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적 인재 영향력 커도 비호감
Based on “Two Ways to the Top: Evidence that Dominance and Prestige are Distinct yet Viable Avenues to Social Rank and Influence” by Joey T. Cheng, Jessica L. Tracy, Tom Foulsham, Alan Kingstone, Joseph Henrich (forthcom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왜 연구했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수직적인 위계질서도 필수다. 자원배분, 갈등해결, 집단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수평적인 사회라고 알려진 수렵집단에서도, 비록 사회적 규범을 통해 특정인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도 위계질서는 존재한다. 달리 말해 어느 사회건 지도자는 있기 마련이다. 위계질서는 너무나 명백한 사회현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떤 과정을 거쳐 위계가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역량설과 폭력설 등 두 견해의 대립이 좋은 예다. 역량설은 뛰어난 기술과 능력 및 이타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이 구성원들의 신망을 얻어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반면 폭력설은 구성원에 대한 위협과 폭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쟁취한다는 설명이다. 역량설과 폭력설은 상반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 현상을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CEO인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를 꼽을 때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투자가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안목 때문에 ‘오마하의 현인’이라고까지 불린다. 그의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도자가 버핏처럼 존경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재자 소리를 듣는 CEO가 더 많은 편이다. 실제로 지도자들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과정은 어느 이론이 더 적절할까? 구성원의 신망을 얻어 높은 지위에 올라간다는 역량설인가, 아니면 구성원들을 제압한다는 폭력설인가?
무엇을 연구했나?
상반된 역량설과 폭력설을 하나로 통합한 이론이 위압-신망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류는 진화적으로 2가지 계통의 유산이 있다. 하나는 영장류(primate)의 유산이다. 비록 진화를 거쳐 현생 인류는 유인원과는 전혀 다른 종이 됐지만 그 유산마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힘의 우위로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영장류 사회의 유산 역시 인류 사회에 남아 있다. 다른 하나는 문명을 이룩하면서 생긴 현생 인류 고유의 유산이다. 전자는 지위 상승의 수단으로 강압과 공포를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후자는 신망을 통해 지위 상승을 도모한다. 기존 폭력설과 역량설은 인류의 2가지 유산 중 하나만을 강조한 반쪽짜리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영장류 사회에서 지위 상승은 적대적 경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제한된 자원에 우선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쟁상대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폭력이 사용되기고 하고 심리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힘의 우열이 가려지면 지배와 순종의 질서가 형성된다. 인류는 지위 상승과정에서 위압뿐 아니라 신망을 얻는 방법도 함께 사용한다.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사회학습능력을 터득한 덕이다. 이런 능력 덕에 저비용으로 유용한 정보와 능력을 확보하게 됐고 능력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모델로 떠오르게 됐다. 구성원들은 능력 있는 사람과 연줄을 대기 원하고 이 과정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구성원들의 신망을 얻어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게 된다. 비록 신망이 인류사회 고유의 지위상승 과정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위압이 완전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압과 신망은 인류가 지위상승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영국 에섹스대 공동연구진은 2차례의 실험을 통해 신망과 위압이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했다. 실험1에서는 191명의 대학생들을 4∼6인으로 구성된 36개 집단으로 나눠 상호작용하도록 한 뒤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에 모여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이름표를 사용했다. 참가자들은 우선 ‘달에서의 실종’ 과제를 풀었다. 달에 비상 착륙한 상황을 가정하고 산소탱크, 열기구, 신호탄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 15가지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과제다. 같은 과제로 20분간 집단토의를 했다. 토론에는 각자가 미리 작성한 목록을 이용하도록 했다. 20분간의 토론 장면은 2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녹화했다. 집단토의를 마친 후 구성원들에 대해 서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내용은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 등 5개 요소였다. 이와 함께 개별적으로 작성한 목록과 집단토의를 통해 만든 목록을 비교해 영향력을 발휘한 정도도 측정했다. 개인적으로 작성한 목록과 집단 토의를 통해 작성한 목록이 비슷할수록 그 사람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참가자들의 토론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내용을 분석해 외부인의 시각에서 토론 참가자들의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를 분석했다. 실험2에서는 시선추적기를 사용해 신망과 위압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시각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지 검증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시선추적기를 쓰고 실험1에 녹화한 토의 장면을 보았다. 동영상을 본 다음에는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의 영향력, 통제력, 신망, 위압, 호감도 등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실험1: 다른 사람에게 신망과 위압 정도가 크다고 느껴질수록 그 사람의 영향력과 통제력도 역시 크다고 지각됐다. 그러나 신망이 높은 사람과 위압감이 높은 사람의 호감도는 크게 달랐다. 신망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이 높았지만 위압감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위압감이 높은 사람에 대한 비호감의 판단이 내부자의 평가와 외부자의 평가가 다르다는 데 있다. 동영상을 녹화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위압적인 사람에게 비호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서는 비호감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외부인이 보기에는 구성원들이 위압적인 사람을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냈지만 내부인은 본인이 비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실험2: 신망과 위압이 높은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호감 혹은 비호감 정도는 주목을 받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인간 사회의 위계구조는 다면적이다. 지위 상승의 방법으로 위압과 신망이 함께 존재한다.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적이거나, 독단적이고, 권력지향적이며, 화를 잘 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지위 상승과정에서 위압전략과 일맥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지도자들이 지적이고, 실력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과시하고, 이타적이며, 관대하고, 정직하고, 공평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경우는 신망을 통해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반돼 보이지만 위압과 신망은 인류 사회에서 지위 상승의 방법으로 서로 독립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즉, 위압과 신망은 전혀 다른 작용이지만 사회 구성원은 이 2개의 전략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
기존 리더십 연구에서는 위압과 신망 어느 한쪽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지도자의 이기적인 측면과 서번트적인 특성을 구분한다거나 전제적인 지도자와 민주적인 지도자를 대비시키는 접근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개념적인 구분이지 지도자의 실제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다. 현실의 지도자는 이기적인 측면과 서번트적인 측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역량이 뛰어난 지도자는 강압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고 반대로 역량이 부족한 지도자는 강압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지도자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이유는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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