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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금융돕기가 국제화전략이다

최종범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금융 부문의 국제화를 살펴보면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UBS, 도이치뱅크와 같은 글로벌 은행의 국제화지수(Transnationality Index) 75를 웃도는 반면 국내 은행들의 국제화지수는 5에 머물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우리나라 금융의 수준을 가늠해 보라고 하면 말레이시아 금융의 수준보다도 뒤떨어진다는 진단을 한다. 대한민국 글로벌 기업들의 금융 니즈(needs)를 현지에서 충족시켜줄 글로벌 금융회사를 우리가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융은 더 이상 실물경제 성장의 부속품이 아니고 오히려 미래 실물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금융은 마치 마법(magic wand)과 같아 미래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오늘 미리 당겨서 쓸 수 있게 해준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나 당장 자본이 없는 창업자에게 미래의 수익창출력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벤처금융이 한 예다.

 

어떻게 하면 국내 금융회사의 국제화를 빠른 시일 내에 이룰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경제발전이 뒤떨어져 있는 후진국들이 포진해 있는 프런티어(Frontier)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것과 같다.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1970년대로 돌아가 강남의 땅을 매우 싼 값에 매입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후진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와 유사한 기회를 얼마든지 포착할 수 있다.

 

프런티어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은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이들 시장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 발표자료에 따르면 G7 국가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1.42%에 그친 반면 프런티어 시장에 속하는 가나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14.39%, 캄보디아는 7.08%, 라오스는 8.04%, 몽골은 17.51%를 기록했다.

 

이들 중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침체를 거듭하다가 최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다른 서방세계와의 동조화 정도가 현저히 낮아 우리나라로서는 분산투자의 효과가 큰 시장이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글로벌기업 및 동포기업들과 손을 잡고 현지 중산층의 성장을 유도해 소비를 창출하고, 자원의 생산과 수출을 장려하며, 수송 및 통신네트워크 등 인프라 구축을 도모하는 금융을 담당한다면 엄청나게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개발금융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온 국내 금융회사들이 과거의 노하우를 이들 프런티어 시장에 전수하면서 적재적소에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상생을 통한 장기 지속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 현지 국으로 가서 단기적으로 이윤만을 획득한 후 빠져 나오는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impact investments)를 위해 현지인들을 적극 채용해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살면서 신뢰를 쌓고, 성장의 과실뿐 아니라 위험도 함께 나누며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장기적 안목의 금융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 프런티어 시장에는 과도한 규제와 부패, 정치적 불안, 커다란 신용위험 등 많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초기에 상당한 수업료를 지불할 각오를 하고 참을성 있게 투자하는 현지 전략을 감행해야 한다. 프런티어 시장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은 현지 진출에 따른 위험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잘해왔던 개발금융 능력을 부지런히 후진국에 알리고 기회가 닿는 대로 직접 달려가서 그들 사회에 적응하며 그들을 도와주는 적극적인 전략을 취할 때가 됐다. 이러한 후진국 진출 금융전략은 국제화가 미진한 국내 금융회사의 국제화에 획기적인 발전 속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좁은 금융시장에서 영업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금융의 혜택을 훨씬 못 받는 프런티어 시장으로 가서 도움을 주며 그 시장을 우리 시장의 일부로 만들어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다. 이들 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과 동포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의 국제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최종범 성균관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최종범 학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및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성균관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증권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금융감독원 Basel Ⅱ 승인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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