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미래 도심 모빌리티의 발전 방향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urbanization)에 따라 모빌리티의 발전 또한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 도시 규모에 따라 자율주행이 적용된 로보택시 및 로보셔틀 서비스가 기존 교통 체계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됨.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주는 시사점미래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정부 및 관련 대기업, 벤처들이 종합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테스트베드 도시 확보가 필요.
모빌리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의 쏘카와 같은 차량 공유(car sharing) 서비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후 모빌리티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관련 서비스도 △택시와 유사한 차량 호출(ride hailing) 서비스 △주차 공간을 찾아 주거나 주차 공간을 공유하는 파킹 서비스 △최종 목적지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시켜 주는 멀티모달(multi-modal) 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확대돼 왔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전기차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면서 100여 년 역사의 자동차 산업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 모빌리티 서비스가 더욱 본격적으로 전개됐을 때의 모습은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변화돼 있을까? 본 글에서는 모빌리티에 있어 자율주행 및 전기차의 역할과 도시화와 모빌리티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역할자율주행과 전기차는 운전자의 편의성 증대 및 도시 내 공기 오염 감소라는 각기 다른 목적하에 개발돼 왔다. 하지만 모빌리티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모빌리티, 전기차, 자율주행, 이 세 가지가 서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됨을 깨닫게 된다. 우선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경우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고, 운전자가 같이 제공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 간의 차이가 없어지며, 다양한 형태의 사업 모델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자율주행은 모빌리티에 있어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2020년쯤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본격적으로 출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기술 및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어 시범 운행을 넘어선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에는 7∼8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이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율주행을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모델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자율주행 차량 렌트(Car2come) 사업이다. 자율주행 차량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모델로 기존 차량 공유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자율주행 차량이 직접 소비자에게 오고, 소비자가 이를 렌터카와 같은 형태로 이용하고 나면 자율주행 차량이 다시 자율적으로 차고지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둘째, 로보택시(Robotaxi)다. 자율주행 차량이 소비자를 호출 장소에서 픽업해 목적지로 운송하는 모델로 자율주행이 운전자를 대체한다는 점만 빼고는 기존 택시 및 차량 호출 모델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로보셔틀(Roboshuttle)을 생각해 볼 수 있다. 7∼8인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버스가 정해진 정거장을 이동하며 승객을 운송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존 시내버스와 유사하지만 운행하는 순간 승객들의 수요를 파악해 이동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을 보면 현재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거리당 이동 요금이 가장 비싼 수단은 운전자가 같이 제공되는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다. 하지만 베릴스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이 대중화될 경우 차량을 시간 단위로 빌려서 운행하지 않는 시간까지 비용을 지불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가 구조가 가장 높아지게 되며, 로보택시의 경우 현재의 약 5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로보택시 기술이 구현된다 해도 실제 이렇게 낮은 가격에 택시를 마음껏 이용하는 세상이 오리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도시의 도로 인프라가 자율주행 차량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로보택시뿐 아니라 일반인이 소유한 자율주행 차량이 사람을 태우지 않은 상태로 운행하는 것까지 포함)과 관련해 새로운 규제 및 세제의 신설이 필요한 이유다.
교통 정체 완화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는 것은 로보셔틀 모델이 될 것이다. 이는 이동 방향이 같은 소비자들의 운행 수요를 합치는 카풀링에 기반한 것으로 현재의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대비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교통량 관리도 더 용이해진다. 2019년 10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세계 1위 자동차 생산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은 다임러, BMW보다 늦게 모빌리티 영역에 진입했다. 다임러가 공유 경제로 인해 개인의 차량 소유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미래를 기대하고 카투고(Car2Go)로 차량 공유 시장을 선점했다면, 폴크스바겐그룹은 대중교통의 관점에서 로보셔틀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2016년 모이아(MOIA)라는 셔틀 서비스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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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시내버스들은 승객이 있건 없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공급자 중심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미래의 대중교통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경로로 이동하는 소비자 중심의 운영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폴크스바겐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카풀이 좀 더 발전적으로 변형된 승차 공유(ride pooling) 서비스 모이아를 대중교통의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이용자들을 모아서 태울 수 있다면 요금은 택시보다 저렴해지고 승객들은 버스를 타고 갈 때보다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자가용 이용자들을 이 승차 공유 서비스가 흡수할 수 있다면 승용차 수 감소로 시내 도로는 원활해지고 공기의 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시내에서도 출퇴근 시간을 조금만 지나면 승객이 몇 명 없는 시내버스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승객들이 앱을 통해 미리 목적지를 입력했을 때 승하차가 필요 없는 정거장은 빠르게 지나치거나 심지어 더 빠른 경로를 통해 다음 정거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차량 운행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승객의 만족도도 더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