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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경영

소비자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모딩’

이경혁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7년 게임계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대성공이 큰 화제였다. 간만에 등장한 국산 게임 글로벌 히트 작품을 두고 다양한 성공요인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특정 게임의 데이터와 작동방식을 플레이어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모딩’의 관점에서 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실 모딩은 게임산업 전체, 조금 더 확장하면 현대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흐름으로부터 비롯되는 현상이다.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미디어 산업은 이제 단순히 완성된 형태의 완벽한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소비자, 즉 프로슈머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비즈니스여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딩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상품화하는 효율적인 전략이 된다.

게임계에서 2017년 한 해는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열풍은 이제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배그는 여전히 한국 게임산업계에서 무게감을 잃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판매량은 총 2700만 장. 액수로는 64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서비스인 ‘스팀’에서 단일 게임 동시접속 사용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기네스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수시장에 크게 기대 오던 모바일 중심의 국내 게임산업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배그’의 기록들은 여러모로 국내 콘텐츠산업계에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됐다. 1
‘배그’의 성공은 단지 매출 수치로만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 영역 전반에서 성공의 여파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세계적인 히트작을 내지 못하던 한국 게임계에서 간만에 터뜨려 낸 성과는 인터넷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에서 ‘최대 시청자 수를 보유한 게임’으로, 늘 외산 게임들이 지켜오던 ‘국내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한 게임’으로 나타났다. ‘배그’의 성공은 그래서 단지 몇 카피가 팔렸느냐에 그치지 않고, 이 게임을 활용해 펼쳐지는 e스포츠, 각종 게임방송 등을 통해 게임 하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디지털콘텐츠의 생태계 규모를 포함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 규모의 성공을 일궈냈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배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사례화한다. 물론 한두 가지의 요소만으로 이뤄낸 성공은 아닐 것이다.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유행을 적기에 캐치해 낸 개발진의 역량, 모험적인 아이템에 쉽지 않은 투자를 결정한 경영진의 인사이트, 도전적인 컨셉을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게 만들어 낸 이들과 그들의 창의성을 흔들지 않았던 관리자들. ‘배그’의 흥행 성공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 왔던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여러 요소들이 중첩돼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유독 특별해 보이는 한 가지 지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부족하다. 이 지점은 비단 ‘배틀그라운드’뿐만이 아니라 게임산업 전체, 아니 조금 더 확장해서 현대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흐름으로부터 비롯되는 현상이다. 성공한 국산 게임 하나가 성공의 배경으로 품었던 이 지점 하나는 생각할수록 더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모딩’이다.

모딩이란 무엇인가

모딩(Moding)이란 개선, 수정 등의 의미를 담은 모디피케이션(Modification)의 줄임말인 모드(Mod)로부터 파생된 말이다. 게임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딩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모드를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모드는 방식, 상태 등을 가리키는 Mode가 아닌 위에서 언급한 모디피케이션을 줄인 Mod를 가리키는 단어로, 특정 게임의 데이터와 작동방식을 플레이어의 입맛에 맞게 수정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모드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다채롭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액션 게임에서의 전투 장면이 재미없다고 여겨질 경우, 몇몇 모더(Modder)들이 직접 해당 게임의 전투에 관련된 수치 데이터들을 수정해 좀 더 다이내믹한 전투로 바꿔놓는 모드들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가벼운 예라면, 이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게임 안에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높은 그래픽 수준과 대단한 게임성으로 이름 높은 GTA(Grand Theft Auto)는 모든 시리즈에서 도로에 돌아다니는 멋진 자동차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구매하거나 빼앗아(!) 탈 수 있게 돼 있는데, 각종 지재권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제 존재하는 차량 디자인이 아닌 독자적인 디자인의 차량들이 기본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몇몇 모드들을 추가로 설치하면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각종 슈퍼카들이 그대로 게임 안에 구현돼 자동차 마니아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즉, 게임제작사가 만든 모든 게임 내 차량은 가상의 모델이지만 차량 마니아들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모드에서는 실제 현실에 돌아다니는 슈퍼카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얘기다. 이는 차량회사도, 게임회사도 아닌 플레이어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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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딩은 출시가 완료된 콘텐츠 상품으로서의 게임을 소비자가 직접 뜯어고치는 행위이기에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언뜻 보기에 콘텐츠의 무단 사용과 재배포 등을 걸고넘어질 수 있는 불법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뜻밖에도 많은 게임사는 오히려 이런 모드의 제작을 환영하는 편이며 모더들의 편의를 위해 게임 프로그램을 보다 손쉽게 수정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작 툴 등을 게임과 함께 공개하기도 한다. 전통의 명작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게임에 포함돼 있는 맵 에디터는 단지 게임 속의 지형을 수정하는 기능을 넘어 프로그램 구현도 가능한 수준의 강력함을 자랑한다. 덕분에 스타크래프트 안에서 ‘마피아게임’과 같은 오프라인 게임을 만들어 즐기거나 아예 다른 형식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 내는 등의 자유로움이 추가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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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혁grolmarsh@gmail.com

    현)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게임문화 연구, 게임연구자
    현)시사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게임 관련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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