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Myopia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서울시청 신청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도 지난 주말에는 다른 시민들처럼 건물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건축 디자인에 문외한이지만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에도 외관만큼이나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기존 청사 뒤에 신청사가 서있는 모습을 몇 주째 보고 있어도 그 광경이 왠지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서울시내를 다니다 보면 구청사와 신청사의 조합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2002년부터 쓰인 서울시 브랜드인 ‘Hi Seoul’이 새겨진 시각물들은 관리가 잘 안 되고 방치돼 있는 듯하다. 대신희망 서울과 노란색과 녹색을 조합한 이미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1990년대에 만들어진 해산강 로고나 해치 이미지까지 쓰이고 있으니 과연 대표적인 서울의 브랜드와 로고와 슬로건이 무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시대에 도시, 국가와 같은 지역도 브랜드화가 가능하며 그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역 브랜딩(place branding) 노력이 관광객 증가, 투자 유치, 긍정적 원산지 효과로 수출 증대 등을 통한 지역민 수입 증가와 자긍심 고취, 소통 활성화와 같은 실질적 효과로 연결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빌 베이커(Bill Baker)에 따르면 지역 브랜딩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마치 한 지역의 이미지가 진화하는 단계와 유사하다. 첫째, ‘자연적 이미지(organic image)’ 단계다. 한 지역에는 자연 경관, 건축물, 역사, 문화, 예술, 인물, 음식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돼 있다. 따라서 지역 브랜드를 만들려면 이미실체로서 그 지역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여러 유·무형적 요소들에서 공통된 장점을 뽑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통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정체성을 미래지향적으로 정립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둘째, ‘마케팅 유도 이미지(marketing-induced image)’ 단계다. 광고, 홍보 등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기존 자연적 이미지에 의도한 메시지를 입히는상징적 실행(symbolic action)’ 단계다. 셋째, ‘경험 단계(experiential phase)’에서는 지역 이미지가 개인의 직접적 경험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된다. 이 단계에 이르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다양한 브랜드 요소들을 목표 정체성에 맞춰 변화시키고 경험을 통해 실체적 이미지로서 받아들여지도록 만들기 위한 일관되고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품 브랜딩은 많은 경우 실체와 상징적 실행은 있으나 전략이 미흡해 실패한다. 반면 지역 브랜딩의 실패 사례를 보면 종종 실체를 간과하고 리더의 철학에 기초한 전략을 밀어붙이는 데 그 실패의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최근의 실패 사례가 덴마크 코펜하겐이다. 2009년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코펜하겐에서 열리자 시 당국은 이 행사의 의미를 기반으로 도시 브랜드 구축을 도모했다. 코펜하겐(Copenhagen)은 기후변화를 막는 희망(hope)을 주는 도시라는 뜻으로 ‘HOPEnhagen(희망하겐)’이라는 브랜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대로 협약 타결에 실패하자 거꾸로절망하겐(BROKENhagen, NOpenhagen)’이라는 비아냥에 가까운 오명을 얻었다.

베이커와 같은 전문가들은 종종 도시의 리더들이 실체적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미지 문제와 실체적 문제를 혼동한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와 실제 존재하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리더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과 나아가 관광객, 투자자, 핵심 인력과 같은 외부의 고객들이 어떻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적어도 15∼20년이 걸린다. 근시안(myopia)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실패를 거듭하며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다시 새로운 브랜드 로고와 슬로건을 만든다면 무엇보다 서울을 구성하는 다양한 실체적 요소들을 반영하는,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시민과 외부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주변의 전문가뿐 아니라 가능한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한인재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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