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직관의 오류 막는 방법, 전문성 키우는 것뿐
Based on “Name-Based Behavioral Biases: Are Expert Investors Immune?” by Jennifer Itzkowitz and Jesse Itzkowitz,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2017), 18(2), pp. 180-18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주식이 가진 진정한 가치(본질가치)에 기반을 둔 주식투자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천, 수백 개의 주식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 주식가격, 52주간 최고 및 최저가격, 배당액, 수익률, 위험 등 주식에 관한 각종 정보를 면밀히 수집,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는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간이 지닌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방대한 주식정보를 지속적, 효율적, 효과적으로 분석한 후 저평가된 주식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주식투자자들은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무의식적이고 유전적이며 단순화된 문제해결법에 의존한다.
주식투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휴리스틱의 하나가 기업명 효과(name-based heuristic)다. 기업명 효과는 주식투자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발음이 편한 기업명을 가진 주식에 호감을 느끼거나 선택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아이폰과 애플컴퓨터로 유명한 애플(Apple Inc.)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주식 중 하나다. 나스닥시장에서 통용되는 애플의 기업명 약자[티커(Ticker)라고 불림]는 APPL이다. Apple이라는 본명에서 ‘e’가 빠졌지만 누가 봐도 애플의 명칭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애플의 티커가 AEFFEL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업명 효과에 의하면 이 경우 애플의 거래량이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APPL과 AEFFEL이라는 기업명 자체가 애플의 본질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도 말이다. 철수가 개명을 해서 수철이가 된다고 본래 철수라는 개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명 효과는 과거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기업의 이름에 닷컴(.com)만 붙여도 주식가격이 폭등하던 현상과 사촌지간이다. 그러나 기업명 효과가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세튼홀대의 이츠코위츠 교수팀은 최근 주식투자자가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함양할수록 기업명 효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업명 효과를 △알파벳 휴리스틱 △발음 휴리스틱 △광고 휴리스틱의 세 가지 세부적인 휴리스틱으로 나눴다. 그리고 기업명 효과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연구에 사용된 표본기업들 중 기관투자가의 투자비중이 높은 경우를 전문투자자 그룹,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은 경우를 일반투자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실증분석 결과,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형태의 기업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앞쪽 알파벳 (A, B, C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이 뒤쪽 알파벳(X, Y, Z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보다 거래가 활발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발음하기 쉽거나 의미 있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을, 발음하기 어렵거나 무의미한 문자의 나열로 이뤄진 기업명을 쓰는 주식보다 더 많이 매수했다. 또한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의 주식(쉽게 기억나는 기업)이 광고 횟수가 적은 기업의 주식보다 거래량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결과는 기업명 효과의 희생자가 주로 일반투자자였다는 점이다. 일반투자자와 달리 전문투자자는 알파벳 휴리스틱과 발음 휴리스틱을 주식매매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전문투자자도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정도는 일반투자자보다 훨씬 덜했다.
전문투자자들은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주식거래 경험이 풍부하고 과제 해결 능력, 정보처리 능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기업명이 주는 편의성이나 친숙성보다는 주식의 본질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전문성이 휴리스틱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전문투자자건, 일반투자자건 휴리스틱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수십 년간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비합리성의 정도나 투자의 결과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더 합리적이고 가치창출적 분석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츠코위츠 교수팀의 발견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누구도 휴리스틱의 사용으로 인한 편향적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배움은 헛되지 않다는 것, 전문가적 소양을 키우려는 노력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 허접한 우리의 본성을 전문성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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