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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다른 말은 ‘꿈과 비전’

박재환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세계 최고봉이라는 히말라야의 8000m급 고산 16좌를 세계 최초로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저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체력과 정신력이 뛰어난 베테랑 산악인이라고 해도 해발 8000m 이상 고산에 올라서면 사람의 목숨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신의 영역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 무려 서른여덟 번, 히말라야 산행에 도전하는 여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이기고 살아 돌아온 것을 ‘무엇인가를 하라’는 신의 뜻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엄 대장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의 책에서 눈에 띄는 글귀 중 하나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오른다”다. 중요한 것은 정상에 올랐다는 오름 그 자체가 아니라 오르고 있는 나 자신이다. 산을 오르는 과정은 너무도 힘들고 지난하지만 정상이라는 꿈과 희망, 그리고 성취를 위해 사람들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다.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으로 창업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창업지원제도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이라고 할 정도로 창업을 쉽고 간편한 일로 생각하게 된 청년들을 점점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제도와 정책의 위력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없는 인생은 그냥 숨만 쉬고 겨우겨우 하루를 버텨내는 삶에 지나지 않듯 꿈과 비전이 없는 창업은 생활을 해결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 자영업자들은 취업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자영업 실패의 굴레에 갇힌 채 이로부터 벗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들린다. 꿈과 희망을 향해 오르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생활을 위한 창업은 실패율이 무려 80%에 육박하는 치열한 창업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른 스타벅스와 일반 커피전문점의 차이는 창업자의 꿈과 비전이 아닐까?

기술벤처창업을 꿈꾸는 창업자의 머릿속에는 지적재산권으로 확보된 기술을 사업화하고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장하는 정상의 로드맵이 있다. 그렇기에 정상을 향한 꿈과 희망을 갖고 실패와 좌절이라는 과정을 기꺼이 이겨낸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규모화와 다각화 등을 추진해 죽어 있는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킨 ‘청년장사꾼’ ‘장진우 식당’ ‘툭툭누들타이’, 공동화와 협업화를 통해 함께 성장한 택시협동조합 ‘쿱택시’와 성수동 수제화협동조합, 가업승계를 통해 규모화를 이룬 ‘삼진어묵’ 등 최근 꿈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창업 성장로드맵이 제시되고 있다. 모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들이다.

아직까지 부족하고 부분적인 사례에 지나지 않긴 하나 이처럼 여러 형태의 창업 성장 로드맵이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술창업자에게 IPO가 꿈과 희망이듯 일반 창업자에게 이러한 창업 성장 로드맵 사례는 꿈과 희망의 정상을 향한 여정에서 훌륭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기술창업자에게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고 육성 및 지원정책을 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꿈과 희망을 주는 혁신적이고 다양한 창업성장 로드맵을 발굴, 제시하고 이에 걸맞게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혁신해야 한다. 기능적으로 규격화해 창업시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매력적인 정상을 향한 로드맵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공유, 동반성장 못지않게 현실과 괴리된 산업 분류체계로 혁신과 융합에 해를 끼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또 창업정책과 그 시행에 있어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없애는 등 창업정책 틀 자체와 실행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창업이 그저 취업을 대체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꿈과 희망과 비전을 담아 스스로 창업에 나서는, 이른바 ‘청춘을 꿈꾸게 하는 창업’으로 이끌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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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을 지냈으며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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