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혁신 추진 땐, 시차간격을 충분하게 外

238호 (2017년 12월 Issue 1)


Psychology

여러 가지 혁신 추진 땐 시차간격을 충분하게

Based on “Tired of innovations? Learned helplessness and fatigue in the context of continuous streams of innovation implementation”, by Goo Hyeok Chung, Jin Nam Choi and Jing Du in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8(2017), pp. 1130-1148.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많은 연구들이 혁신을 통해 고객 만족, 효율적인 업무 처리, 시장점유율 증가, 수익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조직 내부적으로 근로자들로 하여금 혁신에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새로운 정보처리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의 약 68%가 부분 혹은 완전 실패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를 이해하면 향후 추가적인 혁신 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혁신 역량은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창의성과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옮기는 실행력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동안 연구들은 이 두 가지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특성, 조직 상황을 주로 분석했다. 이런 연구들은 혁신을 일회성의 단기적인 과정으로 본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혁신은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도전 과정이자 흐름이다. 지속성의 관점에서 혁신 과정을 탐구할 때 과거 혁신 경험이 이후의 혁신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다.

본 연구는 과거 혁신에 대한 직원들의 인지 평가가 혁신에 대한 직원들의 신념, 구체적으로 무기력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 가지 차원에서 조사했다. 먼저 조직에서 혁신이 도입되는 간격(이전 혁신과 다음 혁신 간의 간격)과 양적인 ‘강도(intensity)’가 근로자들의 지각(perceptions)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또 이전의 혁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을 때, 즉 질적인 ‘실패(failure)’가 근로자들의 지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혁신은 본인의 일상적인 업무 외에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탈진과 피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직원들로 하여금 향후 혁신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도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본 연구는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 내 근로자들이 느끼는 탈진과 피로 현상을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한국과 중국의 연구자들은 중국과 한국 조직 내 84명의 관리자와 이들과 근무하는 397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관리자들은 MBA 수업을 통해 조사에 참여했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76가지의 관리 혁신(인적자원관리, 팀제로의 변화 등)과 8개의 기술 혁신(정보 기술 변화, 품질 측정 도구 변화)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전 혁신에 대한 강도, 실패와 혁신에 대한 ‘무기력’과 ‘피로’가 이후 혁신 행동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 조사했다. 여기서 무기력은 ‘내가 혁신에 참여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혁신에 관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지각을 말한다. 피로는 혁신과 관련된 일에 정서적으로 소진돼 있거나 혁신과 관련해 다른 사람과 일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지각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이전 혁신에 대한 강도와 실패 지각이 강할수록 혁신에 대한 무기력감이 커졌고, 이러한 무기력감의 증가는 혁신 피로에 대한 지각을 증가시켰다. 즉 혁신 경험이 자주 발생할수록, 또 혁신을 실패한 경험이 많을수록 혁신에 대한 무기력감이 커지고 혁신 과정에 대한 피로도 증가시켰다. 다만 혁신의 강도가 낮으면 실패 경험이 많을 때에만 무기력감이 높게 나타났지만 혁신 강도가 높을 경우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무기력감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 행동은 당장의 결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그에 따른 피로감은 이후 혁신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혁신에 대한 피로감이 혁신 행동을 감소시키면서 전체적인 혁신 결과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지속적인 혁신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를 분석했다. 혁신과 관련된 대부분 연구들은 혁신을 일회성의 단일한 사건으로 다루면서 혁신이 지속적인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이 연구는 혁신의 패턴과 과거의 경험이 이후 혁신의 성공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제로 혁신의 지속성을 강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과거 혁신의 강도와 실패에 대한 직원들의 인지적 평가가 직원들의 혁신에 대한 무기력과 피로에 영향을 미쳐 미래의 혁신 성공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혁신에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과거 혁신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관리자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최고경영자는 여러 가지 혁신을 추진할 때 충분한 시차와 간격을 설정하는 게 좋다. 너무 잦은 변화와 혁신 시도는 혁신에 대한 무력감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이후 혁신 과정의 실패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리자들은 혁신 과제를 연속적으로 추진할 때 긍정적인 강화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가급적이면 실패보다는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과거 혁신 실패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주의 깊게 전달하고 다음 혁신 과정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게 좋겠다.

또 직원들은 이전 혁신이 성공했다고 인지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업무 관련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할 것을 요구받을 때 감정적 소진을 느끼고 무기력을 경험할 수 있다. 관리자들은 이전 프로세스 혁신 성과와 더불어 이후 프로세스 개선 요구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직원들의 정서나 평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과거 혁신의 실패 경험에 관해서만 연구했는데 앞으로 과거 혁신의 성공 경험이 이후 혁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또 혁신의 흐름을 고려해 단기적, 장기적 혁신 과정에 관한 후속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조교수 ksmoon@cau.ac.kr

필자는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사컨설팅기업 SHR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산업 및 조직심리학으로 조직행동관리, 안전심리, 동기심리, 인간공학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Management Technology

 
혁신생태계 대처 위해 특허도 코피티션 전략을

The evolu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strategy in innovation ecosystems: Uncovering complementary and substitute appropriability regime by Marcus Holgersson, Ove Granstrand and Marcel Bogers in Long Range Planning, 2018(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특허법에 따르면 특허제도는 발명을 보호·장려해 국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대신 한정된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부여함으로써 혁신의지를 고취시키고 공개된 기술을 활용한 산업발전을 도모한다.

문헌상 최초의 특허법은 14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네상스 이후,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베니스는 모직물공업 발전을 위해 법을 제정해 제도적으로 발명을 보호했다. 현대적 특허법의 모태는 영국의 전매조례(Statute of Monopolies)다. 이는 산업혁명의 근간이 된 방적기와 증기기관의 탄생에 기여했다.

이렇듯 특허제도는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와 복잡성이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기업 혼자 모든 기술혁신 과정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다시 말해 기업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간 역학관계가 단순한 경쟁에서 공진화적 발전(Co-evolutionary Development)인 코피티션(Coopetition, 협동을 뜻하는 cooperation과 경쟁을 뜻하는 competition의 합성어) 관계로 변하고 있다. 코피티션은 기업 간 극단적인 경쟁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기업자원을 공유하거나 기술혁신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상생혁신전략이다.

복잡한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 속에서는 특허를 단순히 기술혁신의 결과물을 지키는 방어 전략으로 활용하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스웨덴 칼머기술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의 홀거슨(Holgersson) 교수팀은 1980년부터 2015년까지의 4세대(1G, 2G, 3G, 4G)에 걸친 이동통신 기술의 특허전략을 분석함으로써 기업들의 특허전략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과정을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홀거슨 교수팀은 에릭슨, 구글,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노키아, NTT도코모, 삼성전자, 소니, 텔리아(Telia)의 연구개발, 지식재산권, 표준화 담당자들과 100회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들 기업의 특허를 분석했다. 그 결과 35년 동안 이동통신기술이 1세대(1G)에서 4세대(4G, LTE-Advanced)로 발전하면서 특허전략도 변화해 왔음을 발견했다.

초기 이동통신기술 개발기에는 몇몇 북유럽 기업들이 이너서클을 형성하면서 특허가 큰 이슈로 대두되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이동통신기술의 신흥강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너서클이 붕괴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특허가 고유 기술을 보호하고 경쟁자의 모방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특허가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술복잡성이 증가하자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표준을 주도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특허의 상호 교차 라이선싱(cross-licensing)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계기가 됐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샤오미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특허 교차 라이선싱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1500개의 특허를 확보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노키아와도 교차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추후 특허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서유럽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y)의 데이비드 티스(David Teece) 교수가 주창했던 보완자산(complementary assets)이란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상호 의존되는 자산을 형성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모방을 어렵게 하는 전략이다. 이 연구는 보완자산의 개념이 특허전략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제품을 구성하는 기술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특정 핵심 기술뿐 아니라 보완재에 있는 기술, 심지어 대체재 관계에 있는 기술까지도 기업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제품의 가치가 하나의 특정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스크린 터치, 음성인식, 무선 충전,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다수의 기술이 성공적으로 조합돼야 스마트폰으로서의 고유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개별 기술 간의 상호의존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스마트폰은 중심이 되는 핵심 기술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는 대체기술도 더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도입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술개발 속도가 가속화되고 그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기술의 독점적 소유보다는 전략적 활용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듯이 경쟁과 협력의 중간점에서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코피티션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특허를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방어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해당 기술로부터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보완자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것이며, 다른 특허를 통해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반면에 특허를 지나치게 개방적으로 운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술을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유한 강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지나친 경쟁과 맹목적인 협력보다는 중간자적 견지에서 적절한 수준의 교차 라이선싱을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 효과를 극대화하는 코피티션 전략이 필요하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jmahn@sogang.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기술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소기업청,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개방형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high value manufacturing)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활동, 기술창업과 사업화, 기술혁신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Behavioral Economics

소비가 미덕이면 절제는 미학이다

Based on “Does self-control predict financial behavior and financial well-being?” by C. Strömbäck, T. Lind, K. Skagerlund, D. Västfjäll, and G. Tinghög in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2017), 14, pp.30-3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자기통제는 보통 나쁜 습관을 버리고 유혹을 뿌리치며 충동적 행동을 억누르는 능력으로 묘사된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인도하려는 시도로 보기도 한다. 미래의 내가 현재로 올 수 있다면 일어날 일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현재의 나보다 월등히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내가 하는 말을 거스르는 것은 올바른 판단과 최상의 선택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이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초능력이 존재해야 가능한 얘기지만 자기통제의 역할을 간명하게 설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자기통제가 보다 나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합리적 인간은 자기통제를 하는 습관을 들여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기통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업무, 과제, 가사, 또는 공부를 할 때 계획에 따른 시간분배를 통해 일을 나눠 처리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바람직한 습관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자꾸 뒤로 미루려고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허둥지둥 처리하는 모습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행동생애주기가설(behavioral life-cycle hypothesis)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계획’과 ‘실행’은 항상 갈등관계에 있다. 대부분의 계획은 절제와 인내를 요구한다. 절제와 인내가 충분치 않으면 계획은 실행되기 전에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재무행위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풍요롭고 편안한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저축이 권장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축 계획은 걱정 없는 노후를 보장할 만큼 충분히 실행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절제가 청소년기, 청년기, 성년기, 장년기에 걸쳐 긍정적인 사회적 특성을 나타낸다는 연구도 많다. 그중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것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절제 테스트를 한 스탠퍼드대 미셸 교수팀의 1972년 실험이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작은 과자 하나가 놓인 책상으로 안내된 후 “지금 과자를 먹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15분을 기다리면 지금 책상에 놓인 과자보다 더 많은 과자를 먹을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책상 위의 과자와 함께 홀로 남겨진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의 67%가 당장 책상 위에 있는 맛있는 과자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더 많은 과자를 먹는 데 실패했다.

미셸 교수팀은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삶을 50년 이상 추적해 놀라운 결과를 발견한다. 어린 시절 유혹을 물리쳤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높은 SAT 점수, 교육성취도, 자존감, 스트레스 해소 능력을 보였다. 반면 마약중독율과 비만도 지수는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낮았다. 후속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절제능력(자기통제능력)이 우수한 어린이들이 성장해서 더 나은 건강상태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렸다. 범죄자가 될 확률은 낮았고 주택 소유주가 될 확률은 높았다. 절제가 지능지수(IQ)보다 미래의 학업능력을 예측하는 데 더 탁월하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절제와 재무행위 간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스웨덴 린쇼핑대의 스트롬배크 교수팀이 궁금해 하고 탐구한 질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스트롬배크 교수팀은 행동생애주기가설을 재무 행위에 적용할 목적으로 2016년 5월에 20∼75세 연령의 스웨덴 국민 206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은 재무행동척도를 측정하는 여러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실험에 참가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자기통제(절제)가 저축 성향과 재무의사결정에 대한 만족도(재무만족도),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결과는 행동생애주기가설의 예측과 비슷했다. 자기통제력이 강할수록 저축 성향은 높았다. 또한 자기통제가 약한 그룹에 비해 공과금 적시 납부, 충실한 비용 관리, 분별 있는 소비행위, 신용카드 사용료 매월 정산, 은퇴를 위한 대비, 적극적 투자활동(증권투자) 등의 건전한 재무행위를 하고 있었다. 절제하는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훨씬 안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들의 현재나 미래 경제상황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강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기통제 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심리적 요인으로 간주되는 낙관주의와 신중한 사고도 저축 성향, 건전한 재무행위, 재무안정성과 불확실성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말이 헛된 구호가 아닌 듯싶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약이 되는 말은 쓰고, 독이 되는 말은 달다는 말이 있다. 도움이 되는 말은 듣기도 싫을 뿐만 아니라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뜻일 게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미래에서 온 나의 충고는 쓰다. 스트롬배크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쓰고 귀찮은 자기통제가 결국은 달콤하고 활기찬 미래를 여는 단초 역할을 한다. 절제가 항상 긍정적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충동에 충실한 삶이 유난히 자유롭지도 않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용과 조화, 균형이 최고의 덕목이 됐나 보다. 전 세계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친 지 오래다. 그러나 균형은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이끌어 이루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서로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해 만들어내는 절제의 미학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Political Science

미국 진출할 한국 기업 어느 지역에 투자해야 할까 

Based on “Cities as Lobbyists” by Rebecca Goldstein, Hye Young You in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2017), 61(4), pp. 864-876.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정부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강력한 수입규제 조처에 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업계와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한 보도 중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삼성과 LG의 미국 현지공장 건설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를 강조하는 우리 측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공장이 건설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의 주지사가 워싱턴으로 날아가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이 나눠져 있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입장이 다를 경우 지방정부가 나서서 연방정부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로비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언제, 그리고 왜 연방정부에 로비활동을 할까. 그리고 그런 로비활동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본 논문이 주목한 이 질문은 미국 현지로 진출해 투자할 지역을 물색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지방정부가 연방정부에 대해 우리와 같은 편에 서 줄 아군이 될 수 있을지 팁을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할 일은 많은데 돈은 없는 시(市)정부(주로 민주당 성향의 시 정부다), 특히 씀씀이에 인색한 공화당 주(州)정부(red state)에 재정을 의존해야만 하는 (민주당 성향의) 시정부가 가장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이른바 공공재(public goods)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다는 의미이고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및 정치인들에게는 공공재의 제공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신념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성향의 ‘진보적인(liberal) 지방정부’가 로비에 더 적극적일 것이란 가설이다. 동시에 시와 같은 지방정부 단위는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주정부 혹은 연방정부에 의존하게 되는데 주지사가 공화당 출신인 경우 정부 지출에 보수적인 태도를 갖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달라는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차라리 연방정부에 로비하게 된다는 것이 또 다른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미국의 시정부가 보고한 1999년과 2012년 사이 1만3800여 건의 연방정부 로비활동을 분석해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검토했다. 이어 로비활동이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 배정한 예산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단순히 봐도 보수성향 주(州)의 진보성향 시(市), 즉 ‘red state’와 ‘blue city’의 조합에서 가장 적극적인 로비활동이 나타났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타의 요인들이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에 로지스틱 회귀분석(pooled logit regression)을 통해 다른 요인들의 효과를 함께 살펴본 결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타났다.

우선, 시와 주정부의 일인당 지출과 주정부의 지출 간 차이라는 변수를 사용해 분석했다. 예상대로 그 간극이 클수록 로비는 더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구를 담당하는 하원의원이 민주당 출신인데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일 경우 더 공격적인 로비를 하게 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역구를 위한 공공재 지출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아 로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공화당 주지사는 지역을 위한 지출 요구에 냉담하므로 연방정부 로비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종 구성의 다양성이 큰 도시일수록 로비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시정부의 노력은 원하는 결실을 낳을까? 본 논문에 따르면 대답은 ‘그렇다’. 단순히 로비와 연방정부 예산배정 간 상관관계를 분석할 경우 예산배정의 가능성이 높을 때 로비를 더 많이 하게 되든지, 혹은 반대로 가능성이 낮다고 볼 때 로비를 더 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다. 하지만 본 논문은 이를 워싱턴행 직항 비행기 노선의 존재 여부라는 ‘도구변수’의 사용을 통해 보다 엄밀하게 그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물론 결과는 저자들이 예측한 대로였다. 로비에 사용한 액수가 커질수록 연방정부로부터 따낸 예산은 증가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지방정부, 주정부, 연방정부가 분리돼 있는 미국 정부의 제도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 현지에 투자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본 논문은 정부예산을 두고 일어나는 정부 단위 간 각축전에 초점을 맞췄지만 세탁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미 간 무역분쟁에서도 등장했듯이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선호의 불일치로 말미암아 일어날 수 있는 틈을 우리 기업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논문이 제공해주는 분석의 함의를 잘 곱씹어 본다면 그런 경우 ‘누구에게 로비해야 하는지’ 적절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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