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주는 비즈니스의 교훈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3대 조직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대학, 병원, 신문사가 그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 발행하는 신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옛말입니다. 대학은 학생 수 감소와 무한 경쟁에 노출돼 있습니다. 신문사도 미디어 격변기를 맞아 혁신을 화두로 삼은 지 오래입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의료계는 변화의 무풍지대였습니다. 의사의 경우 라이센스만 획득하면 평생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고 규제 환경이 변하면서 병원들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현명한 경영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DBR은 매년 기업 이외 분야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해왔습니다. 재래시장(DBR 82), 지방정부(94), 농업(113) 분야에 이어 이번에는 의료기관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을 찾아 집중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호와 마찬가지로 이번 호 사례 연구에서도 풍성한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차병원은 한국 의료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가치 있는 사례입니다. 미국 LA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종합병원을 인수함으로써 외국 기업이 겪을 수밖에 없는 불리함(liabilities of foreignness)을 최소화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적응만을 전략으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적 모델을 활용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야간 회진이나 산부인과 병동의 미역국 서비스 등을 활용해 미국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CEO가 직접 회진을 돌고 의사들과 만나 임상에 대해 토론하는 등 현장에서 답을 찾는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스타일의 경영도 돋보였습니다.

 

대전 선병원 사례는 변화 관리의 교과서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감명을 줍니다. 일방적으로 변화를 밀어붙이지 않고 조직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들을 활용해 변화를 확신시킨 지혜는 훌륭한 기업 사례보다 더 생생한 교훈을 줍니다. 특히 변화에 저항하는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역할극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직접 비디오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의 동력을 찾도록 한 에피소드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혁신은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입니다. 탈장 전문 병원인 캐나다 숄다이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DBR은 어떻게 환자들 간 동창회 모임이 형성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고 숄다이스병원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비결은 군의관으로 일했던 창업자의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치료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획득한 군의관의 지혜가 고스란히 탈장 전문병원 운영 노하우로 정착되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개성파 병원이 탄생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사례는 최근 경영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께 좋은 지혜를 전해줍니다. 대규모 정보 시스템을 기획·구축·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전해주는 현장형 교과서입니다.

 

김안과병원 사례는 작은 동네 의원이 대형 병원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범입니다. 시기별로 구분된 사례 분석을 통해 시대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형 의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증 환자를 확보하고 중요한 수술을 마친 후에는 다시 의원으로 환자를 돌려보내 상생의 생태계를 만든 지혜는 기업인들에게 충만한 영감을 줍니다.

 

DBR이 분석한 5개 병원의 사례를 통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들도 좋은 혁신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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