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동사나 형용사를 뒤집자, 시인처럼… 남자 속옷을 여자에게 팔 수 있다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인문학

‘주어+목적어+동사(형용사)’ 구조에서 사물의 마음을 표현하는동사(형용사)’에 변화를 가하는 역발상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꿈은 생각이다라는 통념을꿈은 생각이 아니다’ ‘꿈은 실존이다등으로 바꾼다거나벌레는 나쁘다는 고정관념을벌레는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시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역발상 기법을 비즈니스에서 활용하면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편집자주

()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전래동화 청개구리 이야기를 알 것이다. 이 청개구리 녀석은 언제나 엄마 말에 반대로 행동했다. 엄마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라고 하면 동쪽으로 갔다. 하다못해 울음도개굴개굴울지 않고굴개굴개우는 반항아였다.

 

동화에서 청개구리는 참으로 말 안 듣는 전형적인 말썽꾸러기로 묘사된다. 과연 그럴까.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사고의 틀을 바꾼 놀라운 녀석일 수도 있다. 창조나 혁신에는 이 청개구리처럼 기존 행동이나 사고로 봤을 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뒤집기 한판이 필요하다. 이름 하여역발상이다.

 

, 이런 경우는 어떨까. 남성 속옷을 팔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십중팔구는에이, 그게 말이 돼?” 하면서당연히 망하지!” 할 것이다. 우리의 기존 사고는 남성 옷은 남성을 대상으로, 여성 옷은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남성 속옷을 여성에게 판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업체내의제국 20대 여성 CEO 링위후이는 남성 속옷을 여성에게 팔아 매년 50∼10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매출 신장의 원인이 남성 속옷을 팔면서 마케팅 타깃을 여성으로 잡았다는 사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여지없이 뒤집은 사고였기 때문이다.

 

남성 속옷을 여성에게 판매한다는 사고와 더불어 판매방식도 뒤집었다. 당시 중국인에게 인터넷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판다였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 브랜드의 재고를 도매로 가져다가 정가보다 60% 저렴하게 팔아 품질 대비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인터넷 상품은 싸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등식이 나오도록 기존 관념을 뒤집었다.

 

일반화한 인식이 굳어져 상식이 된 기존 질서를 뒤집는 일은 시인들에게는 일상적인 생각의 방식이다. 시인 고은이생각을 뒤집어야 시가 되니, 시는 만고의 역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시에서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 생각의 뒤집기에서 비롯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여러분이 안경을 쓴다면 낮에 쓰는가, 밤에 쓰는가? 당연히 낮에 쓸 것이다. 안경의 용도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을 잘 보기 위함이니 무엇인가를 잘 볼 수 있는 낮 시간에 안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이런 시는 어떤가?

 

안경, 잘 때 쓴다

유안진

 

자기 전에 안경을 닦는다

책 속에 꿈이 있는 줄 알고

책 읽을 때만 썼던 안경을

총기가 빠져나간 눈에

열정이 빠져나간 눈에

덧눈으로 씌운다

 

잠은 어두우니까 더 밝은 눈이 필요하지

감긴 눈도 뜬눈이 되어

지나쳐버린 꿈도 놓치지 않게 되고

꿈도 크고 밝은 눈을 쉽게 알아볼 것 같아

자투리 낮잠을 잘 때에도 반드시 안경을 쓰는데

 

꿈이 자꾸 줄어드니까 새 꿈이 안 오니까

꿈을 더 잘 보려고

꿈한테 더 잘 보이려고

멋진 새 안경을 특별히 맞췄는데

새 안경이 없어졌다

다리는 새 걸로 바꾸지 말 걸 그랬어.

 

웃긴다. 안경을 잘 때 쓴단다. 안경은 눈이 좋지 않은 사람이 물체를 잘 보려고 낮에 사용하는 생활 도구다. 잠을 잘 때는 대개 벗는다. 그런데 시인은 남들이 안경을 벗을 때 오히려 쓴단다. 잘 때 안경을벗는다는 기존 상식을, 잘 때 안경쓴다로 바꾼 것이다. 이유는 물론 시에 의하면 꿈을 보기 위해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시인은 꿈이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늘 새로운 꿈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도대체 꿈이 다가오지를 않는다. 혹여 왔을지도 모르는데총기가 사라지고열정이 빠져나가 눈이 제 역할을 못하니 제대로 볼 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다 꿈이 다가옴을 느끼면 그냥 있을 수가 없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꿈이니 요리조리 뜯어볼 준비를 해야 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먼 타지에 갔다 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경우 상대를 잘 보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인이 지금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꿈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활동하는 시간에는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꼭 잠을 잘 때 온다. 그러니 꿈을 잘 보려면 안경을 써야 한다. 안경을 잘 때 쓰는 이유다.

 

그러니까 <안경, 잘 때 쓴다>는 시는 잠 잘 때 안경을벗는다에서 안경을쓴다로 행동을 뒤집은 결과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꿈은 생각 이미지다에서꿈은 사람 같은 실존 이미지다로 꿈의 존재 양상을 바꿔 놓고 생각한 결과 안경을 잠 잘 때 쓰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리는 역발상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뒤집으면 역발상이 되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뒤집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주어+목적어+동사(형용사)’ 중 동사나 형용사를 뒤집어라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기본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말은주어+목적어+동사로 구성돼 있다. 영어도주어+동사+목적어로 동사와 목적어의 순서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와 동사, 목적어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때 동사 대신에 형용사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말은 기본적으로 이 세 단어만 있으면 된다.

 

역발상은 이런주어+목적어+동사(형용사)’ 구조에서 명사를 바꾸는 게 아니다. 동사나 형용사를 바꾸는 것이다. 동사나 형용사는 시에서 주로 사물의 마음으로 나타난다. 그 사물의 마음을 바꾸면 그게 역발상이 된다. 명사를 바꾸는 것은 이것에서 저것으로 현상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 질서와 개념 등 근본을 바꾸려면 사물의 마음으로 표현되는 동사나 형용사를 바꿔야 한다. <안경, 잘 때 쓴다>로 본다면꿈은 생각이다생각이 아니다실존이다라는 과정을 통해 역발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발상을 잘 적용한 회사가 구글이다, 구글 검색 페이지 첫 화면은 기존에 존재했던 포털 사이트 대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개의 포털 사이트 대문에는 각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정보와 날씨, 주식, 쇼핑 등이 사진과 함께 실리고 별도로 동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대문에 들어서면 원하지 않아도 온갖 정보와 마주쳐야 한다. 보기 싫은 배너 광고도 어쩔 수 없이 보도록 돼 있다. 말하자면포털 사이트 대문=정보가 보인다’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하지만 구글은 로고와 검색 창만 보여준다. ‘구글=정보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등식을 만든 것이다. ‘보인다보이지 않는다라는 동사는 포털 사이트 자체의 마음이자 사람의 마음이다.

 

운동화를 역발상해보면?

<디퍼런트>라는 책의 저자인 하버드대의 문영미 교수는 이런 것을역포지셔닝 브랜드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기존에 포지셔닝된 제품을 역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그럼 이런 방식으로 운동화를 역발상해 보자. 먼저 운동화 사용 용도를 동사나 형용사로 생각한다. ‘걷는다’ ‘뛴다라고 하자. 이를 뒤집으면걷지 않는다’ ‘뛰지 않는다가 된다. 그게 무엇일까? 운동화를 가만히 신고만 있으면 족욕이 되는 찜질 운동화는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신문광고에찜질 신발이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전씨 농장에서

양 선 희

유기농을 시작한 전씨 농장에 갔다

배추는 포기마다 배추벌레를

들깨나무는 잎사귀마다 무당벌레를

콩나무는 사마귀나 노린재를

고추나무는 고추벌레를 키우고 있었다

 

그 푸성귀들

그 너른 품들

나도

 

食口 客食口에게

복장이든 꿈이든

 

기꺼이 파먹혀야 하는데

 

이 시는 매우 단순하고, 매우 쉽다. 그럼에도 이 시를 읽으면!” 하고 작은 경탄의 소리를 내게 된다. 왜 그럴까? 시인이 우리가 늘 보던 자연을 색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의 유기농 농장에 초대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그 농장에는 배추가 있고, 들깨, , 고추도 심어져 있다. 친구는 농약 없이 푸성귀들을 키우다 보니 벌레가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 이런 상황에서 벌레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벌레는 나쁜 놈이다. 식물 잎사귀를 갉아먹고 식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니 당연하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살면서 굳어진 고정화된 생각이다. 고정관념은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벌레는 식물을 갉아먹는 나쁜 놈이라는 생각 외에는 다른 사고를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새로움을 찾아낼 수 없게 만든다.

 

시인은 다르다. ‘벌레는 나쁘다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벌레는 나쁘지 않다는 새로운 생각으로 벌레와 식물을 바라본다. 생각이 달라지니 새로운 이미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게 어떤 것인가? 시에 따르면식물이 일부러 벌레를 키우고 있다. 그러면 어머니가 아이를 품어 키우듯 푸성귀들은 벌레들을 품어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벌레가 자신의 육신을 갉아 먹도록 몸을 내주고 있다는 이미지가 나오게 된 것이다. 식물을 모성애 혹은 희생정신을 지닌 존재로 표현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저 푸성귀들처럼 식구들에게 제 육신을 기꺼이 내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食口 客食口에게/복장이든 꿈이든/기꺼이 파먹혀야 하는데라는 시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쁘다’를나쁘지 않다로 바꾸고 왜 그런지를 생각하라

, 정리해보자. 시인이 배추가 벌레를 키우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벌레에 대한 생각을나쁘다에서나쁘지 않다로 바꾼 데서 비롯됐다. 형용사를 반대로 바꿔놓고 그 이유를 따진 것이다. 앞에서 동사나 형용사를 거꾸로 뒤집는 것이 역발상적 사고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시도 그런 생각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자. 겨울에 고드름이 처마 끝에 매달려 있다고 하자. 그러면고드름이 처마에 매달려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동사인매달려 있다매달려 있지 않다로 뒤집어 다른 단어를 생각해보면받치고 있다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혹여 처마가 무너질까봐 고드름이 공기를 딛고 낑낑대면서 받치고 처마를 받치면서 힘들어 땀을 흘리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시에서의 새로운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무엇을 뒤집었더니 이런 남다른 이미지가 나왔을까? 동사나 형용사다. 즉 사물의 마음이다. 이 사물의 마음을 찾아 뒤집으면 이것이 시에서 배우는 역발상 방법이 된다.

 

 

 

‘벌레는 식물을 갉아먹는 나쁜놈이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다. 시인은 이런 관념을 버리고 ‘벌레는 나쁘지 않다는 새로운 생각으로 식물을 바라본다. 생각이 달라지니 새로운 이미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는 이런 역발상적 사고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매년 90여 개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있고 지금까지 3000여 개의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혁신적인 발상으로 인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그 혁신적 발상이 바로 역발상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IDEO의 이노베이션 방식은관찰시각화평가개선실행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관찰하기다. IDEO의 관찰하기는 남다르다. ‘동사의 관점으로 관찰하기때문이다. 동사로 관찰을 하면 그 자체로도 기존과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쉽지만 이 발견을 그대로 뒤집어 역발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인들이 시를 쓰면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동사나 형용사 뒤집기 방법이 역발상적 사고법으로 활용할 만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황인원문학경영연구원 대표 moonk0306@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기자와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만나 창조 시대를 이끄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서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감성의 끝에 서라(공저)>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