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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비시장 키워드

베트남, 이젠 생산기지 아닌 소비시장 ‘CSR’로 소비자의 마음 사로잡아라

이은미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00년만 해도 400달러에 불과하던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섰다. 인건비 증가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은 그만큼 자라났다. 세계의 공장에서 전 세계서 가장 핫한 소비시장으로 변신한 중국의 사례를 감안해볼 때 이제 우리는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가성비(Cost-effectiveness), 안전(Safety), 세련미(Refinement)의 약자를 딴 ‘CSR’이 베트남 소비자들의 가슴을 관통할 키워드로 꼽히는 가운데 안전 먹거리, 유통, 자동차 및 차량 액세서리, 유아용품, 화장품, 반려동물용품 산업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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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한국-베트남 간 국적기 운행 횟수는 몇 회일까? 정답은 233회. 하루 평균으로 치면 33회다. 베트남행 직항 국적기가 운행되는 도시는 수도 하노이, 경제도시 호찌민, 제3의 도시 다낭, 휴양지 나짱 이렇게 네 곳이나 된다. 2001년 인천-하노이 직항기가 처음 취항할 때만 해도 인천-호찌민 직항 노선 운행횟수는 주 10회에 불과했던 것이 그사이 20배가 넘게 늘었다.

2016년 베트남을 찾은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1001만273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중 한국인은 중국(약 270만 명) 다음으로 많은 154만 명에 달했다. 과연 이들이 호찌민 벤탄시장,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세계에서 아름다운 6대 해변으로 꼽히는 다낭 미케 해변을 방문하기 위한 관광객들이었을까?

한국은 2014년 이래 3년 연속 베트남 최대 투자국 지위에 올라 있다. 2016년 베트남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205억9000만 달러(승인액 기준)에서 한국의 투자액이 60억4000만 달러로 전체 FDI의 29.3%를 차지했으며 베트남 진출 현지 법인만 해도 4700개 이상이다. 이렇듯 우리는 비즈니스를 위해 베트남에 가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베트남 시장 진출 1호 한국 기업은 1991년 12월 진출한 한주통상(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생산)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는 노동집약 산업인 섬유, 봉제업 중심으로 연 20만 달러 이하의 투자가 이어졌다. 그때까지 기업들에 ‘기회의 땅’은 중국이었다. 1970∼1980년대 국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한국의 신발, 봉제 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했었다. 1980∼1990년 사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700달러에서 6000달러로 급증했지만 중국은 300∼400달러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1000달러를 넘은 중국의 1인당 GDP가 2006년 2000달러까지 치솟자 기업들은 베트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0년 베트남 1인당 GDP는 과거 중국과 비슷한 400달러였다. 게다가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MFN)으로 종전 평균 40%에 이르던 섬유·봉제, 완구류 등의 대미 관세율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미국 수출 특수라는 호재도 있었다. 이후 10여 년간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임금도 상승을 거듭해 한국이 베트남의 1위 투자국으로 올라선 2014년,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캄보디아, 라오스, 더 멀리 떨어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공장 이전을 고민하며 그와 동시에 베트남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과거 인건비 때문에 중국을 떠났지만 이후 중국은 상승한 인건비와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핫한 소비시장으로 부상했고 연 6∼7%대의 경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

여러 국가들의 발전 경험을 보면 1인당 GDP가 1000∼3000달러로 상승할 때 사회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산업구조가 농업 중심에서 탈피해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한편 2000달러 수준부터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필품과 일반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그리고 3000달러를 넘어서면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호찌민 시티증권의 피아크라 맥카나 리서치센터장은 “올해가 베트남 투자의 적기(適期)”라며 가장 눈여겨볼 만한 섹터로 의식주(衣食住)를 중심으로 한 필수소비재를 꼽았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선 만큼 본격적으로 입고, 먹고, 자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4년 뒤인 2021년이 되면 베트남의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거점으로서의 매력은 덜해졌을지 몰라도 이때부터 비로소 소비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나타난다. 향후 5년 내 베트남의 시장의 얼굴은 중국 못지않게 바뀔 것이다.



베트남 소비시장의 미래

베트남의 인구는 한국(북한 제외)의 약 1.8배인 약 9200만 명이며 국토는 약 3배(33만 ㎢)에 달하는데 북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라오스, 캄보디아와 접경하며, 남중국해까지 S자 형태로 1700㎞를 따라 길게 뻗어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이 베트남을 북부, 중부, 남부 지역으로 나눴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베트남 통일 과정에서 일어난 전쟁(1960∼1975년)과 분단이 북쪽의 하노이(현재 수도)와 남쪽의 호찌민(베트남 대표 경제 도시)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달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남부 호찌민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한 경제 도시로 인구 규모가 824만 명으로 가장 많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그리고 대표 경제 중심지답게 1인당 GDP가 이미 5000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하노이는 북쪽 지역의 중심지로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겨울철 난방용품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전통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발전해왔으며 각종 정부 기관이 위치해 있고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인구는 739만 명, 1인당 GDP는 3500달러 수준이다. 중부 해안가에 위치한 다낭은 우리에게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베트남에서의 제3의 도시이자 중부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인구 100만 명, 1인당 GDP 3059달러 수준이다.

이들 주요 도시의 소득 수준은 이미 내구소비재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한다는 3000달러를 넘어섰다. 이 세 도시의 인구 총합은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8%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매년 1.1% 수준으로 늘어날 때 이들 도시의 인구는 4%씩 증가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변화에서 우리는 향후 베트남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키워드: CSR

베트남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CSR’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CSR’은 가성비(Cost-effectiveness), 안전(Safety), 세련미(Refinement)의 약자다.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이 기업과 사회의 지속적인 공생을 도모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소비자의 마음을 압축한 CSR은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소비시장으로의 지속적인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돼 줄 것이다.

1. 가성비(Cost-Effectiveness)

가성비는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가성비’ 개념은 베트남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제품인 비비(BB)크림, 씨씨(CC)크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베트남에서 만든 파운데이션 제품보다는 비싸지만 미국, 유럽 등의 브랜드 제품보다는 저렴하고,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 기본 목적인 피부톤 보정뿐 아니라 피부 보호, 수분 공급, 자외선 차단, 미백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일반 한국 소비자들도 이용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용도의 베트남산 제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기대하는 목적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 기대보다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이야말로 베트남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성비를 갖춘 제품이다.

2. 안전(Safety)

작년 베트남 전역에서 가장 떠들썩했던 이슈로 베트남 중부 해안 지역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던 ‘포모사 사태’를 꼽을 수 있다. 대만 철강업체 포모사 하띤 제철소의 독성 물질 무단 방류가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이 지역에서 잡힌 오염된 어패류가 베트남 전국으로 유통되고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연일 보도되면서 베트남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 건강, 나아가 외국계 기업에 의한 환경 파괴 등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증폭된 사건이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자국 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으로 수입 제품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무료 백신을 배포해도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사립병원에서 수입 백신을 구매해 맞추는 실정이다. 포모사 사건 이후 베트남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진 가운데 먹거리 시장에서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대해 무려 95%가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대도시 소비자를 중심으로 신선 농산물을 직접 농촌에 거주하는 친척, 친구로부터 구입하거나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식품 안전 기준이 엄격한 일본, 유럽, 뉴질랜드산 제품 구매를 선호하고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 친환경 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 밖에도 안전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유아용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파우더 제품에서 암 유발 물질이 검출됐다는 이슈가 불거지자 베트남 엄마들은 불매 운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다. 존슨앤드존슨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단순히 조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3. 세련미(Refinement)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한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고 물으면 ‘고급스럽다’ ‘멋지다’ ‘깨끗하다’ ‘똑똑하다’ ‘예쁘다’라는 단어들을 언급한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 방송 등의 영향이 큰데, 종합하면 ‘세련됐다’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최근 들어 이 같은 ‘세련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과거 베트남 소비자들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움과 절제된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여성들의 화장, 실내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잘 볼 수 있다. 베트남 여성들은 최근 강렬한 색조보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표현,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화장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예전에 베트남에 가면 길가에 놓인 한국의 낮은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에 앉아 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대도시 베트남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스타벅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세련되고 잘 꾸며진 커피전문점 이용이 늘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과거 묵직한 원목 가구와 세라믹 바닥재가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가볍고 현대적인 느낌의 가구나 고급스러운 질감과 색 표현이 가능한 나무 마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에 좀 더 고급스럽고 정돈된, 세련된 모습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나고 있다.



베트남 소비시장에서의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분야는?

1. 안전 먹거리를 공급하는 식품 산업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김치 제조업체 옹킴스, 12월 베트남 대형 냉동식품업체인 까우째(Cau Tre)에 이어 올해 3월 베트남 1위 미트볼 제조업체 민닷푸드(Minh Dat) 인수에 나서 현재 최종 딜 클로징만을 남겨놓고 있다. 베트남 식품제조 기업 인수 이외에 호찌민 흡픅(Hiep Phuoc) 산업지구에 약 600억 원을 투자해 식품가공무역단지 건설도 시작했다.

일본, 태국,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식품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태국의 최대 농·식품 분야 민간기업 C.P사는 사료 제조에서 축산, 도축, 가공,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일괄 공정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며 베트남 육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 식품 기업 빈에코(VinEco)는 작년 4월 일본과 협력해 하루 30t, 15종 채소 공급이 가능한 유기농 온실 농장을 구축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베트남 현지 전자제품 소매상인 모바일월드도 신선식품 유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향후 300개 매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외 기업들의 베트남 식품 시장 진출 열기가 대단하다.



2. 재래시장에서 옴니채널로까지 진화하는 유통 산업

현재 베트남 소매 판매망의 약 72%는 재래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이 되면 재래시장의 비중은 60%로 축소되고 슈퍼마켓,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현대식 유통망과 온라인 쇼핑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평일 저녁과 주말, 대도시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슈퍼마켓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족 단위의 소비자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엄격한 위생관리 과정을 거친 신선식품과 질 좋은 공산품을 구매하거나 외식, 영화관람, 키즈카페 등을 이용하며 리테일먼트(Retailment, 리테일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를 누린다.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롯데마트는 이미 베트남에 총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7월 호찌민 인근 뚜띠엠 지역 내 대형 쇼핑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5년 11월 말 호찌민 고밥 지역에 1호점을 개점한 이마트는 마트 내 한식당, 영어유치원, 키즈카페 시설 등을 유치해 인기몰이를 하며 진출 반년여 만에 초기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 유통업체 중에서는 태국 업체들이 가장 공격적이다. 태국 BJC는 베트남에 진출한 메트로(독일)를, 센트럴그룹은 작년 베트남 전체 32개 매장을 보유한 빅씨(Big C)마트를 인수하며 베트남 유통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소형점포 편의점 시장에서는 베트남 빈그룹의 빈마트(Vinmart)가 825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샵앤고(210개), 캐나다 서클렉(CirkleK, 약 200개)의 진출이 눈에 띈다. 일본 편의점 업계도 적극적인 확장에 나섰는데 특히 현재 약 200개의 매장이 있는 일본 훼밀리마트, 미니스톱은 올해 안에 매장을 100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 온라인 시장은 열악한 물류 환경과 지불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관계로 시장 규모가 현재는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높은 스마트폰 보유인구(인구의 90% 이상)와 모바일 앱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쇼핑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2020년이면 1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베트남 온라인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옴니채널(omni-channel,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형 유통망 형성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대표 전자제품 체인점 응웬킴은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잘로라(홍콩)를 인수해 온라인 판매 기반을 마련했으며 베트남 전역에 약 300개의 쿱(Coop)마트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토종 유통점 소유주 사이공쿱 역시 내년부터 대대적인 이커머스 융합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는 최근 40개 소매점포와 계약을 맺고 오프라인 판매 기반을 확보하고 나섰다.

3. My Car 시대의 개막, 자동차 및 차량용 액세서리 산업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 부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출근 시간 한 대 오토바이에 어른, 아이 4명까지 탄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5년 뒤 베트남 도심에서는 오토바이보다 소형 자동차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2016년 베트남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전년 대비 27.8% 증가한 약 27만 대였으며 올해도 30만 대는 무난히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오토바이보다 안전한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대한 구매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작년 7월 베트남 정부가 45∼50%에 달했던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배기량 2000㏄ 미만인 자동차에 한해 40%로 낮춘데다, 2018년 1월에 모든 자동차의 세율을 35%까지 인하한다는 방침까지 더해짐에 따라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 성장을 준비하는 외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싸이룬진위그룹은 베트남에 2억 달러 규모의 타이어 생산 공장을 설립했으며 독일 마르쿠아르트도 50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향후 자동차 산업 성장과 함께 차량용 스피커, 휴대폰 거치대 및 충전기, 유아용 카시트, 블랙박스 등 차량용 액세서리 시장 전망도 밝아 보인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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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화장품 산업

베트남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한국보다 활발하다. 2016년 마스터카드 여성 사회 진출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3위에 불과했지만 베트남은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에 이은 6위에 올랐다. 베트남 중앙기관 및 지방 지관 중 여성이 핵심 직책을 맡고 있는 기관이 50% 이상이며 결혼을 하면 대개 여성이 경제 주도권을 갖고 남자는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필요한 물품 구매를 결정하는 것도 여자들의 몫이다. 그런 베트남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피부 미용이다. 하얗고 윤기 있는 피부를 갖는 것이 베트남 여성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베트남 스킨케어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매스브랜드의 페이셜 화장품과 프리미엄 브랜드 페이셜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큰 차이가 없이 각각 약 2억 달러 수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만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 못한 도시의 고소득 여성들의 피부과 및 코스메슈티컬 기능성 제품 수요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5. 우리 아이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 유아 관련 산업

현재 베트남의 세대 구성을 살펴보면 부부와 자녀 한두 명으로 구성된 3∼4인 가구가 전체 2770만 가구의 약 51.8%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평균적으로 1세 미만의 유아가 있는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5%, 1∼2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는 9%, 3∼5세 자녀 가구는 12%에 그치지만 베트남은 이 수치가 각각 12%, 19%, 29%로 월등히 높다. 이 같은 적극적인 출산은 앞으로도 이어져 베트남 인구 1000명당 출생하는 아이 수가 2020년이면 중국(12.3명)보다 높은 15.3명에 달하고, 4세 이하 인구수 역시 한국(200만 명)의 3배 이상인 약 7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유아 인구 비중과 출생률에 더불어 베트남 특유의 유별난 자녀 사랑은 베트남 유아 산업 발달의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녀 교육에 수입의 약 10∼12%를 지출한다. 월평균 최저임금 167달러(2016년 기준)의 사회에서 월 150∼300달러(40시간 기준)의 영어유치원 등록이 활발한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향후 베트남 분유, 기저귀, 샴푸 등 유아용품 시장 규모가 약 27억 달러로 확대되는 것과 별개로 교육, 놀이, 어린이 레저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6. 애완동물 키우는 1인 가구 증가, 반려동물용품 산업

한편 베트남에서도 1인 가구는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전년 대비 7.1%증가한 싱글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11.2%를 차지했으며 2020년까지 매년 5.6%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싱글 가구의 증가는 대개 반려동물과 관련 시장의 성장을 이끈다. 물론 아직까지 베트남 도시 외곽에서는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듯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저녁 7시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산책로에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베트남의 반려동물 사료 및 용품 시장은 2011년 2455억 동(약 123억 원)에서 2016년 5897억 동(약 295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11%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소비시장에 진출할 때 유의점

1. 베트남은 저가시장이라는 인식 버리고 품질과 가격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라

각종 환경, 먹거리 오염 등의 이슈로 베트남 소비시장의 안전 민감도는 매우 높다. 현재보다 더 나은, 더 질 좋은, 더 믿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제품과 서비스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과거 낮은 임금을 이점으로 베트남에 진출할 때 가졌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베트남의 사회적 인식 수준 상승, 구매력 증대에 맞춰 새롭게 전략을 짜야 한다. 한국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의 안전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공급하고 관련 인증을 획득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이 밖에 한국에서 판매하던 제품도 베트남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을 고려해 개선하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홍보 포인트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공급방식은 제품 특성에 따라 선택하고, 현지 마케팅 인력 확보에 주력하라

프리미엄 시장용 제품이라면 한국에서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이, 저가의 범용제품이라면 현지 생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에서는 같은 브랜드라도 원산지에 따라 가격과 판매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세계적인 유아용품 브랜드인 피죤에서 생산한 같은 사양의 젖병이라고 해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생산된 제품은 10만∼30만 동(약 5000∼1만5000원) 이하의 가격대에 일반 대형 유통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일본에서 제조된 제품은 유아용품 전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24만∼40만 동(약 1만2000∼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특징을 잘 파악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려면 유능한 현지 마케팅 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 베트남 진출 11년 만에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한 오리온의 경우에도 진출 초기부터 제품 재고관리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매년 전국 판매원 대상 워크숍을 개최하고 우수 직원을 시상하는 등 인력 관리에 만전을 기한 것이 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3.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사업을 춤추게 한다

지금까지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과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결함에 대해서도 베트남 시장에서는 삼성 제품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기보다 원만하게 잘 수습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만약 한국 기업이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질이 낮은 제품을 판매하거나 환경오염, 노동착취 등을 행할 경우에는 불매운동을 불사할 것이라는 뜻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한국이 원산지라거나 한국 기업이 만든 물건이라고 하면 튼튼하고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최근 베트남 젖병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고 있는 브랜드 ‘베써(Wesser)’는 베트남에서 생산하지만 한국 기업이 한국의 선진기술을 사용하고, 은나노 항균 기능을 첨가했다는 점 등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워 시장을 확대해오고 있다. ‘한국 제품=믿고 살 수 있는 제품’ ‘한국 기업=믿고 일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신뢰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 브랜드 제고뿐 아니라 사업 지속의 지름길임을 인식하고 이를 지키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겠다.

4.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M&A를 적극 활용하라

한국 기업은 신규 해외 투자 시 단독, 그린필드형 투자1 를 선호한다. 최근 5년간 기존 법인 지분을 인수하는 M&A형 투자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중은 30%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베트남 소비 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M&A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정부 부채 규모를 GDP 대비 65% 이내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국영 기업 매각(지분 매도 포함)과 민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19개 산업, 718개 국영 기업을 2020년까지 12개 산업, 190개 기업만 남기고 전부 매각할 계획이다. 전력, 철도 등 공공서비스 부문 기업은 경영구조를 개선해 계속 보유할 계획도 있지만 이외의 기업, 특히 소비재 부문 기업은 우선 매각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베트남 최대 맥주기업인 사이공 맥주, 유제품 제조기업 비나밀크가 이미 매각 대상에 올라와 있다. 최근 CJ제일제당 등이 베트남 식품 기업 대상 M&A를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지만 태국 등 외국 기업에 비하면 그 움직임이 둔하다. M&A로 현지 기업의 사업 기반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받아들인다면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적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eunmilee@kita.net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한국무역협회(KITA)에 입사, 2010년부터 동 기관 국제무역연구원에서 중소기업 수출경쟁력 제고 및 시장 다각화 지원을 목적으로 신흥시장을 연구해오고 있다. 과거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시장 연구를 거쳐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ASEAN 시장 연구에 집중, 이들 국가의 거시경제 동향뿐 아니라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인 소비시장 트렌드, 유망 수출품목 연구 및 정보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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