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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le Korea: 빨리빨리에서 민첩함으로…

이준승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사례 H사 품질본부 백 차장은 근래에 연일 야근이다. 상품 종류와 시장의 다양화, 누적판매 대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품질 이슈의 양상과 건수가 급증한 탓이다. 상품 종류는 2002 28개에서 40개로, 해외 누적판매는 2009 3000만 대에서 5000만 대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매뉴얼에 따라 열심히, 빠르게 처리하면 됐던 일들이 이제는 신속한 분석·판단뿐 아니라 내·외부와의 유기적 협업을 요하는 복잡하고 전략적인 업무로 변했다. 이를 위한 지원시스템이 다수 생겼지만 거의 쓰지 않거나 오히려 업무만 부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현재 많은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단순히 정확한 지시와 업무 속도만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업무 상황은 복잡하고 중층적이다. 실무자는 매 상황 기민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고난도 업무를 위해 전 세계 다양한 분야·계층의 인력과 협업해야 한다. 또 다양한 업무지원 시스템을 능숙하게 활용해야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불변의 전략을 세우려 노력하기보다민첩성(agility) 확보그 자체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빨리빨리만을 강조하던 ‘Speedy Korea’에서 ‘Agile Korea’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첩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업의 시각에서 해석하면변화하는 상황하에서 한 조직에 요구되는 일련의 실질적인 역량을 적시에 갖출 수 있게 하는 역동성이다. 이를 발휘하기 위해 크게 3가지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변화를 인지하는 시야(Horizon), 빠른 실행력(Velocity), ·외부 관계의 형성·해체 역량(Plasticity)이 그것이다.

 

먼저 변화를 보는 시야 즉, Horizon부터 살펴보자. 기업들은 주변 환경을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성과수치, 경제 흐름에 관한 사실들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자신의 기업에 유의미한 변화를 포착·분석해야 한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세 가지 기준언제, 무엇을, 어느 정도 깊이로 볼 것인지를 놓고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짚어내야 한다. 지난해 말 자동차 회사 푸조는 소비자들의 감성 변화와 관련된 각종 조사와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새 Horizon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다른 모든 메시지를 제외하고 오직오감만족과 감성자극을 중심에 두는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한 Velocity 증대 방법도 생각해보자. 가장 중요한 건 복잡성을 제거해가벼운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시장 확대,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내부 운영체계의 중복과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도 세 가지 방향성을 중심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Body’를 위해서는 표준화, 간결화, 공유라는 방향성에 맞게 조직을 재설계해야 한다. 유사 업무는 모두 표준화하고, 지나치게 복잡한 프로세스는 가능한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업무 처리 프로세스에 중복이 나타나는 지점을 파악하고 여기에 낭비되고 있는 시간과 인력을 분석한 뒤 업무 공유를 통해 복잡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브리티시텔레콤 경영진은 2006년 당시 영국 통신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곧바로 Velocity 확보를 위한 조직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전사 프로세스를 14개 플랫폼으로 통합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Plasticity는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내부 협업은 물론 협력업체, 고객, 심지어 경쟁사와의 협업까지도 경쟁력 확보 방안이자 혁신 방법으로 논의되는 시대다. 협업의 자유로운 형성과 해체 없이는 민첩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외적으로 유연한 관계형성과 관리를 위해 적극적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 권한 위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적 완충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워너뮤직그룹(WMG)은 음반시장 디지털화에 발맞춰 통신, 인터넷, 기술 분야 협력사와 공격적인 제휴를 펼쳐나갔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권한 위임, 빠른 내용공유, 적절한 성과배분이 이뤄졌다. Plasticity 확보 방안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살펴볼 사례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민첩성 체계 재정비로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또는 영원한 follower로 남게 될 기로에 서 있다. ‘민첩성 추구는 시급한 경영 과제다.

 

 

이준승 삼일PwC 상무

이준승 상무는 성균관대 경영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거쳐 현재 회계기반 글로벌 컨설팅사인 삼일PwC 상무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사업전략 및 M&A 후 통합(PMI), 프로세스 개선, 전사적 위험관리 등 분야에서 국내 굴지 기업에 대한 다수의 컨설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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