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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30억 통화 분석한 심야버스 도입서울의 빅데이터 활용, 시카고의 모범되다

송규봉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뉴욕 - 성적은 44, 인기는 1

 

뉴욕은 아예 40위권 밖이다. 상위 10개 도시 중에 유럽이 8개를 차지했다. 미국 도시는 호놀룰루(28), 샌프란시스코(29), 보스턴(35), 시카고(42), 워싱턴(43) 바로 다음 시애틀과 뉴욕이 공동 44위에 올랐다. 세계 도시 460개의삶의 질을 평가해서 발표하는 ‘2012 머서 서베이(MERCER SURVEY)’ 결과다. 아시아 도시 중에는 싱가포르(25)가 가장 높다. 도쿄·고베(44), 요코하마(49), 오사카(57), 홍콩(70) 다음으로 서울은 75위다. 서울은 별도의인프라평가에서는 50위를 차지했다.

 

도시를 평가하는 머서의 항목은 크게 10가지다. 정치사회적 환경(정치안정, 범죄, 치안), 경제환경(환율정책, 금융서비스), 사회문화적 환경(개인자유에 관한 한계와 감시수준), 보건의료환경(의료망 구축·서비스 수준, 감염질병 위험도, 하수도, 쓰레기 처리 수준, 대기오염 등), 교육환경(국제학교 선택 다양성 및 정책 수준), 공공서비스·교통(전기, 수도, 대중교통, 교통혼잡 등), 여가환경(레스토랑, 공연장, 극장, 스포츠, 레저 등), 생활환경(식료품, 생필품, 자동차의 선택 다양성), 주거환경(임대주택, 주거시설, 가구, 유지관리 서비스 등), 자연환경(기후, 자연재해 기록) 등이다.

 

범죄와 치안이 제일 먼저 검토된다. 도시가 불안하면 어떤 현상이 빚어지는가? 2000년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사용한 금액은 170억 달러였다. 2001 9·11 사태가 발생하고 2002년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은 140억 달러로 30억 달러( 32000억 원)가 줄었다. 뉴욕은 도시의 매력을 되찾아 2011년과 비교할 때 외국인은 550만 명, 미국인 1010만 명, 합계 1560만 명의 관광객이 늘어 총 5090만 명이 와서 345억 달러의 비용을 쓰고 갔다. 2002년과 비교하면 204억 달러( 214400억 원)가 늘었다. 인구 1000만이 살고 있는 서울시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증가다. 9·11 사태 직후에 시장에 당선된 블룸버그 시장의 감회는 새로웠을 것이다.

 

‘머서 서베이의 평가와 달리 뉴욕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으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도시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뉴욕 시는 독창적인 문화와 음식, 예술, 공원과 쇼핑 등을 통해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라면서 “2015년까지 5500만 명 관광객에 7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도록 밀고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1990년대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도시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난 20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뉴욕은 희망에 찬 미래를 언급하게 됐을까?

 

빅데이터의 패턴을 추적하다

 

1990년대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였다. 1990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224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2년 뉴욕 시의 살인사건은 414건으로 줄었다. 1990년에 비해 82%가 감소했다.1  범죄가 저절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 뉴욕경찰청(NYPD)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GIS를 도입해 범죄지도(crime mapping)를 분석했던 뉴욕은 더욱 혁신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2005년 뉴욕은 실시간범죄센터(Real Time Crime Center)를 만들었다. 1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범죄를 분석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대응력을 갖고자 했다. 뉴욕경찰청에는 36000명의 경찰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4000명이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실시간범죄센터는 일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범죄조사업무를 실시간으로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신설됐다. 범죄소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본부를 새로 만든 것이다. ‘실시간범죄센터’에는 15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배치되고 43명의 형사들과 외부에서 26명의 분석전문가가 영입됐다. 1995년부터 발생한 뉴욕 범죄데이터, 체포, 신고에 관해 총 12000만 건의 데이터를 모았다. 여기에 3100만 건의 연방 범죄정보와 350억 건의 공공데이터를 GIS(지리정보시스템)에 통합했다.2

 

범죄센터가 만들어져 제각각 흩어져 있던 관련 데이터가 신속하게 검색되고 활용되기 시작했다. 범죄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 사이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조사와 분석역량을 범죄센터 내부에 구축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패턴분석의 시작은 모든 범죄 관련 데이터를 통합지도 위에 좌표화하는 것부터다. 특정 범죄의 발생장소와 용의자에 관한 정보를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유사한 범죄의 기록을 반영한다.

 

신고전화가 오는 순간부터 연계분석(link-analysis)이 시작된다. 형사들이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 신고전화에서 말하는 주소, 사건유형, 피의자의 특징에 대해 범죄센터에서는 유사한 범죄 데이터를 추출하고 사고현장 인근에서 최근에 벌어진 범죄에 대한 데이터를 지도 위에 올려놓고 1차 연계성을 찾아낸다. 만약 사건이 토요일 새벽에 일어났다면 최근 동일한 요일, 동일한 시간대에 사건위치 반경 5㎞ 이내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식이다. 이런 분석들이 현장에 도착한 형사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그래프, 차트, 숫자, 지도 정보로 제공된다.

 

 

 

 



시카고 - 빅데이터의 선두도시

 

3회 연임으로 12년째 뉴욕시장을 지내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는 퇴임을 앞두고 거액의 개인 상금을 걸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5개에 선정된 시장에게 각각 100만 달러씩 상금을 주기로 발표했다. ‘블룸버그재단(Bloomberg Philanthropies)’이 주최한 혁신도시상(Mayor Challenge)은 네 가지의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1) 도시의 비전과 창의성 2) 실행능력 3) 기대효과 4) 타 도시 확산 가능성이 그것이다. 마감시간까지 접수된 신청도시는 305개였다. 경쟁률 161이었다.3

 

혁신도시로 선정된 5개 도시 중에서 시카고가 가장 특이하다. 다른 도시는 정책이 주목을 받았으나 시카고는빅데이터 플랫폼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시카고가 2010년부터 공을 들인스마트데이터 플랫폼(SmartData Platform)’은 신임 시장 램 이매뉴얼의 강력한 의지의 결과물이다. 램 이매뉴얼(Rahm Israel Emanuel)은 시카고 시민이 선택한 첫 번째 유대인 시장이며 시카고가 배출한 미국 대통령 오마바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시카고가 추구하고 있는스마트데이터 플랫폼은 그저 다양한 데이터만을 한 장소에 모아둔 데이터 창고가 아니다. 확고한 목표지향적인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범죄조직의 폭력사건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까지 시카고는 900가지의 데이터 변수를 확보했다. 시카고가 보유하고 있는 건물 인허가 데이터, 예산, 세금 등의 데이터도 모두 GIS의 위치기반정보로 전환시켰다. 당연히 범죄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최근 10년치 범죄데이터도 공개했다. 과거에는 한 달에 하루 지정된 데이터 신청 일에만 접수해서 최대 90일치의 기록만을 제공해온 것에 비하면 매우 파격적인 데이터 공개라 할 수 있다.

 

시카고 스마트데이터 플랫폼의 특징은 이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시민에게 개방함으로써 공무원은 물론이고 연구자, 전문가, IT 기술자들의 다양한 분석과 해결방안을 취합하기 위한 참여형 데이터 허브를 만든 것에 있다. 예를 들어, IT 전문가들이 시카고 전역의 주차장에 대한 데이터를 CCTV 데이터와 연계해서 현재 어느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앱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까지 약 30개의 새로운 앱이시카고 디지털에 의해 공개됐다.4  

 

시카고 빅데이터 플랫폼은 효과가 있었을까? 대답은예스. 현재 시카고는 1956년 이래 가장 낮은 강력사건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법은 데이터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과 실행에 있다. 시카고에서 빈번하게 범죄가 벌어지는 핫스폿(Hot Spot)은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나 전체 범죄의 20%가 발생하고 있다. 이곳에만 약 200명에 달하는 2개의 특수팀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하나는 기동타격반(MSF·Mobile Strike Force)이며 다른 하나는 집중대응팀(TRU·Targeted Response Unit)이다.5  시카고가 목표한 14개 범죄집중지역에서 2012년에만 총기사건을 포함한 강력범죄 40%가 줄었다. 덕분에 시카고 시장은 <타임>지의 표지인물로 선정됐다.6

 

서울, 시카고의 모범이 되다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된 램 이매뉴얼은 혁신을 이끌어나갈 사령관을 임명했다. 일반 기업처럼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존 톨바(John Tolva)를 영입한다. 시카고 도시 역사상 최초의 CTO가 공식적으로 임명된 것이다. 존 톨바는 정보기술대학원을 거쳐 IBM에서 13년간 근무하는 동안전진도시(City Forward)’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전 세계 도시 관련 공공 데이터 분석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신임 시카고 시장 램 이매뉴얼은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CTO 존 톨바에게 첫 번째로 자신의 구체적인 비전을 언급했다. “저는 미국의 시카고를 한국의 서울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 브로드밴드 연계성이 최고인 도시입니다.” 이매뉴얼은 서울이 가진 정보통신 인프라의 우수성에 주목한 것이다.7 시카고가 자신의 정보통신에 관한 실행전략(Chicago Technology Plan)을 발표한 지난 9월 서울특별시에서도 특별한 정책이 공개됐다.

 

시카고가 행정 내부 데이터를 통합해 범죄를 낮추고 혁신을 추구한 것에서 서울시는 한걸음 더 전진해나간다. 행정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융합해 문제진단과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서울은 24시간 도시다. 누구에게는 퇴근시간이 누구에게는 출근시간이다. 새벽 2∼3시 동대문 패션시장과 홍대 식당에서 일을 마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없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신설한 심야버스 7개 노선은 30억 건의 휴대전화 통화량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활용했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강남, 홍대, 동대문, 신림, 종로 등에 실제 심야시간대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범노선을 만들고 실제 시민들의 만족도를 확인했다. 서울시가 시범운행 내용을 분석한 결과, 운행을 시작한 419일부터 731일까지 약 3개월간 2개 노선에 하루 평균 2098, 218212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 이상 만족도를 보이며 노선확대에 긍정적이었다. 이 버스에는 벌써 애칭이 생겼는데올빼미버스라고 불리고 있다.

 



빅데이터와 빅데이터가 만날 때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의 시집 제목이다. 시인의 통찰력은 문학에만 해당되는 감성적 표현이 아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절실한 지침이다. 서로 다른 빅데이터를 서로 붙여 분석하면 보이지 않던 패턴이 드러난다. <지도 1> SK텔레콤 지오비전 사업본부에서 연구용으로 제공해준 빅데이터이다. 2012 10월 한 달간 휴대폰 사용자 데이터를 기초로 서울시를 168000개로 세분화했다. 한 달 동안 유동객의 흐름을 집계해 1일 평균값을 만들어 공간 데이터로 만들었다.

 

<지도 2> 2010년 서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41549건을 GIS 지도에 입력한 후 심야시간(자정오전4)에 발생한 7627건만을 따로 분석했다. <지도 1>은 서울시에 움직이는 1일 평균 누적 3876만 유동인구를 반영해 공간 연산한 결과다. <지도 1>은 심야시간(자정오전2)대의 유동인구만을 따로 분석했다. 강남역이 최고의 밀집도를 보인다. 동대문역, 건대입구역, 홍대입구역이 부각되고 수유역, 종각역, 목동역, 영등포역, 신림역, 서울대입구역 등에 중저밀도가 형성됐다.

 

<지도 1> <지도 2>를 번갈아 살펴보자. <지도 1>에서 부각된 심야시간 유동인구 밀집지역과 <지도 2> 심야시간대 교통사고 밀집지역은 예외 없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두 장의 지도가 위치까지 일치한 것은 아니지만 심야에 번화한 상권을 끼고 해당 상권마다 동서남북 인접지에는 예외 없이 강력한 사고밀도가 형성됐다. <지도 1>과 달리 <지도 2>에서는 서울의 외곽상권인 노원역, 연신내역, 김포공항역, 상봉역, 강동역, 가락시장역, 구로디지털역, 개봉역, 까치산역 등 서울의 주거 밀집지역이나 경기도와 연결되는 연계상권에서 사고밀집도가 형성됐다. 차후에 시간대별, 연령대별, 기후별(, 안개, 눈 등)로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도 1>은 유동인구의 패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촌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는 분들의 표현대로신촌상권이 점점 죽고 홍대상권이 점점 뜨고 있다는 증거는 하루 24시간 동안 유동객들이 얼마나 상권을 찾아주는지에 있다. <지도 1>은 자정을 기준으로 홍대상권에 뚜렷한 유동객의 결집을 보여준다. 건대입구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 할인점, 쇼핑몰, 주상복합 개발사업 이후 건국대 일대는 강북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떠올랐다.

 

도시연구 빅데이터로 전진하다

 

서울시 동북4(강북·노원·도봉·성북)는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었다. 재정자립도, 일자리 수, 문화시설 등이 서울시 평균 이하인 동북4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에 대한 대안마련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 동북부에 위치해 있고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자 낙후 지역으로 분류되는 동북4구가 자족 가능한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동북4구발전협의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BC카드에서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DB인텔리전스팀의 도움을 받아 동북4구에 대한 1년치 카드 결제 데이터를 제공받았다. 카드사용자에 관한 정보는 제외하고 가맹점의 매출액을 추출했는데 개별 가맹점의 매출정보는 비밀로 보호해야만 하기 때문에 동북4구를 1891개 소권역으로 분할해 소권역별로 재집계를 했다. 개별 가맹점의 영업비밀은 보호해주고 빅데이터 분석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GIS 기반의 소권역으로 데이터를 재구축한 것이다.

 

 

2012 7월부터 2013 6월까지 동북4구에서 BC카드를 이용한 결제총액은 214억 원이었고 결제건수는 5990만건이었다. 동북4구의 경제흐름을 파악해 지역특징을 이해하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기초진단을 하기 위해 GIS분석팀이 참여했다. 동북4구 지역의 소비지형은 노원역을 정점에 두고 형성되고 있다. <지도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체 2조 원에 달하는 BC카드 결제액이 노원역을 사이에 두고 창동역과 하계역으로 이어지는 삼각축에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전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수유역, 미아삼거리역, 성신여대역, 안암역, 성북역, 방학역에서 중간 수준의 소비밀도가 형성됐다.

 

동북4구의 전체 카드사용금액을 시각화한 <지도 3>에서 도봉역 일대의 존재감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패션업종만을 따로 분리해서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지도 4>에서는 도봉산역에서 왼쪽 9시 방향으로 주목할 만한 결제밀도가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도봉산역에서 도봉산 입구 매표소까지의 소상권이다.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강북구 북쪽 도봉구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작은 밀집도가 형성된 곳이 있다. 우이동 등산로 입구지역이다. 전체 2조 원의 소비패턴에서는 감춰졌던 지역이 패션업종에서는 뚜렷하게 돌출됐다. 아웃도어 관련 매출액 때문이다.

 

도봉산 입구 지역만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인터넷 지도를 켜고 골목마다 로드뷰를 켜서 살펴봤더니 수십 개의 아웃도어 전문매장이 즐비하다. < 1>에 정리한 것처럼 도봉산역에서 등산로 매표소까지 BC카드 가맹점은 모두 174개가 있다. 그중 패션점포는 44, 음식점은 86개로 이 두 업종을 더하면 전체 가맹점의 75%를 차지하며 결제건수는 63%, 결제금액은 무려 79%를 차지하고 있다. 패션만 따로 살펴보면 결제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지만 전체 결제금액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도봉산 입구 소상권의 절반은 패션매출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결제금액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음식점에서 사용한 카드결제액은 평균 36592원인 데 비해 패션점은 11937원으로 3배의 격차를 보였다.

 

또 다른 비교를 위해 2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패션상권인 성신여대 입구를 살펴봤다. 성대여대입구 100개에 가까운 패션점포에서 모두 119931건의 BC카드 결제가 이뤄져 565829만 원이 소비됐다. 평균 결제액은 47180만 원으로 도봉산 입구가 성신여대 입구 패션 결제액보다 건당 2.4배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간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소비패턴도 다르다. 지금까지는 1년치 카드사용에 관한 빅데이터를 단면 분석했다. 서울시는 아예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여러 해 동안 상권의 변화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시계열분석까지 시도하고 있다.



 

 

 

 

 

IBM이 도시를 껴안은 이유

 

IDEO 팀 브라운은 빅디자인을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작은 디자인(small design)에만 주목해왔다. 제품의 형태와 색깔을 무엇으로 할까? 포장지는 어떤 느낌이 들도록 만들까? 이런 작업에만 주력해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디자이너와 리더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빅디자인(big design)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빅디자인 주창자들이 소개하는 성공적인 빅디자인의 사례가 있다. 인간의 기본인권을 명시한 권리장전, 전 세계 전쟁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다친 사람이면 국적을 묻지 않고 의료봉사를 수행하고 있는국경없는 의사회’, 저렴한 돈으로 백내장을 해결해주는 인도의 안과병원이빅디자인의 표본이라고 말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무한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얇고 이동에 간편한 제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요즘 더 큰 시각 더 큰 생각 더 큰 솔루션을 향해 달려 가고 있는 기업도 있다. IBM이 대표적이다. IBM의 홈페이지를 열어보면 제일 먼저 만나는 키워드가 더 똑똑한 지구(smarter planet)’ ‘더 똑똑한 도시(smarter city)’. 지난 10 동안 IBM은 과거 100년 동안 형성된 IBM의 역량과 사업 분야의 구조를 완전히 혁신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던 하드웨어 분야의 비중을 14%로 낮추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합계비중을 86%로 전환시켰다.

 

‘지구에 새로운 자원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IBM이 연차보고서에서 표현한 그대로 옮겨왔다. 세계는 점점 더 스마트한 해결책을 요구할 것이기에 더욱 구조화되고 상호 연계되고 지능화될 것이라 수년 전부터 트렌드를 내다봤다는 것이다. IBM스마트 플래닛이야말로 확고한 비전이며스마트 플래닛의 핵심사업으로스마트 시티를 강조하고 있다.

 

IBM의 스마트시티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딕슨(Michael Dixon) ‘2030년이면 지구상의 인구 6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며 도시화의 추세는 막을 수 없어 새로운 전문가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이 내다본 향후 도시의 운명은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될 터인데 데이터 확보(collecting data), 구조적 수단확보(making cities instrumental), 지능화와 상호연계성(urban intelligence & interconnectivity)을 들었다. 3가지 핵심요소를 이용해 교통, 치안, 복지, 교육, 건설, 상하수도, 에너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세종대왕과 데이터분석

 

1430 3월 세종대왕은 백성과 신하 172806명을 대상으로 조세제도 개혁에 대해 찬반여부를 물었다. 찬성 98657, 반대 74149명으로 찬성이 우세했다. <세종실록>에는 민간에 찾아가 찬반의견을 묻는다는 뜻의방문(訪問)’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요즘 말로 여론조사다. 이를 다시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참석한 어전회의에서 격렬한 토론을 거쳐 최종합의에 이르게 했다. 조선 초 인구를 600만으로 추정하면 전 국민의 2.8%에게 직접 의견을 물은 것이다.

 

1차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토지생산력이 낮은 함길·평안의 경우 찬성 1410, 반대 35912로 반대편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땅이 비옥해 생산량이 많은 경상·전라에서는 찬성 65864, 반대 664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영의정 황희마저 나서 새로운 공법에 반대한다. 세종은 나는 경상·전라 양도의 백성들 가운데 공법의 시행을 희망하는 자가 많다고 들었다. 이제 이 지역의 민간을 다시 방문(訪問)해 백성들 가운데 희망하는 자가 3분의 2가 되면 우선 이들 지역부터 새로운 법을 시행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신하들에게 토론을 요구한다. 백성들이 원하는 지역부터시범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8

 

지금으로부터 580년 전에 데이터 조사,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국가경영에 데이터를 동원한 놀라운 사례다. 요즘에도 17만이 넘는 가가호호 방문조사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요구된다. 580년 전의 교통수단과 집계방법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따로 구축해 조사한 것이다.

 

<지도 5>는 서울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횡단보도 위와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패턴이다. 강북구의 수유역부터 미아삼거리, 길음역을 한 축으로 강력한 밀도를 보여준다. 강북의 최대 상권인 종로부터 동대문까지에도 뚜렷한 밀집도가 만들어졌다. 신촌역, 영등포역, 오류동역, 서울대입구역, 건대입구역 등이 주목할 만한 지역들이다. <지도 6>은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와 중상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종로일대와 더불어 중랑구의 장안교 사거리와 관악구의 난곡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지역이 위험지역으로 도드라진다. 교통사고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한국의 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도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0 29481건에서 2010 226878, 2011 221711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 충북, 대전, 울산, 제주 등 5개 시·도는 전년도보다 사망자 수가 늘었다.

 

다행히 도로교통공단에서는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GIS 기반으로 구축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의 핵심은 데이터의 규모나 시스템 구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분석과 문제해결에 적용해 실제적인 성과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 세종대왕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 분석은 문제해결을 위한 명료한 목표를 가질 때 성과가 뚜렷해진다. 교통사고 또한 교통, 행정, GIS, 보험, 의학 전문가들이 공동의 연구와 분석을 융합할 때 영국 런던처럼 30% 이상의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만 한곳에 모아둔다고 저절로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과 손길이 필수적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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