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 Psychology
CEO·CFO가 사기칠 때는 더 길고 모호하게 말한다
Which Spoken Language Markers Identify Deception in High-Stakes Settings? Evidence From Earnings Conference Calls by Judee Burgoon, et al. (2015).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5(2), 123-15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자본주의의 전제는 신뢰다. 이런 점에서 사기와 같은 속임수는 실질적인 ‘반체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자본주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기업 중에도 반체제 활동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규제당국이나 투자자는 이러한 기업 사기 행태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작정하고 속이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탐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 ‘거짓의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애조나대, 듀크대, 올바니대 및 럿거스대의 공동 연구진은 거짓을 나타내는 언어 단서를 탐구하기 위해 투자자 전화 회의(conference call) 녹취록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사기혐의로 조사받은 기업으로 선택했다. 이후엔 결국 사기로 드러난 결과를 놓고, 전화 회의상에서 기업이 투자자들을 어떤 식으로 속였는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은 6차례의 전화회의를 통해 남성 최고경영자(CEO)와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발표한 내용과 질의응답 내용이었다. 진술문은 1114건이었는데 884건은 CEO가, 230건은 CFO가 언급했다. 684건은 발표문이었고, 466건은 질의응답이었다. 녹취록은 음성분석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분석했다. 경영상의 전문적인 내용은 재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석했다.
분석결과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사기로 밝혀진 부분이 더 길고 더 상세하게 언급됐다. 거짓말을 할 때 더 길게 말하는 양상은 발표내용과 질의응답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상세하게 언급하는 방식은 발표자, 내용 및 발표양식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CFO가 사전 준비한 발표문을 언급할 때는 상세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질의응답에서는 구체적인 언어의 사용이 줄었다. 질의응답문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확신감을 나타내는 언어의 사용은 증가했다. 모호한 표현의 사용은 사전 준비한 발표내용과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질의응답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거짓말을 할 때 질의응답에서는 모호한 표현이 많았으나 발표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거리를 두는 표현의 사용도 발표 내용과 질의응답이 달랐다. 거리 두기 표현이란 ‘나(I)’ 등의 1인칭 대명사는 적게 사용하고, 타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많이 쓰며, 수동태 문장 및 미래시제 문장을 더 많이 사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사전 준비한 발표내용에서 거리두기 표현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또한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도 거짓말을 할 때 더 많이 나타났다.
무슨 교훈을 주나?
공개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매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기관투자가에게는 전화 회의(Conference call) 등과 같은 별도의 기회를 마련해 기업의 실적과 전망에 대해 설명한다. 이 설명 내용 중 이후 사기로 밝혀진 부분을 분석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사기의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동분석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연구는 6시간 분량의 방대한 양의 녹취록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분석대상이 한 기업의 CEO와 CFO에 국한됐다는 것이 한계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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