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실린 불고기 광고는 매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추신수 선수가 등장해 젓가락을 들고 불고기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일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지만 미국인 대다수는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혹평도 쏟아졌다. 이는 ‘한국인=한식=불고기’로 쉽게 연결이 되는 동양적 사고로 광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고기=음식’ ‘추신수=야구선수’로 철저히 범주화해 분류하는 서양식 사고로는 해당 광고를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광고를 둘러싼 논쟁 역시 ‘동양적 사고’ 혹은 ‘한국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구인을 무작정 탓하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시아 상품 혹은 브랜드 평가절하 현상, 이른바 ‘아시아 패널티’는 분명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서구식 사고를 철저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편집자주
인종, 문화, 종교, 정서, 안목 등이 각양각색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호감을 얻고 수익을 만들려면 인문학적 식견이 필요합니다. 현지의 문화를 이해한 상태에서 만들어내는 디자인, 상품명, 슬로건, 광고 등이 좋은 제품 생산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고객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이 다른 나라 고객에게는 혐오감을 주거나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미 지역과 유럽·동남아 문화에 정통한 언어 전문가이자 ‘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 ‘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을 연재합니다.
‘문화 DNA’가 만들어 낸 사건 - 중국에서 아우디는 왜 폭발적으로 성장했나?
<타임스>는 2012년 11월16일에 아우디가 2011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31만3000대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현대 소나타의 국내 판매량이 약 10만4000대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럭셔리 카’ 판매치고는 아주 놀라운 실적이다. 고위 공무원 층의 사치를 척결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준엄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아우디 판매는 오히려 신장세를 더했다. 2012년에는 40만5800대가 팔렸다.1 단순한 판매대수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이미지다. 1990년대 고위 관료들이 주로 타던 벤츠나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BMW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우디의 놀라운 중국시장 점유율 상승과 이미지 향상에는 로고 모양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는 독일 본사 경영진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중국 인문학적 환경에서 아우디 로고가 중국인의 문화 DNA 코드와 맞아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우디의 로고는 4개의 원을 이어 놓았다. 세계 경제공황이 세상을 뒤덮었던 1930년대 초, 독일의 초대 자동차 회사 중 4사는 생존을 위해 합병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아우디 로고는 우리가 알다시피 4사의 평화로운 연합을 의미하는 동그라미 네 개의 연결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에게 아우디의 연속 동그라미 로고는 돈과 행운의 상징인 8자를 두 번 눕혀 놓은 것으로 해석됐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최고 부자들이 아우디를 많이 타는데다 로고가 8자를 두 개나 연결시킨 것으로 보이는 탓에 아우디가 자신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엉뚱한 믿음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중국어로 8(八)자의 발음은 ‘발전한다’의 ‘쏠/필 발(發)’ 자와 거의 같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8자를 매주 중요시해 왔다. 베이징올림픽을 2008년 8월8일 오후 8시8분8초에 개막했을 정도다. 중국에서는 거리에 운행되는 자동차 수가 너무 많아지자 이를 통제하려고 번호판을 경매로 팔기도 했는데 홍콩의 한 부자가 8자 많이 들어간 번호판을 구매하기 위해 64만 달러 (한화 8억 원 정도)를 지불해서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독일 자동차 아우디의 상상도 못했던 뜻밖의 행운은 아주 우연하게도 중국인들의 언어적 회로와 문화 DNA 코드를 맞춘 덕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 DNA의 위력이다. (‘문화 DNA란 무엇인가?’ 참조.) 문화 DNA의 위력을 직접 체험해 본 독일의 아우디 사는 2013년 신형 R8 스포츠카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때 중국에서 좋은 의미를 가진 ‘윗 상 (上)’자를 구도로 하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아우디 2013 차이나 에디션 내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윗 상(上)자를 형상화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양 기업들은 한중일 등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서 많은 실패를 해 왔다. 이유는 동아시아 지역과 서양의 문화 DNA 가 뿌리부터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대 바빌론과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며 형성된 서구인들의 인문학 배경은 중국 고대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의 갑골문 문화에서 시작돼 한나라 문자인 한문을 거쳐 전파된 극동 아시아의 인문학 배경과 많이 다르다. 두 문화권은 중동, 인도 등의 문화권과는 교류가 있었지만 고대부터 최근까지 직접적 교류가 거의 없어 문화가 겹치는 부분이 매우 미미하다. 그래서 서양 CEO 중 동양의 문화 DNA를 이해하는 사람이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기업을 만들 듯 동양 CEO 중 서양의 문화 DNA를 이해하는 사람도 자사를 글로벌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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