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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면인식 기술 이끄는 ‘4마리 용’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0년 중국인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중국에선 보안, 결제, 교육 등 생활 전 영역에 걸쳐 안면인식 기술이 상용화됐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은 정부 주도하에 본격적으로 개발됐고, 현재는 센스타임, 메그비, 클라우드워크, 이투라는 네 회사가 선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업체들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섰으나 상용화를 위해선 개인정보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작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경찰에 안면인식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BM은 안면인식 기술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 이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AI가 인종 탄압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MS를 포함한 189개사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분석한 결과, 흑인 및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오류 비율이 백인보다 10∼100배 높았다. 실제 AI 오류 때문에 흑인들이 무고하게 체포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안면인식 기술에 맞서는 건 아니다. IT 공룡들이 한발 물러난 미국에선 일본 ‘NEC’, 호주 ‘아이옴니사이언트’와 같은 후발 기업들이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아마존과 MS도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 안면인식 기술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다.

국내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접촉을 최소화하는 생체인식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티머니는 ‘우이-신설 경전철’에 안면인식 결제 단말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포뱅크에서 개발한 안면인식 출입 통제 시스템 ‘위패스’는 개인 인증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발열 여부를 한번에 감지한다.

전 세계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선도하는 건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중국이다. 개인정보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정부에서 안면인식 기술 개발을 전격 지원한 덕분이다.

데이터 수집 쉽고 정확도 높아

“온라인 쇼핑몰 비밀번호 자꾸 까먹으시죠? 이런 게 쉬워져야 우리 같은 이커머스 회사들이 고객을 잡을 수 있는데 말이죠.”

2015년 독일 하노버 국제정보통신박람회(CeBIT). 기조연설에 나선 마윈(Jack Ma) 알리바바 전 회장이 관중들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알리바바쇼핑몰에 접속한 그가 기념 우표를 장바구니에 넣고 미소 짓자 1초 만에 결제가 승인됐다. 중국 스타트업 메그비(旷视科技,광스커지)사가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이 처음 국제 무대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알리바바는 자사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알리페이에 이 기술을 도입했다. “만약 잘못된 얼굴 인식으로 거래에 피해가 간다면 손실액 전부를 보상하겠다”고 소비자들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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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년 전 이야기다. 알리바바에 기술을 공급한 메그비는 2년 뒤 MIT테크놀로지리뷰가 꼽은 ‘10대 혁신 기술’에 선정됐다. 한국이 2019년쯤 QR코드 결제를 본격화하는 동안 중국의 결제 시스템은 이미 QR코드에서 안면인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생체인식 기술 중 하나인 안면인식은 말 그대로 개인이 가진 얼굴의 특징을 활용해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중국이 안면인식을 주요 생체인식 수단으로 꼽는 이유는 데이터 수집이 쉽고 오류가 적어서다. 대체 수단으로 지문, 음성, 홍채 등이 있지만 습진을 앓고 있다면 계절마다 지문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고, 목소리는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눈을 카메라 가까이 가져가야 하는 홍채 인식은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해 상용화가 쉽지 않다.

반면 얼굴 정보는 자의든, 타의든 부지불식간에 수집 가능하다. 지문을 누르거나 홍채를 찍는 것보다 부담이 덜해 많은 사람이 ‘셀카’ 찍는 기분으로 카메라에 얼굴을 허락한다. 중국 정부는 범죄자나 실종자 색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감염자 통제 등을 이유로 확보가 쉬운 얼굴 정보를 CCTV를 통해 무더기로 수집하고 있다. 장점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또한 인식 오류로 고생하는 일도 적다. 메그비의 안면인식 정확도는 99%를 웃돈다. 쌍둥이도 피해갈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 젊은 층 94%는 안면인식 활용해본 적 있어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일선도시에서부터 점차 확대돼 지금은 중국 전역에 걸쳐 뿌리내리고 있다. 공항을 이용하거나 지하철을 탈 때, 은행 송금을 할 때, 식당에서 결제를 할 때 각자의 얼굴이 피해갈 수 없는 개인 인증 수단이 돼버린 것이다.

지역별로는 수도인 베이징에 시스템이 가장 많이 정착돼 있고, 관련 회사가 밀집돼(42.5%) 있다. 다음은 IT 창업에 특화된 도시 선전(深川)이 위치한 광둥(16.9%)과 상하이(15.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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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상에서 신분증 대신 얼굴을 내미는 것을 중국인들도 익숙해 한다. 중국 매체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개인정보보호연구센터는 지난해 중국인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안면인식 활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스마트폰과 SNS 이용 빈도가 높은 중국의 19∼40세 연령대가 전체 응답자의 8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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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인 94%가 일상생활에서 안면인식을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안면인식 서비스는 돈을 찾거나 송금하는 등의 금융 거래(Payment)와 관련(67.17%)됐다.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도 안면인식은 나를 증명하는 필수 수단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지하철, 기차를 이용할 때 공항에서처럼 모든 짐을 엑스레이에 통과하는 검색대를 거쳤다. 하지만 최근 이 구간에 엑스레이 검색대가 철거되고, 대신 안면인식 스캐너가 들어섰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대중교통 티켓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68%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면서 신분증과 본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위해 얼굴을 내밀었다고 응답했다.

신분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뿌리내린 보안검색대는 이제 학교, 공연장, 아파트 출입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에서는 기숙사와 도서관에 출입하고 출석 체크를 할 때도 ‘얼굴 학생증’을 쓴다. 캠퍼스에서 지갑이나 스마트폰 없이 다녀도 소비가 자유롭다. 얼굴을 은행 계좌와 연동해 놓으면 구내식당이나 매점을 이용할 때 무인기(無人機)를 통해 결제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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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면인식을 주도하고 있는 ‘4마리 용(四小龍)’

금융권을 중심으로 안면인식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는 한국은 최근 공인인증서의 무조건적인 사용이 폐지되면서 기술 도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금은 주로 지문을 쓰지만 점차 얼굴과 홍채 인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기업 네 곳의 특징을 살펴보자.

1. 코로나19로 탄력받은 센스타임(商湯科技, 상탕커지)

2014년 설립된 센스타임은 중국의 인공지능(AI) 간판 기업이다. 특히 핵심 경쟁력인 안면인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창업자인 쉬리(徐立) 대표는 홍콩중문대학 박사 과정 중에 탕샤오어우(湯曉鷗) 정보공학과 교수를 포함한 학교 우수 연구진을 설립 멤버로 대거 영입하면서 탄탄한 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직원 2800명 중 1000명 이상이 AI 전문 R&D 인력으로 얼굴 인식, 이미지 인식, 객체 인식, 텍스트 인식, 의료 영상분석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센스타임은 약 1500건에 달하는 AI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한 세계 1100여 개 기업에서 센스타임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표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 3억 명을 대상으로 실명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인적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서 알고리즘을 탄탄하게 키울 수 있었다.

센스타임은 정부와 진행하는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정부 의존도가 높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안면인식 카메라 시스템은 중국 127개 도시에 설치돼 감시 활동 등에 쓰인다. 드론이나 로봇에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체온이 높은 시민을 골라내는 것인데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와 이미지 식별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 칭화대 수재들이 만든 메그비(旷视科技, 광스커지)

메그비는 칭화대 출신 인치(印奇)가 ‘야오반’(姚班) 동문들과 2011년 설립했다. 그가 졸업한 ‘야오반’은 칭화대 컴퓨터과학 실험반으로, 중국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인재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창업 초기 아이폰 조립 업체인 폭스콘과 안면인식 ATM 개발에 관심 있는 중국건설은행이 1억 달러(1200억 원)를 투자했다. 2015년 메그비는 독일 전자박람회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설립자가 공개한 안면인식 결제 시연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메그비에 대한 투자에 나섰으며, 이후 회사를 알리바바 생태계에 포함했다. 쇼핑이나 식사를 마친 뒤 셀카를 찍으면 연결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메그비는 영상 속에서 0.003초 내에 인물을 추적하고, 1080p 이미지 속에서 0.1초 내에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종과 상관없이 평균 0.2초 안에 안면 대조가 가능하며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 중국 공안부는 메그비의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용의자 체포와 실종자 찾기에 나서고 있는데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의 범죄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 인터넷 금융 기업의 85% 이상이 메그비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3. 정부가 운영하는 AI 스타트업 클라우드워크(云从科技, 윈충커지)

클라우드워크는 중국 4대 AI 스타트업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 기관에서 파생된 곳으로, 중국과학원이 모태이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33개 경제 제재 대상에 클라우드워크를 포함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고객은 국영은행과 중앙기업, 공항과 민간항공기업, 그리고 지방과 도시의 공안당국 등이다. 이들의 안면인식 서비스 이용량은 하루
2억1600만 건에 달한다. 또 클라우드워크는 중국 베이징 허브공항을 비롯한 54개 공항의 안면인식 신분 검사를 맡고 있다.

4. 안면인식 알고리즘으로 미국 콧대 누른 이투(依圖科技, 이투커지)

이투는 고등학교 동창인 주룽(朱瓏)과 린천시(林晨曦)가 2012년 상하이에서 창업했다. 주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으며, 컴퓨터 시각과 AI 분야 전문가다. 상하이교통대 출신인 린천시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알리윈에서 일했다.

2018년 11월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주관한 안면인식 알고리즘 대회(FRVT)에서 이투가 1위와 2위를 모두 휩쓸며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오랜 기간 미국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 온 대회의 주인공이 중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3위와 4위는 센스타임, 5위는 중국선전첨단기술연구원이었다.

쑤저우(苏州) 공안국을 상대로 첫 번째 수주를 따온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주룽 대표가 안면인식 기술을 소개하자 공안국 담당자가 “차량 번호판 인식률이 70%를 넘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3개월 뒤 주룽은 이를 90%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중국 지하철역에 보급된 안면인식 보안 검색대는 대부분 이투의 작품이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이나 브릭스 정상회의, 보아오포럼 등의 보안 시설에도 이 회사의 얼굴 스캔 기술이 쓰이고 있다. 중국 초상은행 ATM에는 안면인식만으로도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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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IT 강국’ 한국은

원조 ‘IT 강국’ 한국도 최근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한 안면인식 기술 상용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카카오페이가 2019년 안면인식 계좌 이체 서비스를 선보였고, 신한카드는 작년 4월 일부 대학가와 푸드코트에서 무인기를 통해 결제하는 ‘페이스페이(Face Pay)’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공항에 안면인식 기반 입국 심사대를 설치하고 운영해 온 씨유박스가 2019년 외국산이던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밀어내고 독자 기술화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술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만큼 준비할 것도 많다. 기술적 완성도는 점차 나아지겠지만 먼저 사회적 우려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얼굴 인식 기능이 편리하긴 하지만 얼굴 정보는 개인정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생체 정보이기에 특히 더 조심스럽다.

우리보다 앞서 안면인식 기술을 상용화한 중국에서도 최근 이와 관련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작년 11월 ‘우리의 얼굴은 정말 안전합니까’라는 주제로 한 특집 방송에서 장쑤(江蘇)성 항저우에 있는 한 야생동물원을 소개했다. 이 동물원이 1년 회원권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안면인식을 통해서만 동물원을 출입할 수 있도록 했고, 최근 이를 거부한 고객과 소송을 벌였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안면인식과 관련한 법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안면인식을 통한 출입구 통제에 불만을 갖고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얼굴 사진과 신분증 이미지를 복사한 개인정보가 SNS를 통해 1건에 2마오(약 30원)에 거래돼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다. 얼굴 정보가 노출되면 금전 사기를 당하거나 돈세탁, 해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웨이 중국정법대 교수는 중국중앙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얼굴과 같은 신체 정보는 이용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만약 수집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이후 쉽게 폐기하도록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CKGSB) 한국사무소장 madiyoo@ckgsb.edu.cn
필자는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칭화대에서 공공관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로 국제부, 미래기획부, 산업부 등을 거치며 주로 중국 관련 취재와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중국의 대표 MBA 스쿨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의 한국사무소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6호 Responses to Climate Change 2021년 0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