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조직화하는 신권력의 위력

171호 (2015년 2월 Issue 2)

불확실성 대응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합니다. 어느 왕이 짓궂은 장난을 친 아들에게 화가 나서 바윗덩어리로 내리치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화가 풀리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왕으로서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어길 경우 통치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때 한 신하가 와서 절묘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그 신하는 바윗돌을 1000개로 쪼개서 아들에게 던지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그 변화한 양만큼의 선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줍니다. 큰 바윗덩어리를 작게 쪼갤수록 줄어든 무게의 비율보다 훨씬 큰 비율로 충격파가 감소하는 등 그 여파는 비선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 사례처럼 1000분의 1로 쪼개진 돌은 작은 상처도 입히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돌의 무게가 늘어날수록 그에 정비례해서 충격이 커지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무게가 늘어난 비율을 훨씬 초월하는 치명적인 충격파를 유발합니다. 자동차가 시속 10㎞로 10번 충돌하는 것보다 100㎞로 한 번 충돌하는 게 훨씬 큰 피해를 입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인류가 인터넷이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이전과 차원이 다른 연결성을 경험한 지도 2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이제 우리는 단순한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비선형적인 충격파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가 신권력(new power)입니다. 과거 권력은 세습, 지배집단의 합의나 투쟁, 선거와 같은 특정한 이벤트를 통해 소수의 사람만이 부여받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이제 일반 대중들이 스스로 권력을 형성하며 기존 구권력 체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구권력과 신권력의 가장 큰 차이는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란 단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구권력은 의도적 통제와 지배라는 형태로 권력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신권력은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질서가 형성되고 이 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만들어냅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땅콩회항사건은 자기조직화하는 신권력에 맞선 구권력의 전형적인 대응(의도적 조작, 무마 등)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반대로 자기조직화의 원리를 기막히게 잘 활용하는 등 신권력을 기반으로 시장 권력을 장악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등은 대중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구권력에 의존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비선형적으로 급격하게 자기조직화하고 있는 신권력에 대한 이해와 통찰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DBR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이 신권력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 어떤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실무에서 신권력 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 허웅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키워드인극단적 투명성공익성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 힘을 버려야 힘을 얻게 되는 역설적 현상을 설명한 고영건 고려대 교수의 통찰도 빛이 납니다. 플랫폼 활용 전략과 군중을 활용한 가치 창출 방안에 대한 아티클도 실무에 매우 유용한 지혜를 줍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및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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