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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제조업 리쇼어링, 참 유용한데… 그 많던 엔지니어들 다 어디 갔지?

윌리 C.시 |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운영관리

질문

제조 활동을 리쇼어링할 때 기업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미국에서는 제조 부문에서 일하는 인력을 비롯한 수많은 핵심 자원들이 위축되고 있다.

- 이직률을 줄이려면 훈련 프로그램이나 자격증 프로그램을 수료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 공급자와의 관계를 거래 중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 전략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가을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 관리 교수 윌리 C. (Willy C. Shih)의 글 ‘What It Takes to Reshore Manufacturing Successfully’를 번역한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인건비 상승, 높은 공급망 비용, 높은 물류 비용, 지역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전력 비용과 천연가스 비용 등으로 인해 제조 활동과 생산 활동이 새롭게 재배치되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일자리 중 일부는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나 새롭게 떠오르는 저비용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제조 활동 중 일부는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 제조 부문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됐다고 선언한 사람들은 제조 활동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열렬히 환영한다. 월마트(Wal-Mart)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즉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공급자 콘퍼런스를 주최한다.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500억 달러어치 이상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미국 국내 생산에 전념하도록 제조업체들을 격려한다. 월마트는 자사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위해 공급자들의 리쇼어링 활동을 장려하고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컨설턴트들은 미국이 경쟁력 있는 제조국으로 재부상했다고 선언하며 리쇼어링을 주제로 하는 콘퍼런스를 열고 보고서를 발표하며 리쇼어링에 대한 조언을 내놓고 있다.1

 

인건비와 요소 비용의 비교 우위에 대한 거시 경제 데이터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로 옮겨 놓은 조립 활동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실질적인 리쇼어링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공급자 기반, 노동 인구, 사내 제품 설계 역량 등 기업이 사용하는 자원이 위축된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게리 피사노(Gary Pisano)와 함께산업 공유지(industrial commons)’ 상실을 주제로 하는 글을 발표했다. 여기서 산업 공유지란 제조업체들이 이용하는 공동 자원을 뜻한다.2 필자는 최근 지역 역량 재건을 목표로 하는 여러 건의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켄터키 루이빌에 위치한 GE(General Electric Co.)의 가전사업부 생산 기지인 어플라이언스 파크(Appliance Park),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스마트폰 모토엑스(MotoX)를 조립하기 위해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Flextronics International Ltd.)과 협력하는 구글,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플렉스트로닉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급 기술 제품,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한 유사한 공장 등을 살펴봤다. (‘연구 내용참조.) 이와 같은 여러 프로젝트에서 관리자들이 리쇼어링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을 찾을 수 있을까?

 

리쇼어링의 장점은 예상대로였다. 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제조활동을 하면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재고가 최소한으로 줄어들며 배송 기간도 짧아진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시장과 제조시설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주문 주기가 짧아진다는 것이다. 주문 주기가 짧아지면 기업이 시장 변화에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객이 국내 생산 제품을 구입할 때 기꺼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또한 전혀 놀랍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감안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지불하는 것도 중요했다. 또한 품질에 대한 타협은 허용되지 않는다.

 

리쇼어링과 관련된 도전과제들이 즉각적으로 대두되지는 않았다. 노동력을 안정시키고, 조직 차원에서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자본·노동 비율을 재고하고, 공급 기반을 현지화하고, 제조 설비와 시장 간의 근접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를 재고하는 문제 등이 관리자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주요 분야로 떠올랐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대규모로 진행된 여러 건의 리쇼어링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미국에 새로운 제품 조립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관리자들에게 조언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이 글은 미국에서 관찰되는 리쇼어링 현상을 집중 조명한다. 하지만 이 글에 담겨 있는 통찰력은 전 세계 모든 시장,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생산 활동에 똑같이 적용된다.

 

연구 내용

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진행하는 미국 경쟁력 프로젝트(U.S. Competi-tiveness Project)의 일환으로 교역품 부문의 성장에서 비롯된 글로벌 생산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필자는 특히 저임금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해 노동 차익거래를 활용하는 생산 부문의 변화와 이런 변화가 혁신 및 제품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특히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필자는 앞서 연구를 통해 노동 차익거래 주도적인 오프쇼어링이 공급자 생태계, 도구 제조업체, 노동자 역량 등을 비롯한 보완적인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게리 피사노와 함께 오프쇼어링이 보완적인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주장한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에 비유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별 행위자(이 경우에는 기업)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에는 부합하지만 좀 더 광범위한 집단의 장기적인 이익에는 반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해외에서 생산을 하면 국내에서 생산을 할 때보다 조정 비용과 물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생산 활동을 미국에서 해외로 옮겼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익이 해외에서 생산을 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훨씬 능가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로 생산 활동을 이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오프쇼어링이산업 공유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대체로 오프쇼어링이산업 공유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외면했다.

 

필자는 생산 방정식, 특히 중국과 미국을 둘러싼 방정식을 바꿔놓은 격차 축소 현상을 조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와 같은 방정식의 변화로 인해 제조 부문의 르네상스가 화제가 되고 있으며 제조 부문 일자리가 미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조립 활동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필자는 공급자 인프라 훼손과 좀 더 전반적인 노동 역량 손실이 이런 현상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 호기심을 느꼈다.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내구 소비재, 산업 장비, 운송 장비, 식음료, 생물의약품·제약 산업에 속하는 35개 이상의 제조 시설을 방문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적절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의욕이 충만한 근로자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반숙련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전통적인 조립 부문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인 공장들이 가장 흥미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런 문제가 흔히 나타나지만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높은 수준의 고용 성장 목표를 갖고 있는 여러 생산 현장에서 종합적인 인터뷰를 실시하자 관리자들이 직면한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는 곧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했을 때보다 리쇼어링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노동력 안정화

제품 조립 공장을 운영하려면 근로자를 채용해야 한다. 근로자를 대거 채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플라이언스 파크는 25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리쇼어링 프로젝트를 진행한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 역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필요한 기술을 가진 충분한 숫자의 인력을 확보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생산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근로자를 찾아내는 것 역시 힘든 일이었다. 2012 8, 어플라이언스 파크가 구인 공고를 내자 1만 명의 구직자가 몰려들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6142명의 지원자 중 730명이 채용됐다. 하지만 그중 228명이 입사 첫해에 회사를 떠났다. 다시 말해 이직률이 무려 23%에 달했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6개의 직업 소개소를 활용했다. 하지만 심사를 통과한 후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해 정규 직원이 되는 근로자의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의 어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월요일에 직원들을 데려와 이틀 동안 초기 훈련을 시킨 후 목요일에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심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금요일이 되면 모두 사라져버렸죠.”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은 대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2500명의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10주 동안 무려 6500명의 직원을 채용해야만 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높은 이직률은 골치 아픈 문제다. 이직률이 높아지면 생산 일정의 변동성이 상승하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노동력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조 라인의 생산량이나 품질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없다. 생산량과 품질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면 동일한 근로자가 매일 공장으로 출근해 반복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생산 프로세스를 운영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공장을 떠날 때마다 빈자리를 채울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방식은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때마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 훈련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필자는 이 문제가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현대적인 공장 생산직에 대한 근로자들의 이해와 기대이며, 두 번째는 근로자들에게 회사를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경영진의 능력이다. 첫 번째 요소에는 지난 20년 동안 현대적인 공장에서 이뤄진 제조 프로세스의 놀라운 발전이 반영돼 있다. 린 생산 시스템, 생산 현장에서 측정 기술과 IT가 폭넓게 사용되는 현상, 정교한 품질 시스템 등으로 인해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공급망 안에서 활동하는 물류 담당 근로자들의 역할이 바뀌었다. 하지만 생산직 일자리가 요구하는 업무에 대한 근로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업무를 처리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고 회사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출근을 한다. 어느 공장 관리자는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을 채용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근로자들이 공장 환경이 어떤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또 다른 관리자의 설명처럼 새로 채용된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장기 실직자들이었다. 대다수의 신입사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회사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일하게 될 환경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의 어느 관리자는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출입구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면 공장을 떠나면서 직원들이 던져놓은 명찰이 수두룩했습니다.” 직원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새롭게 채용된 직원들을 훈련하기 위해 쏟아부은 투자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업은 생산직 근로자들을 훈련시키고 이들의 기술 발달을 돕기 위해 투자를 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붙들어두고 투자가 장기 역량으로 이어지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플라이언스 파크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제시하기 위해 교육 활동을고용 전 단계고용 후 단계등 두 단계로 나눴다. 고용 전 단계에 이뤄지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 중 하나로 훈련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따도록 지원자들을 격려하는 방법이 있다.단기적으로 이 방법은 미국의 산업 주도 조직인 제조기술 표준위원회(Manu-facturing Skills Standards Council)가 개발한 공인 생산 기술자(Certified Production Technician) 프로그램이나 공인 물류 기술자(Certified Logistics Technician) 프로그램 등 훈련·자격증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제조기술 표준위원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장차 고용될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들에게 일종의 공동 투자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수료한 참가자들에게서는 건강한 수준의 자기 선택(self-selection) 현상이 관찰됐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공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기술을 갈고 닦았다. 또한 직업 훈련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한 직원들의 경우 직원들의 조직 헌신도가 한층 높아졌다. 제조기술 표준위원회의 자격증 프로그램에 지원한 사람들 중 약 3분의 2 3개월 내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훈련 프로그램이나 자격증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출근을 했을 때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공장에 도착했다.3

 

플렉스트로닉스 관리자들은 이직률을 낮추려면 공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업무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근로자들에게 철저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컨대, 신규 채용 직원 중 상당수는 일일 업무량 변화로 이어지는 수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필자들이 살펴본 모든 공장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들은 제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3명이 늦게 출근하면 25명으로 이뤄진 생산 라인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시간에 일을 시작합니다.”

 

근로자들이 좀 더 높은 기술 수준과 좀 더 강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위로 승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발전 시스템(skills progression system)은 채용 후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을 줄이는 데 특히 큰 도움이 됐다. 보상과 각종 혜택(특히 의료 혜택)을 비롯한 외적인 동기 부여 방안 역시 직원들을 붙드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외적인 동기 부여 방안은 성취와 개인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내적인 동기 부여 방안보다 효과가 낮았다. 이 분야의 연구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4

 

 

어플라이언스 파크 관리자들은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계를 다루는 신입 직원들을 위한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관리자들이 제시한 성장 방안은 기계 조작원을 위한 3개의 ‘A’ 단계, 성형 기술자를 위한 3개의 ‘B’ 단계, 성형 가공 담당자를 위한 3개의 ‘C’ 단계 순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성장 방안은 사출 성형 기계 담당 신입 직원들에게 ‘A’ 단계 조작원에서 출발해 품질·검사나 운송·물류 등 다른 부문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도 제시했다. 직원들의 기술 발전 및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이 시스템에는 제조 부문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성장 시스템은 근로자들에게 목표를 제시했으며 근로자들이 자신의 발전 현황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 관리자들은 참전 용사 출신 근로자나 장애를 갖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성취 단계나 성공 단계에 도달한 개별 직원들의 성공 사례를 알리고 싶어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두 더해지면 생산 현장에서 성취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들이 요즘 어떤 제조방식을 활용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탓에 학교가 기초적인 수준의 훈련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학교에 훈련을 맡기기보다 사내에서 직접 훈련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관리자들도 있었다. 플렉스트로닉스 오스틴 관리자들은 미국 국내 조립을 강조하는어셈블드 인 USA(Assembled in USA)’라는 기술 프로젝트를 위해 약 2000명에 달하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훈련시켜야 했다. 하지만 이미 전자 부품 설치 기기 조작에서부터 기초적인 품질 개선 방안, 린 생산 방안에 이르는 다양한 생산 기술 영역에서 170개의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던 플렉스트로닉스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많은 기업들이 업계 내에서 통용되는 자격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을(혹은 둘 중 하나) 학교 프로그램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인근 전문대학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켄터키 조지타운에 위치한 도요타 켄터키 공장(Toyota Motor Manufacturing Kentucky)을 비롯한 일부 제조업체들은 근로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은퇴 절벽(retirement cliff)과 맞닥뜨릴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해야 할 때를 대비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5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BMW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은 체험 학습 제도를 통해 인근 학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교육과정 설계를 지원한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와 같은 노력은 산업 공유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기술 격차 해소

미국의 여러 주요 기술 영역에서 세대 간 기술 부족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그동안 오프쇼어링에 열을 올렸던 다른 국가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방대한 기술 자원을 발전시켜 온 중국과 반대로 미국과 유럽은 기술 부문에서 충분한 숫자의 젊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물론 미국은 여전히 자동차, 건설, 장비, 항공우주 부문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위가 훨씬 약해졌다.) 하지만 용접, 기계 가공, 단조와 주조, 표면 처리 및 도금, 정밀 기계 가공, 정밀 공작 기계 조작 등 금속 가공 및 금속 공학 분야에서 격차가 극심하다. 지난 20년 동안 조립 활동을 해외로 대거 이전했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새로운 조립 활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화 엔지니어나 그 외의 전문가들이 충분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플렉스트로닉스 오스틴 공장도 이와 같은 문제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오스틴 현지에서 젊은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플렉스트로닉스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자매 공장에서 자동화 전문 엔지니어를 초빙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상당 부분이 제조되는 제품의 경우를 살펴보면 제품 개발 분야에서 세대 간 기술 격차가 관찰될 뿐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도 같은 문제가 목격된다. 예컨대, 미국인 가운데에서는 인쇄 회로 기판 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동 배치 도구나 고급 광검사 도구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사람은커녕 현대적인 인쇄 회로 기판을 조작할 수 있는 사람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유능한 인력을 채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조 역량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유능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본 프로세스를 개조하거나 그동안 해외 공장에서 사용돼 온 기본 프로세스를 다시 들여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고위급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지도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결국 실무 조달 에이전트를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제조 부문에서 일할 새로운 인재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재화를 조달하는 데 치중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제조 활동을 위한 설계나 효율적인 조립 및 가공에 주목하기보다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조달 활동에 주력했다. 기업들은 해외 구매, 역경매, 글로벌 물류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생산 활동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방법을 잊어버렸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조립 활동을 해외로 대거 이전했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새로운 조립 활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화 엔지니어나 그 외의 전문가들이 충분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 경영진은 기본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위해 몇 해 전에 포트워스에서 노키아(Nokia) 휴대전화 공장 설립을 지휘한 홍콩의 노련한 제조 부문 관리자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150명의 제조 부문 리더들을 초청해 하나의 팀을 꾸렸다. 제조 부문 리더들로 이뤄진 팀은 10주 동안 조달 공급망 및 외부 배송 공급망 분야의 조립, 검사, 물류와 관련된 기본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초기 생산 인력과 엔지니어링 지원 조직은 물론 생산 설비를 만들고 수정하는문샤인숍(moonshine shop)’ 같은 지원 조직들도 훈련시켰다. 임무를 완수한 팀은 포트워스를 떠났지만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에 남은 5명의 노련한 관리자들이 계속해서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감독했다.

 

아마도 작업 현장에서 활동할 지도부, 즉 임시로 꾸려진 팀이 떠난 후에 생산직 근로자들을 감독할 팀 리더들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던 듯하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의 어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사와 고위급 관리자, 일반 관리자를 채용하려 했을 때 40세 이하의 인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오프쇼어링에만 치중한 채 제조 부문을 등한시했던 겁니다. 제조 활동을 다시 미국 국내로 들여오고 싶다면 전자 부문 제조 활동을 위한 기반을 재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훈련과 멘토링을 위한 투자가 시급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다른 산업이나 해외에서 활동 중인 인재를 유치하거나 장래가 유망한 신입사원들을 훈련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끈기 있는 멘토링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세스였다.

 

플렉스트로닉스는 일상적인 통합 활동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설을 설립하거나 기존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풀을 활용할 수 있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 역시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도 기존 자원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렉스트로닉스와 달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관리자들을 불러들여 팀을 꾸릴 수는 없었다. 대신, 어플라이언스 파크는 인근에 위치한 다른 산업에서 활동하는 노련한 제조 부문 엔지니어를 찾아내기 위해 집중적인 채용 캠페인을 벌였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최우수 사출 성형 센터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그룹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15∼20여 명의 연륜 있는 근로자를 채용해 업무에 투입했습니다. 운영 지도부 프로그램의 규모를 2배로 늘린 다음 연륜 있는 고령 근로자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도록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격려했습니다.”

 

플렉스트로닉스와 어플라이언스 파크가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최대 난제는 생산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세스 개선 프로젝트에 신속하게 참여해 품질을 올리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현장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었다. GE의 어느 관리자는직원들도 우리 공장에서 처음 일하는 사람들인데다 장비마저 완전히 새로운 만큼 근로자들이 모든 요소들을 한데 모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량 격차를 메우려면 시간이 걸린다. 포트워스에서 근무하는 어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요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부류의 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40세 이상의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해외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방법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따라서 순식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자본·노동 비율 재고

조립 활동에 적합한 장소를 선택할 때 임금이 높아질수록 자동화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조립 활동을 아시아로 오프쇼어링한 것은 주로 노동 차익거래(labor arbitrage) 때문이었다. 오프쇼어링이 확산되자 노동이 자본을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됐다. 다시 말해 수작업이 값비싼 자본설비를 필요로 하는까다로운자동화를 대신하게 됐다. 수작업은 자동화에 비해 비용이 저렴했을 뿐 아니라 모델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하는 기계와 달리 사람들은 훨씬 융통성 있게 업무를 처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외로 옮겨갔던 조립 활동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면 당연히 자동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신속한 제품 수정에 도움이 됐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오프쇼어링이 확산된 탓에 전 세계의 소비 시장들이 이런 식의 유연성을 기대하게 됐다. 신형 모델을 출시한 후 첫 번째 주에 판매할 500만 대의 신형 스마트폰을 확보하려면 자동화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최신 자동화 기술이 기계를 설치하거나 개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좀 더 많은 로봇을 사용해야 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들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제품 사용 기간과 변경 빈도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의 생산 라인을 살펴보면 자동화가 매우 반복적인 업무를 부분적으로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수작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의 관리자들은 특수 도구와 재사용 가능한 도구에 투입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각각 1년과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플렉스트로닉스 오스틴 공장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은 수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노 터치(no-touch)’ 전자 인쇄 회로 기판 라인을 구축했다. 오스틴 공장의 경우에는 기판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품질 수준이 까다롭고 생산해야 할 제품 유형이 몇 개 되지 않는 만큼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생산 활동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플렉스트로닉스 오스틴 공장에서 일하는 현장 감독관들은 1인당 2개의 노 터치 라인을 감독했다. 비교를 위해 부연하자면 중국 공장 관리자들은 13명의 전담 조작원들로 이뤄진 1개 라인을 감독했다.

 

필자는 최근 덴마크에 위치한 의료용품 공장을 방문했다. 덴마크 공장의 생산 담당 엔지니어들은 수동 공정과 자동 공정 간의 균형을 끊임없이 실험했다. 수작업의 비중을 약간 늘리자 유연성이 대폭 늘어났다. 생산 엔지니어들은 동유럽과 극동 지방에 위치한 여러 공장에서 사용할 처리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를 고려해 수동 공정과 자동 공정의 비율을 조정했다. 인건비가 높은 덴마크 공장의 처리 장비를 설계할 때조차 엔지니어들은 과도한 자동화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면 개방적인 태도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생산 경험과 학습 효과가 누적되면 자본과 노동의 비율이 바뀔 수도 있다.

 

경영진이 고민해 봐야 할 좀 더 중요한 문제는 프로세스 개선이나 자동화 도입으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직원들을 재배치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이와 같은 자원을 발판 삼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력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플라이언스 파크 관리자들은 수직 통합(생산성 개선으로 인해 생산 활동에서 해방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외부에 맡겼던 업무를 사내로 되가져 오는 방식)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물론 수직 통합을 강화하면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요 변동성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 현장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들이 생산성이 개선되면 성장에 도움이 될 뿐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 이들 역시 경영진과 동일한 목표를 갖게 된다.

 

공급 기반의 현지화

제조 부문에서 중국으로 생산 활동을 오프쇼어링하는 첫 번째 물결이 등장하자 많은 기업들이 부품을키트화(kitting)’해 조립 라인에 공급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10년 전, 중국에 위치한 일본 기업 소유의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이 기업은 홍콩에 위치한 물류 조직의 도움을 받아 세계 각지에서 DVD 플레이어에 들어갈 모든 부품을 조달해 일일 생산량을 근거로 각종 부품을 키트로 조립한 다음 중국 국경 지역의 수출 가공 지구에 위치한 공장으로 하루 한 차례 이상 배송했다.

 

시간이 흐르자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현지화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비용을 낮추고 공급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핵심 공급업체들에 자사와 가까운 곳에 생산시설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지 않는 공급업체를 포기하고 기꺼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공급업체와 거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급망 현지화는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중국 국내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지불해야 하는 세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전자 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공급 기반이 중국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이미 공급 기반이 중국으로 옮겨간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생산 활동을 다시 미국 같은 선진 시장으로 이전하면 공급 기반 공동화 현상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특히 그럴 확률이 높다. 예컨대, 모토엑스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은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미국에는 터치스크린 화면이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급업체가 없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로판과 부품 역시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역설적이게도 깨지기 쉬운 부품을 키트화한 다음 조심스럽게 포장해야 했고 운송해야 하는 자재의 물리적인 양이 늘어난 탓에 단순히 아시아에서 휴대전화를 조립하는 경우에 비해 물류비가 증가했다. 부품의가치 밀도(value density)’가 완성된 휴대전화의 가치 밀도보다 훨씬 낮았다. 따라서 맞춤화와 시장 근접성에서 비롯된 경제적 이익이 늘어난 운송비와 공급망 물류비를 훨씬 능가해야만 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편이었다. 생산 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부분적으로나마 공급 기반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플라이언스 파크 관리자들은 예전보다 좀 더 전략적인 시각으로 공급업체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들은 전 세대의 제조 부문 엔지니어들이 사라져버린 만큼 모든 힘을 쏟아부어 핵심 역량을 재건할 영역을 선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핵심 역량을 재건할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공급업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의 어느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핵심 역량에 투자할 영역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전략적인 공급업체들을 활용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합니다. 즉 직접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영역을 선택해야 합니다.”

 

공급자 생태계를 재건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거래 중심적인 관점이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으로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바라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격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것보다 장기적인 역량 개발이 훨씬 중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새로운 모델을공동 혁신(설계 문제와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정보 공유와 협력을 필요로 하는 OEM 업체와 공급기업 간의 협력적이고 긴밀한 파트너 관계)’이라 묘사한다.

 

어플라이언스 파크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했다. 과거에는 관리자들이이 부분을 인쇄하려면 당신네 회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식으로 공급업체에 접근했다. 다시 말해서, 명령을 내리고 그대로 따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혁신을 합시다라는 태도로 바뀌었다.

 

고객이 어떤 도움이 될까

제품 설계가 이뤄지는 장소와 실제로 생산이 이뤄지는 장소 간 거리가 줄어들고, 주문 주기가 짧아지고, 재고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줄어들면 절대적인 생산비(absolute production cost)가 높아지더라도 얼마든지 상쇄 가능하다는 것이 리쇼어링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제다.월마트 고객들이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기업 고객들이 리쇼어링에 어떤 도움이 될까?

 

월마트 같은 소매업체(혹은 미국 공장으로부터 물건을 공급 받는 제조업체)는 적극적인 협력과 수요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전반적인 공급망 효율성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하고 일찌감치 최종 주문을 내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공급망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동시에 수요와 관련된 신호를 좀 더 자주, 일찌감치 공유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늘어나건 줄어들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좀 더 잘 예측하는 생산 파트너는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다. 효율성을 개선하려면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노련한 공급망 관리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이는 공급망 수업 시간에 가르치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첫째 날부터 이 원칙을 준수했다. 하지만 아직 이 교훈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혹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경계를 넘어서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도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공급망이건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뛰어난 예측 능력이 뒷받침되면 좀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현지 생산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망은 해상 컨테이너에 몇 주, 혹은 몇 달 분량의 재고를 싣고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공급망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다.

 

제조 시설과 시장 간 근접성을 활용하라

오프쇼어링에서 비롯된 세대 간 기술 격차로 인해 제품 설계자와 작업 현장에서 실제로 조립을 하는 근로자 간의 거리도 늘어났다. 기업들이 처음으로 생산 활동을 해외로 이전했을 무렵 사람들은 생산 프로세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설계와 조립 간 연결 고리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 설계가 바뀌는 한편 새로운 선진 기술이 발달하고 통합되자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생산 활동을 상상하기가 한층 힘들어졌다.

 

R&D와 생산 사이에서 다시금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자 제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생겨났다. 어플라이언스 파크 플라스틱 역량 센터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습을 위해서는 사내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설계 업무를 처리하고, 설계팀이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는 담당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도구가 탄생하는 모습, 도구가 기능하는 방식, 사고 프로세스(사고 프로세스와 사고 프로세스가 설계에 반영되는 방식을 익히는 과정) 등을 직접 관찰하면 커다란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플렉스트로닉스 관리자들은 R&D팀들이생산 환경에 직접 참여할 때 점진적인 혁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연결 고리가 R&D팀에게 경쟁 우위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R&D팀이 모여 있는 실험실 환경이나 독창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무실에서는 R&D팀이 생산 환경을 직접 경험하기가 훨씬 힘들었다.

 

어플라이언스 파크는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에미션 원(Mission One)’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설계가 이뤄지는 장소와 생산 시설 간의 근접성 및 제조 부문과의 긴밀한 통합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켄터키에서 제조되는 모든 제품 라인을 재설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최종 제품의 차별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좀 더 부가가치가 큰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활동을 사내로 옮겨오거나 전략적인 공급 파트너에게 맡겨야 했다.플렉스트로닉스 포트워스 공장은 이와 유사한 맞춤화 역량(특별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게 맞춤형 색상과 각인 패턴을 제공하는 능력)을 개발했다.

 

제조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와 R&D가 진행되는 장소가 가까워지면 리드 타임이 줄어들고 제품 주기가 빨라진다. 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두 가지 요소가 더해지면 지속가능한 우위가 생겨나기 때문에 지금처럼 리쇼어링에 도움이 되는 경제 환경이 사라지더라도 시장과 가까운 국내에서 생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제조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와 R&D가 진행되는 장소가 가까워지면 리드 타임이 줄어들고 제품 주기가 빨라진다. 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입지 전략을 향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는 미국을 비롯해 생산 원가가 높은 국가에서 생산 원가가 낮은 신흥시장으로 생산 활동을 이전하는 현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리쇼어링이 제품 설계와 생산, OEM 업체와 전략적인 공급자 생태계 간의 연결고리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한다. 관리자들이 이 글에 묘사된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창 노력 중인 가운데 그동안 입지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노동 차익거래의 중요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대신 공급자 생태계가 중요한 보완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시장과의 근접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조직 역량과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신흥시장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리자들은 다양한 시장에의 근접성, 역량이 위치한 장소와 공급자 생태계가 위치한 장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생산 공급망을 설계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미국으로 생산 활동을 리쇼어링하는 문제는 세계 무대에서 원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기반과 공급 기반을 확립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 기반과 공급 기반을 마련하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윌리 C.

윌리 C. (Willy C. Shih)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로버트 & 제인 시지크 경영 관리 교수(Robert and Jane Cizik Professor of Management Practice). 시는 이 글에 등장하는 기업 중 한 곳인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Flextronics International Ltd.)의 이사이기도 하다.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6113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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