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부동산 구매결정, 감정의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Max Besbris. Romancing the home: emotions and the interactional creation of demand in the housing market (Socio-Economic Review, 2016, 1-2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예전에는 경제적 행위를 추동하는 원리를 순전히 감정이나 여타 동기를 배제한 채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좁게 정의한 ‘합리성’이라는 명제에 사로잡힌 주류 경제학에서 ‘감정’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제적 행위와 결정에 있어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일종의 ‘상식’이 됐다. 맥스 베스브리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미 뉴욕시의 부동산시장에서 중개인이 구매결정을 촉진하기 위해 동원하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논문의 분석기간은 2012년 이후 27개월이며 대상은 뉴욕시 12명의 부동산중개인과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57명의 매수자다. ‘정성적(질적) 연구’로 수행된 이 연구에서는 이들 간의 주택구입을 둘러싼 거래의 과정을 관찰/분석하고, 25명의 매수자와는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추가로 뉴욕주의 45명의 부동산중개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수자의 의사결정 과정 및 중개인의 역할을 분석하고자 했다. 분석대상이 되는 2012년 기준, 뉴욕시의 주택가격은 중간 값이 40만 달러(한화 약 4억6000만여 원) 정도로 미국 전체 중간값의 2배 정도이며, 뉴욕시 안에서도 편차가 있어 비교적 싼 지역인 브롱스는 34만 달러인 반면 맨해튼은 60만 달러 정도였다. 미국 부동산중개인의 역할은 한국에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의 부동산중개인은 주택구입의사가 있는 매수자가 중개를 의뢰하면 중개인이 매수자의 선호 및 상황을 파악해 적합한 매물을 선정, 매수자에게 보여주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매수자가 중개인과의 협의를 통해 매도자에게 가격을 제안하고 매도자가 수용을 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수자가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날 때까지 이 과정이 진행되므로 보게 되는 매물은 상당한 수에 이를 수 있다. 즉, 중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중개인이 동원하는 감정의 메커니즘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로, 매수자의 선호 및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해 그에 부합하는 매물을 선정할 뿐만 아니라 매수자가 반응할 만한 집의 조건을 부각시킴으로써 매수자의 감정을 동요시킨다. 예를 들어, 이혼으로 인해 새 집을 찾는 한 중년 여성을 고객으로 맞은 부동산중개인은 이전에 살던 집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를 물어보고, 창이 작고 어두침침한 게 싫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연구자가 그에게 그렇다면 남향집을 소개해줄 것인지 묻자 이 경우 단순히 집의 방향이나 창문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혼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매수자들이 원하는 것은 뭔가 밝고 새로운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개인들은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집들을 선정해 소개해주고 함께 방문할 때마다 얼마나 그 집이 밝고 신선한 분위기가 있는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구매결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매물의 순서를 잘 배열해 보여주는 시퀀싱(sequencing)이다. 예를 들어, 중개인이 판단할 때 거래 성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물을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놓고 매수인의 재정능력을 넘어서는 매물을 첫 번째에 배치해서 보여주면, 매수인은 본인에게 적합한 두 번째나 세 번째 매물을 만났을 때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매물을 만났다는 흥분감과 안도감을 느끼며 구매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 번째 메커니즘은 구매결정을 빨리 내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조바심과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주택의 형태 및 구조, 취향이 다변화되지 못하고 부동산가격 상승률과 주택난이 심각한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보편화된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지금까지 소비자행동 관련 각종 이론과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해 확인해본 것에 가깝다. 다만, 한국 돈으로 수억 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이라는 ‘고관여 제품’ 구매에서도 ‘감정’의 역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뉴욕의 부동산시장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또한 부동산거래에서뿐만 아니라 여타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에도 다양한 함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 연구가 상기시키는 중요한 점은 소비자의 선호 및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감정 자체가 개인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점인데, 중개인이 사전에 얻은 부동산 매수자의 정보를 토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판매전략(중개전략)을 바꾸는 방식에서 SNS 시대에 이미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알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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