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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1600년 당시 유럽에서 인도, 인도네시아로 항해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폭풍과 해적, 전투 등 변수가 너무 많았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렸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한 개인이 부담하기엔 너무 컸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현대적 의미에서 기업의 시초인 영국의 동인도회사다. 네덜란드는 따로 세계 최초로 상장회사인 동인도회사를 세웠다. 기업은 성장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제공했다. 기업은 노사 갈등, 투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몸집을 더 키우며 성장했다. 또 다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기업은 누군가를 살리고 생명체에게 자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의 역사에는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며 꼭 필요한 존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기업의 철학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기업정서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아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없는 사회와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한국에서 삼성과 LG, 현대자동차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게 우리가 원하는 사회일까? 아마 일부 대기업이 사라지면 한국은 아프리카의 후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자식들이 직업을 찾아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기업은 삶에 필수적이다. 오늘 소개할 <기업의 시대>는 기업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책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3개 대륙을 돌며 취재하고 탐구한 다큐멘터리를 정리한 책이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것은 종교도, 정치도, 과학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이다. 2009년 현재 기업은 전 세계 인구의 81%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식회사는 자원을 한곳에 모으고 리스크를 분산시켜 개인이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193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철학자 니콜라스 버틀러는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없었다면 증기기관은 그저 하나의 기계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기업은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조직이자 제도이며 하나의 문화다. 기업은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는지를 알려주며 무엇을 먹고 입으며 어떤 집에 살 것인지를 인도한다. 심지어 가장 사적인 부분인 연애와 결혼마저도 점차 기업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기업에 대해 잘 모른다.
기업의 등장
기업이 등장하기 전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다. 거래를 했다. 거래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떤 필요에 따라 기업이 탄생했을까? 개인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기업이 만들어졌다.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났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기업이 필요했다.
1599년 런던시장에서 후추 가격이 파운드당 3실링에서 8실링으로 급등했다. 향료무역을 독점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때문이다. 동양으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발견한 뒤 각국은 시장에 뛰어들었고 영국도 경쟁 대열에 합류한다. 당시 유럽에서 인도나 인도네시아로 가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화성에 가는 것만큼이나 위험 부담이 컸다. 폭풍과 해적, 다른 나라 선박과의 전투 등 변수가 너무 많았다. 별다른 사고가 없어도 출발에서 도착까지 최소 1년이 넘게 걸렸다. 개인이 부담하기엔 너무 큰 모험이다. 후추 가격 급등으로 비상이 걸린 상인들은 정부를 상대로 회사 설립을 위한 특별허가와 동방무역 독점권을 요구하며 데모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동인도회사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기업의 시초다. 1600년 12월31일의 일이다. 첫 항해에 무려 7만2000파운드의 돈이 모였다. 오늘날 3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이들은 영국 왕실로부터 15년간 동인도에서 무역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공동출자방식 형태였는데 유한책임제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투자한 만큼만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영국의 동인도회사 출범에 위협을 받은 네덜란드는 따로 동인도회사를 만들었다. 형태는 약간 다르다. 작은 회사 6개가 모여 국가의 지원을 받는 형태다. 이들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했는데 사실상 세계 최초의 상장회사인 셈이다. 암스테르담에서만 1143명이 주식을 구입했다. 투자금액이 많을 때는 영국의 10배에 해당할 만큼 컸다. 그렇게 생겨난 증권거래소와 은행을 통해 돈을 모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네덜란드는 막대한 부를 얻었다.
당시 기업은 정부의 모습에 가까웠다. 기업의 해외 확장을 위해 영국과 네덜란드는 교전권과 협상권, 사법권, 행정권 등 여러 국가권력을 자진해서 기업에 줬다. 동인도회사는 한때 30만 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했다. 영국 정규군의 두 배에 해당한다. 기업은 국가권력을 바탕으로 식민지에서 전쟁을 일으킨다. 현지 자원을 약탈하고 점유한다. 이들 기업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 지대에 있었다. 이들은 이후 정부의 부담이 된다. 적자를 보면 국가가 나서서 보전을 해야 했다. 1773년 영국의회는 적자투성이의 동인도회사를 살리기 위해 차 조례를 통과시키고 차 무역의 독점권을 동인도회사에 줬다. 이것이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한 기업에게 줬던 특권 때문에 역사가 바뀐 것이다.
기업은 산업혁명과 맞물려 급속하게 발전했다. 기업이 기술을 이용해서 폭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많은 재벌들이 생겨났다. 미국의 철도왕 코넬리어스 밴더빌트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뉴욕 일대를 오가는 운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업정지 명령을 받는다. 정부가 독점운영권을 오로지 리빙스턴 가족에게만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당시 리빙스턴은 뉴욕 대법관으로 큰 권력을 가졌고 밴더빌트는 제대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5년간 끈질긴 소송 끝에 운송업의 독점권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미국 역사를 바꾼 소송 중 하나다.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은 ‘태평양철도법’에 서명한다. 노예해방선언보다 두 달 앞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의 위탁을 받은 두 회사가 최초로 북미횡단철도를 건설하면서 이를 통해 막강한 부를 축적했다. 그중 한 사람이 밴더빌트다. 밴더빌트는 여러 개의 단거리 철도를 사들여 하나로 연결한다. 철도망이 구축되자 운송비를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을 유치한다. 어느 곳이든 철도가 부설되면 발전하기 마련이다. 전국 규모의 철도가 만들어지면서 미국은 비로소 통일된 시장경제가 탄생했다. 앤드루 카네기는 철강산업으로,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석유로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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