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기업이 평판·신뢰 더 좋다

136호 (2013년 9월 Issue 1)

 

 

 

Strategy

 

 

Do family firms have better reputations than non-family firms? An integration of socioemotional wealth and social identity theory” by David L. Deephouse and Peter Jaskiewicz,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50(3), pp.337-360.

 

왜 연구했나?

 

<포천> 등 유수한 경제 전문 잡지들은 해마다 ‘The Most Admired Companies’ 등과 같이 기업의 세계적 평판도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곤 한다. 평판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주, 소비자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평판도가 좋은 기업일수록 당연 더 나은 재무적 성과를 이끌어내고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평판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높은 명성과 평판을 쌓는 일은 품질을 개선하고 관리 유지하는 것 이상의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Alberta대의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가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사명(社名)을 설립자 이름이나 설립자 가족 이름으로 지을 경우 회사의 평판도가 더 높아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들이 지금 당장 사명을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두 교수들은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이름을 사명으로 갖고 있는 회사들은 독특한 기업문화, 지배구조, 경영철학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 요소가 더 높은 사회적 평판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너중심의 가족경영 폐단이 심심치 않게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춰 볼 때 연구내용이 흥미롭다.

 

무엇을 연구했나?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가 지칭하는 설립자명 혹은 설립자 가족 명의 회사란 사명을 통해 설립자나 그 가족구성원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의 구성원이 기업의 목표, 전략, 실행 등 다각적 활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을 뜻한다. 물론 이들의 기업 내 지분율도 높은 편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업을 가족기업(family firm)으로 표현하며 몇 가지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기업 전반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반드시 수익에 기반한 경제적 가치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회감성적 접근을 통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단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타 기업과의 협력이 기업 활동과 재무성과에 더 유리하다 할지라도 독자적인 통제를 선호하며 기업활동 전체를 지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돈이 들더라도 환경오염방지 등 사회적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의 일원임을 부각시켜 가족기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둘째, 이들이 사회적 평판에 유독 관심을 두는 이유도 사회감성적(socio-emotional) (wealth)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회감성적 부란 지역사회에서의 지위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로 가업승계와 가족구성원의 기업 내 입지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 구성원은 더 높은 자긍심과 자아 정체성,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기업의 정당성, 사회적 평판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한다고 두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는 그러나 같은 가족기업이라 할지라도 가족의 이름을 기업의 사명(社名)으로 쓰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서도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명에 가족 당사자의 이름을 올릴 경우 이는 당사자들의 가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가족 당사자들의 명예와 대내외적 신뢰를 고수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회사와 운명을 함께한다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업의 대내외적 평판, 좋은 이미지와 호감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따라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더 많은 신뢰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가족 이름을 사명으로 하는 경우 가족구성원 중 일부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경우 가족구성원은 경제적, 재무적 논리에만 몰입되지 않고 앞서 언급한 가족기업의 목표(예를 들면, 가업승계, 사회적 평판재고)를 실현하는 등 재무적 부를 넘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에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구성원이 이사회의 핵심 일원으로 참여할 경우 기업의 평판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두 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Reputation Institution의 자료를 활용했다. 26개 국을 대상으로 각 국가별 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정해 이들의 평판도를 연구대상으로 활용했고 한국을 포함해 최종 8개 국의 대표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가족기업 여부 및 참여정도, 지분규모 등을 분석에 활용했다.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이들이 느끼는 해당 기업의 신뢰도, 사회적 평판, 선호도 등을 설문조사했다. Bureau Van Dyke DB Orbis DB를 활용해 해당 기업의 가족구성원의 이사회 참여, 의결권 행사 등을 확인해 가설검증에 활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결론적으로 Deephouse 교수와 Jaskiewicz 교수의 주장은 모두 지지됐다. 가족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높은 평판도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연구대상이 된 8개 국 기업들 모두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결국 기족기업과 그 가족구성원들이 평판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더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본 연구는 가족기업 구성원이 느끼는 정체성과 사명감, 정당성 확보의 필요성이 기업의 평판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우호적 관계유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지역사회 기부 등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흔히 가족기업의 경우 주주-경영진 간의 갈등 등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학자는 본 연구를 통해 가족기업의 긍정적인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음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신뢰와 평판을 쌓는 일은 분명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창출해 낸 사회감성적 부가 얼마만큼 회사의 수익에 직결되는가는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없다. 단기 실적에 늘 좇기는 계약제 전문경영인이 이 같은 결정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기업은 이런 한계를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토대로 두 교수는 몇 가지 실무적 조언을 하고 있다. 먼저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수익 극대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우호적 관계유지까지 그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평판과 신뢰를 높임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비가족기업은 가족기업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기업의 평판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그 전략을 주지할 필요성이 있다.두 번째, 가족기업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가족구성원이 이사회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지 많은 가족구성원이 참여한다고 그 효과가 배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가족기업의 단점이 부각돼온 그동안의 연구에 비해 장점 역시 적지 않음을 제시한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기업을 소유한 가족구성원이 올바른 정체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사회감성적인 부를 창출하는 데 더욱 노력한다면 신뢰와 사회적 평판을 쌓고 존경받으며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음을 두 학자는 주장하고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Psychology

 

작은기업에 효율적인 이념동질성 큰 기업에서는 위험할수도

 

 

Based on “Corporate boards’ political ideology diversity and firm performance” by Incheol Kim, Christos Pantzalis, & Jung Chul Park (2013, Journal of Empirical Finance, 21, 223-240).

 

왜 연구했나?

 

보수와 진보는 서로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유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사회적인 비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것은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없는 사회는 평화롭고 효율적으로 보이나 견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해야 한다. 이 원리를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업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또는 진보 중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 사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문제점을 보완해서 기업의 성과도 더 좋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이사진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팀정신모형(team mental model)에 따르면 구성원의 정치적 성향이 대체로 같을 때 조직의 성과도 좋게 나온다.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면 업무 처리 과정이 효율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대리인 비용 가설에 따르면 정반대의 주장이 제기된다. 구성원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조직의 성과를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팀정신모형을 기업에 적용하면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같을 때 기업의 성과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기업에는 대리인비용 가설이 더 부합한다면 이사진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의 이사진 구성에는 팀정신모형과 대리인 비용 가설 중 어느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긍정적일까?

 

무엇을 연구했나?

 

다양성은 크게 상태동질성과 가치동질성의 2가지로 나눈다. 상태동질성은 나이와 성, 인종, 종교, 직업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구분되는 동질성이다. 가치동질성은 가치와 태도, 신념 등에 따라 나누는 동질성이다. 보수와 진보 등 개인의 정치적인 이념은 가치동질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보수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전통과 권위를 강조한다. 반면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전통과 권위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한다. 기업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현상유지 전략만을 취할 때 해당 기업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서 과도하게 변화만을 추구하면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는 것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의 견제와 갈등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일종의 비용으로도 볼 수 있다. 또 보수와 진보의 견제는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대리인 비용은 주주와 경영인(대리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보일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일부 이사진이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때 이사진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면 일부 이사진이 또 다른 일부 이사진의 부당한 행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올바르지 않은 결정에 대한 견제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주와 이사진의 갈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대리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만 이사진이 구성돼 있다면 서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이사진이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서 회사에 해가 되는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나머지 이사진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면 이런 부당한 의사결정은 제어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리인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이 때문에 CEO와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 기업 경영진은 정치적 성향이 다양할수록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과도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남플로리다대와 어번대의 공동연구진은 미국의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 기업들의 이사진 5576명에 대한 정치적 성향과 성과를 분석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연방선거위원회(FEC·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등록된 정치 기부금 자료를 근거로 분류했다. FEC는 정당 기부자의 성명과 주소, 직업, 기부연도, 지지후보 및 정당 등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해당 기업들의 홈페이지 등에서 찾은 이사진에 대한 공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정치기부자와 이사진의 동일인 여부를 판별했다. 그 결과 연구표본 중 98%에 대해 정치적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이념지수는 기부자가 공화당에 낸 기부금에서 민주당에 낸 기부금을 뺀 금액을 총기부액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정치이념지수가 1이면 보수성향을, -1이면 진보성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기업성과는 토빈Q(총자산의 시장가치를 총자산의 장부가치로 나눈 값)를 이용했다. 토빈Q가 클수록 기업의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대리인비용은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총자산으로 나눈 다음 부진한 성장성(poor growth)을 곱해 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공동연구진의 조사 결과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할수록 기업의 성과가 좋았다. 또 대리인 비용도 적게 들었다. 기업의 규모와 이사진 규모 등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또 사외이사진의 규모를 통제해도 같은 결과였다. 이런 결과는 사외이사의 규모보다는 정치적 성향의 다양성이 기업의 성과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은 63%가 보수적인 성향(공화당에 더 많이 기부)을 보였고 35%가 진보적인 성향(민주당에 더 많이 기부)을 나타냈다. 이사진은 평균 12000달러를 정당에 기부했고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2배 정도 더 기부했다. CEO와 사내이사진의 정치적 다양성은 0.33이었고 CEO와 사외이사진 또는 사내이사진과 사외이사진의 정치적 다양성은 각각 0.66이었다. 사외이사진이 이사진의 다양성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지배구조와 성과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의할 때 보통 이사진의 독립성이 주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이사진의 독립성이 클 때 기업의 성과도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진의 독립성이 반드시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865개 기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사진의 독립성 규정을 준수한 기업의 CEO 급여가 준수하지 않은 기업보다 17% 더 높게 나왔다. 법적으로 규정된 수준으로 이사진을 독립적으로 구성한다고 해서 CEO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진의 법적 독립성이 CEO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이사진 구성에 어떤 요소가 더 추가돼야 CEO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촉진시켰다. 이 요소들 중 하나가 이사진의 정치적인 다양성이다. 보수 혹은 진보 등 정치적 성향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한다. 경영진에 정치적 성향이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의사결정과 판단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다. 물론 팀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높은 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훨씬 큰 기업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Operations

 

강압적인 권력사용 협력사의 성과에 악영향 미친다

 

Regis Terpend and Bryan Ashenbaum Journal of Supply Chain Management, Vol. 48, No. 3, pp. 52-77.

 

왜 연구했나?

 

공급사슬관리(SCM) 분야에서는 고객사와 협력사 간에 서로 신뢰하고 고객사가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협력사를 대하지 않는, 다시 말해 상호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양자의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가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진행돼 왔다.

 

반면 공급사슬의 구성 형태와 관련해서 고객사가 거래하는 협력사 수에 따라 동반자적 관계와 성과 간의 긍정적인 관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와 관련된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저자들은 SCM의 대표적인 분야인 고객사-협력사 관계(buyer-supplier relationship·BSR)와 공급 네트워크 분석(supply network analysis·SNA) 방법을 결합해 통계적 실증연구를 진행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저자들은 미국의 아홉 개 산업에 속한 225개 제조업체(고객사)의 구매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홉 개 산업들 중에서 4개는 산업재, 3개는 소비재, 나머지 2개는 기술 자산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응답 기업들은 모두 1) 연간 매출 규모가 3억 달러 이상이며 2) 매출액 대비 외부로부터의 구매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3) 구매하는 품목이 다양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저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함으로써 여러 가지 연구 가설들을 검정했다.

 

저자들은 현실적으로 고객사가 협력사에 대해 높은 교섭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해 고객사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발휘하는 권력(power)을 조정권력(mediated power)과 비조정권력(non-mediated power)으로 구분했다. 조정권력은 고객사가 협력사의 역할이나 결과물을 개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어떤 행동을 유도하거나 통제하는 경우에 해당되며 비조정권력은 이러한 인위적인 조정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조정권력은 보상권력(reward power), 강압권력(coercive power), 조작권력(manipulative power)으로 구분되며, 비조정권력은 전문가권력(expert power), 지시권력(referent power), 합법권력(legitimate power)으로 구분된다. 여섯 가지 세부적인 권력에 대한 보다 자세한 예시는 < 1>에 소개돼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여섯 가지 권력 유형과 양자 간의 신뢰를 독립변수로, 고객사가 거래하는 협력사 개수를 조절변수로, 품질·원가·납기·유연성·기술혁신과 같은 다섯 가지 지표들을 종속변수로 고려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연구결과

 

조정권력 중에서 유일하게 강압권력이고객사 요구에 대한 협력사의 성과’(이하 협력사 성과)1 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비조정권력 중에서는 지시권력과 합법권력이 협력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의 사례에서와 같이 고객사가 강압적으로 협력사를 대할 경우 협력사 역시 그러한 고객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계특유자산(relations-specific asset)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요구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반면 협력사는 명성이 뛰어나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고객사와 거래하거나 고객사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무사항을 명확하게 인식할 경우 성과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많은 선행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양자 간의 신뢰 수준이 높을수록 협력사는 고객사를 염두에 둔 성과 수준을 높여나갔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고객사가 거래하는 협력사를 늘릴 경우 위에서 설명한 인과관계가 어떻게 변하느냐는 것인데 우선 협력사 수가 증가하면 강압권력이 협력사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다소 완화됐다. 협력사 입장에서 특정 고객사를 대상으로 경쟁업체가 많을 경우 고객사의 고압적 요구와 행동에 대해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사의 요구 사항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고객사가 다른 경쟁업체로 주문물량을 이관시킴으로써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 입장에서 특정 품목에 대해 거래할 수 있는 협력사군이 많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므로 협력사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협력사 숫자가 증가할수록 합법권력이 협력사의 고객사에 대한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욱 증폭된다는 연구결과 역시 이러한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한편 협력사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양자 간의 신뢰가 협력사의 고객사에 대한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논리에 따르면 신뢰와 성과 간의 긍정적 인과관계는 더욱 증폭돼야 하지만 협력사가 증가하면서 상호 신뢰 수준이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를 통해 고객사와 협력사가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면 협력사의 고객사에 대한 성과가 개선되며 그렇지 않고 고객사가 강압적인 권력을 남용하면 자사를 위한 협력사의 성과 역시 악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BSR과 관련된 기존 연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선행연구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는 협력사를 확대함으로써 교체비용을 포함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거나 오히려 소수의 협력사들과 높은 수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다소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본 연구의 의의는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연구 흐름인 BSR SNA를 결합해 진행했다는 사실에 있다. 고객사들은 자사가 거래하는 협력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궁금해 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만약 거래할 수 있는 협력사들이 많다면 비조정권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사를 염두에 둔 협력사의 성과를 더 많이 개선할 수 있다. 반면 협력사군이 많지 않다면 조정권력을 발휘함으로써 얻게 되는 손해가 더 심화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전히 고객사들이얼마나 많은 협력사들과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중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ojs73@sm.ac.kr

필자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8 9월부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전공 분야는 생산 및 공급사슬 관리이며등의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Sociology

 

내부자 주도 환경운동 기업가치 낮춘다

 

Based on “Social Movements, Risk Perceptions, and Economic Outcomes: The Effect of Primary and Secondary Stakeholder Activism on Firms’ Perceived Environmental Risk and Financial Performance” by Ion Bogdan Vasi and Brayden G. King (2012,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77(4), pp.573-596)

 

왜 연구했나?

 

독일의 저명 사회학자 올리히 벡은 현대 사회의 특징을 위험사회라고 했다. 과거에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위험에 처할 확률의 불균등한 분배가 문제라는 것이다. 위험은 다양하다. 금융시장이나 주택시장의 붕괴 위험, 노동시장에서 해고의 위험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험이 있는가 하면 교통사고의 위험, 산업재해의 위험과 같은 기술적 위험도 있고 자연재해, 방사능이나 유해물질 유출 등과 같은 환경적 위험도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것은 환경적 위험이다. 유해물질의 유출로 인해 작업장의 근로자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한 축으로서 환경친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연구했나?

 

컬럼비아대 공공정책 및 사회학 교수인 바시(Vasi)와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교수인 킹(King) 2012 <미국사회학회지(American Sociological Review)>에 실린 공동 논문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직전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의 700대 기업들에 대한 인지된 환경 위협 정도와 재무성과가 이들 기업을 둘러싼 환경운동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유럽에서는 이미 환경운동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졌지만 미국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환경운동의 압력이 2000년대 들어서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미국의 대기업을 둘러싼 환경운동단체와 운동가들의 활동이 기업에 대한 주변의 환경적 위협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또한 기업의 재무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했다.

 

이들은 환경운동이 기업들에 직접 압력을 가하기보다 기업들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그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리고 환경운동을 그 주체에 따라 주주 혹은 종업원, 공급업체 등 내부자 주도의 일차적 환경운동과 지역주민, 외부 시민단체 등 외부자 주도의 이차적 환경운동으로 나눠 이차적 운동에 비해 일차적 운동의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은 기업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또한 긴밀한 이해관계를 가진 내부자에 의한 환경운동이 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는 것이다.

 

바시와 킹은 일차적 환경운동의 예로서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환경 위협 관련 결의 건수를 세고 이차적 운동의 예로서 외부 단체들에 의한 시위나 불매, 고소 건수를 셌다. 인지된 환경위험은 해당 기업에 대한 위험평가 전문기관의 평가지수를, 재무성과로는 기업의 시장가치를 자본의 대체비용으로 나눈 토빈의 Q 값을 이용했다. 그 밖에 기업의 규모, 연구개발, 명성, 지배구조, 기업문화 등의 통제변수를 통제한 뒤에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인과적 관계를 패널회귀분석을 통해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는가?

 

자료의 분석결과 이들은 일차적(내부자 등에 의한) 및 이차적(외부 단체 등에 의한) 환경운동 모두 기업에 대한 인지된 환경위험을 높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일차적 환경운동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환경운동이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인지된 환경위험이 큰 기업들은 재무성과 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환경운동, 특히 내부자 주도의 환경운동은 기업에 대한 주변의 인식을 나쁘게 하고 그것이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녹색성장 혹은 지속가능한 발전 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기업에 대한 환경운동이 보상과 법적 제재를 중심으로 외부 단체들이 주로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향후 이 논문에서 밝힌 것처럼 시장에서의 부정적 인식의 확산을 통해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일종의 비용처럼 생각돼 왔던 환경친화성 제고를 이제는 일종의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joonhan@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을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한국 사회과학자료원 원장도 맡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학주제는 물론 산업현장과 기업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각종 조직이론, 기업 내 성과관리 등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