생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물론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미라클 모닝’이나 ‘오운완(오늘도 운동 완료의 줄임말)’과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과 랜선 멘토링의 증가는 결국 ‘성장의 욕구’나 ‘인정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런 욕구들은 과거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Z세대는 발전과 성장을 생존이나 강요된 현실이 아닌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발전하는 나의 모습, 공부하는 나의 모습, 업계에서 인정받는 나의 모습 그 자체에서 만족을 얻고자 한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르다.

주로 어떤 분야의 오픈 채팅방이 인기가 있나.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 채팅방이 가장 활발하다. 개발자들의 경우는 이미 과거에도 회사와 상관없이 커뮤니티에서 서로 코드를 리뷰해주기도 하고 상부상조하는 문화가 강했다. 또한 홀릭스의 주 고객층은 20∼40대 직장인이고 이 중 개발자가 많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정보나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일수록 채팅방이 잘 활성화되는 편이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정보와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이 절실한 것 같다. 또 단순히 업무 스킬 외에 정신적인 위로를 주면서 서로를 지지해주는 커뮤니티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

홀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하다.

홀릭스의 서비스는 크게 클럽, 코칭, 클래스로 나뉜다. 클럽이 앞서 계속 이야기한 오픈 채팅 중심 커뮤니티다. 클럽은 현재까지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유료화한 프라이빗 클럽 론칭을 준비 중이다. 코칭은 홀릭스 멘토들이 1대1로 회원들에게 일종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제는 각 업계 전문가들인 멘토의 전문 분야로 한정되고 통상 40분 기준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클래스는 기존에 에듀캐스트가 진행해온 동영상 강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다. 이 밖에 서비스 기획 (PM/PO/UX)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클럽, 물류 (SCM) 관련 업무를 하는 회원들이 모여 있는 클럽, 또 직무와 관계없이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회고하는 클럽 등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037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