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주훈 DBR 제11기 독자패널 (스토리웍스 컴퍼니)
‘덕후 경영학’ 스페셜 리포트 전반에 대한 질문을 드린다. 한국 덕후의 가장 큰 특징을 소통과 공유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한국의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통한 1인 미디어의 발전과 덕후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 소위 ‘덕업일치의 삶’이 하나의 1인 기업 모델로 발전할 만큼 충분한 시장이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고승연 기자
1인 미디어를 만들고 콘텐츠를 끝없이 제공하는 행위, 그리고 그/그녀와 함께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국형 오타쿠, 이른바 ‘덕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따라서 1인 미디어의 발달과 덕질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본다. 아프리카TV 등은 이미 ‘음식 만들어 먹기’ ‘화장하기’ ‘게임 해설하기’ 등 다양한 ‘경험영역’에서 ‘덕력 높은’ 방송인들을 배출해냈고, 그 기본적인 콘셉트를 공중파에서 가져가 예능 프로그램화하기도 했다. 또 특정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갈구하는 사람들, 정치나 시사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낼 수 있는 각종 팟캐스트의 홍수도 ‘덕후 경험’의 맥락과 닿아 있을 것이다. ‘덕업일치’의 1인 기업은 ‘1인 미디어 기업’ ‘1인 콘텐츠 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아직 시장 자체도 작고 ‘물질적 생산’의 한계 등으로 인해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 다만 IoT와 3D프린팅 등이 더 보급된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상돈 DBR 제11기 독자패널 (TheM Interactive)
김태훈 대표가 DBR 201호에 쓴 ‘펀딩도, 시장도, 콘텐츠도 중국 눈높이 말고 글로벌 눈높이에 맞추라’를 읽고 질문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성공요인 중 ‘특정 시장(중국시장)을 겨냥한 특별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중국 내 동시 방영을 위한 선택인 광전총국 내 심사가 늦어지자 국내 방영을 미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주요 성공요인은 드라마의 스토리와 인물 등 드라마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아무리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더라도 결국 콘텐츠라는 것은 그 본연의 매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콘텐츠 본연의 매력 이외에 구조적인 솔루션이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한 수단들에 집중한다면 창작활동을 하는 데 있어 소위 투자자 또는 의사결정권자들의 간섭으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김태훈 NUVO 대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지원해 콘텐츠 본연의 매력을 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성공의 키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티클에서 언급했던 구조적인 솔루션이나 금융 솔루션들은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퀄러티를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중국의 역습’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더 맞추다 보니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경영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무기를 어떻게 다양화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이 다소 구조적인 해결책에 맞춰졌다고 느꼈을 수 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이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도 종종 알려진 바 있다. 그에 대한 경영 전략상의 해결책을 중국 자본 유치 하나로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전략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업이 처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결국 최고의 퀄러티를 가진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본 아티클의 취지였다는 얘기다.
의사결정권자들의 간섭은 오히려 현재 중국 자본의 일방적인 투자에 의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미 중국 미디어회사가 투자를 약속했다가 중국 내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발탁되자 투자금을 대폭 삭감했다거나 판권의 가격을 낮췄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자본을 바탕으로 캐스팅에 부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투자처와 시장을 다양화하고 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금융 기법을 고려하며, 중국을 너머 글로벌 시장을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생각하면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문휘겸 DBR 제11기 독자패널(위메프)
DBR 202호에 실린 ‘조용한 청소기? 아무도 안 사더라. 고객도 모르는 Unmet Needs를 통찰하라’를 읽고 질문 드린다. 본문에서 저자는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언어적인 행동에 대한 추론이 필요하다고 했고 실제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도 글 말미에 제시했다. 그러나 Unmet needs를 발견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혁신가의 지식과 경험 등에 따라 그 해석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수치화나 계량화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결정 집단의 역량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간의 ‘통찰력’을 제외하고 탐구한 unmet needs의 결론이 편향되거나 확대 해석이 아닌 객관적으로 일반화 가능한 결론이라는 것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또 추가적으로 실제 현업에서는 사업화를 위해 잠재 니즈에 대한 결론을 어떠한 방식으로 증명하고 타인을 설득하는지 알 수 있었으면 한다.
김철수 SK플래닛 매니저
이 질문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업무 과정에서 늘 받는 도전이기도 하다. 공감 기반의 디자인싱킹 과정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방법론으로 답을 찾기보다는 직관적이고 정성적인 방법으로 혁신의 Clue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다른 통찰의 결과물을 도출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통찰의 객관화 과정, 즉 확산의 과정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프로젝트 동료들과 치열하게 분석하고 토론한다. 또한 사업이나 기술전문가들과도 토론하고 조언을 얻는다.
이렇게 도출된 핵심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일반 사용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상품 콘셉트를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도 고객-사업전문가-기술전문가의 평가와 피드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사용자 통찰의 자연스러운 객관화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량적 사용자 조사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용자 통찰과 그 솔루션에 대한 이해관계자 설득의 과정에서는 설득의 대상과 통찰 발견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결과뿐만 아니라 통찰 발견의 과정과 사용자의 생생한 보이스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때로는 고객의 말 한마디가 어떠한 정량적 조사 결과보다 강한 공감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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