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ditor’s Letter

성공 뒤에 감춰진 눈물

김남국 | 258호 (2018년 10월 Issue 1)
경영학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자칫 성공이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일부 경영학 연구자들이 성공의 결과물을 놓고 몇 가지 이론적 프레임에 맞춰 그 원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따라 하면 나도 금방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공을 만들어낸 사례들을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최적의 사업 모델은 기업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경영 이론과 모델을 활용해 쾌도난마처럼 해답을 쉽게 찾은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험난한 학습 과정을 견뎌냈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혜와 통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DBR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음식료 업종에서의 성공 사례들을 집중 분석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을 통해 친숙한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는 인지도로 쉽게 성공을 일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심층 인터뷰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해물떡찜이라는 아이템으로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내 수많은 경쟁자가 등장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뼈저린 경험을 토대로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또 질 좋은 소고기를 대폿집 분위기에서 서비스하는 혁신적인 모델이 잠깐 관심을 끌다 외면당했던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와 거리가 있는 ‘혁신을 위한 혁신’의 위험성도 절감했습니다. 이런 좌절과 고통을 토대로 그는 중화요리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주방장을 비싼 임금을 주고 고용하지 않고도 표준화한 맛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고품질 짬뽕을 3500원에 판매하는 등 백종원 특유의 개성이 들어간 혁신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는 빵집 오월의 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 제과점이 당장 고객들의 강한 식감을 자극할 수 있는 강렬한 맛을 지닌 케이크나 단팥빵 등에 집중할 때 오월의 종은 심심한 맛의 소위 ‘식사 빵’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대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재료를 사용하고 온도와 습도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의 차이를 잡기 위해 지점별로 서로 다른 레서피를 개발했습니다. 심지어 빵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맛에 반영된다는 생각에 아프거나 표정이 좋지 않은 직원은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일산에 낸 빵집이 실패하는 등 5년여의 어려움을 이겨낸 후 어느 날 마법처럼 성공이 찾아왔습니다.

이외에도 고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고급화에 성공해 비용과 품질의 딜레마를 극복한 월향, 기술력을 가진 해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품질 관리와 강력한 브랜딩 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제주맥주, 불리한 입지 여건을 극복하고 여성이나 커플이 찾는 중식당이란 새로운 모델을 개척한 모던눌랑 사례 모두에서 기업가의 치열한 고민과 도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인 파인다이닝의 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도 함께 모색해봤습니다.

그 어떤 가공의 이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훨씬 큰 감동을 줍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사례를 통해 경영에 대한 큰 지혜와 영감, 그리고 감동까지 함께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