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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생애 주기에 딱맞는 여성 친화적 일자리를 꿈꾸며

연현주 | 295호 (2020년 4월 Issue 2)
필자는 홈클리닝 서비스 ‘청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매니저(청소 서비스 공급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잘 교육하는 일이다. 현재 청소연구소에는 2만 명이 넘는 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삶의 이력에 깜짝 놀라곤 한다.

한번은 20년 넘게 통역사로 일하셨던 매니저와 이야길 나눴다. 젊은 친구들에게 밀려 일할 자리가 없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구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전직 교사, 공무원, 간호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매니저들이 있다. 대부분 퇴직을 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는데 아직 부양할 가족도 있고 경제 활동을 하고 싶어 새 기회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필자 역시 창업 전까지만 해도 20여 년간 IT•인터넷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20대와 30대에는 밤을 새워 의욕 충만하게 일했지만 ‘내가 과연 50대가 넘어서도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60이 돼도 사회생활을 하고 싶을 텐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늘 걱정 반 의문 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다.

이렇게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40∼60대 여성을 위한 일자리는 정말 드물다. 우리나라 40∼60대 여성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가지만 이 중 경제 인구는 극히 일부라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출산 등을 고려한 ‘생애 주기에 따른 다양한 여성 일자리’가 필요하다. 20대와 30대에 전력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풀타임 업무(full-time job)뿐 아니라 아이를 출산하고 나이가 들어 50대, 60대가 넘어서도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임 업무 (part-time job)가 필요하단 뜻이다.

우리 사회가 생애 주기에 따른 일자리를 잘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유연한’ 일자리가 기반이 돼야 한다. 40대에서 60대 중 자녀를 둔 여성들은 풀타임잡보다 가족과 건강을 고려한 유연한 근무 형태의 일자리를 원한다. 미국의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성공한 이유도 기존의 나의 생활과 병행해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이 가장 클 것이라고 본다. 현재의 일자리를 4대 보험이나 고용으로 한정하는 좁은 의미의 일자리 개념으로는 절대 포괄할 수 없는 넓은 영역의 유연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플랫폼이 절실하다.

‘직업교육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자녀들을 대학에 보낸 뒤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전업주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덜컥 겁이 나기 마련이다. 경제활동 경험이 거의 없고, 특별한 스킬을 쌓지 않았던 주부나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직업교육은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인식의 제고’다. 유럽, 미국 등 파트타임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교사가 퇴직 후 서빙을 하거나 청소 업무나 관광 가이드 등을 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장년층이 갖는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자연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와 인식이 부족하다. 적절한 육체노동과 삶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업무들은 연륜과 인내심이 더해지면 분명 더 멋지게 탄생할 수 있다.

생애 주기에 따른 일자리는 우리가 4대 보험이나 취업률 등으로 단순하게 재단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으로의 일자리를 재정의함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로 인해 일자리 문제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건강과 일에 대한 의지를 가진 이들이 편하게 다양한 일자리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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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국IBM,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국내 유수 IT 기업을 거치며 경력을 쌓아 왔다. 7년간 재직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에는 광고 기획 팀장과 사업개발 팀장을 맡으며 신규 사업 발굴 및 M&A를 추진했다. 이후 엔씨소프트 전략기획을 거쳐 2013년 카카오 비즈팀장 및 이모티콘 사업 총괄을 맡았다. 2015년 카카오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을 지냈다. 2017년 1월 생활연구소를 창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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