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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TREND Report

해커빌리티:파괴하고 재해석하자

유인오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거칠게 자르거나 헤집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 핵(Hack)은 컴퓨터 분야에서 보안 허점을 이용해 시스템에 침입하는 행위, 혹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기술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이런 핵이라는 용어는 이제 컴퓨터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아하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방법, 그리고 비정상적인 변형과 개조를 의미하는 핵이라는 단어가 상품과 디자인, 사회와 예술 분야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해커빌리티(Hackability)는 바로 이런 핵이 일상적으로 적용돼 변화하는 모습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해커빌리티는 기존의 가치를 해체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 혹은 가능성을 일컫는다. 상품을 정해진 방법이 아닌 보다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개조해 사용하거나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효율성과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한 방법 등이 바로 핵이다. 이를 가능하도록 기존의 가치를 해체하고 재해석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바로 해커빌리티다.

 

참여를 통한 창의성의 극대화

해커빌리티는 5가지 중요한 가치를 추구한다. 바로 실용성과 개방성, 공유성, 참여성, 창의성이다. 우선 해커빌리티는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편법도 불사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컴퓨터 분야에서의 해킹과 마찬가지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개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창의성을 극대화시켜 나간다.

 

해커빌리티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권한을 사용자에게 위임한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사용 용도의 결정 권한을 사용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창의성의 주체가 사용자가 된다. 이는 사용자가 상품의 용도를 결정하는 유저리즘(Userism)이라는 기존 가치를 넘어서는 수준을 의미한다. 해커빌리티는 유저리즘보다 훨씬 과격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유저리즘이 원래의 상품을 자신이 원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해커빌리티는 상품을 자신이 원하는 용도에 맞춰 개조함으로써 더 높은 자유를 추구한다.

 

해커빌리티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부분은 상품의 디자인이나 사용성 측면이다. 디자이너들은 상품을 디자인할 때 사용자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한다. 컴퓨팅 분야의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구글의 넥서스 Q, 우야(ouya.tv)와 같이 해커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해커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디자인들은 몇 가지 측면에서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사용자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도록 분해, 조립이 간편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쉽게 다른 기기와 연결, 확장할 수 있다. 이런 용도 외의 사용에 대해 법적인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해커빌리티는 기존 상품을 자의적으로 변경해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을 매시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둠으로써 사용자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해커빌리티의 영향력은 단지 상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커빌리티로 강조된 창의성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 나간다.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나 사회적인 불평등과 불만사항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참여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해커빌리티가 제공하는 가치다.

 

 

기존 상품의 재해석과 변형

기존 상품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고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상품과 가치를 창출해 내는 역할은 모더빌리티(Modability)가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을 개조하고 변형시킴으로써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모더(Modder)들은 이제 개인의 영역을 넘어 기업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모더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정보와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해커빌리티의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안전하며 쉽다. 모더빌리티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바로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한다. 공개된 소스와 하드웨어로 구성된 아두이노를 더욱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별 다른 프로그래밍조차 필요 없도록 만들어진 툴킷들이다. 단지 다른 하드웨어와 연결한 뒤 입력에 맞춰 동작하도록 소프트웨어 모듈을 연결시켜주는 것만으로 원하는 동작을 수행하게 해주는 티구에듀노(teagueduino.org)나 메이키 메이키(makeymakey.com)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좋은 사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들에게 모듈화되고 플랫폼화된 환경은 친절한 가이드이자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된다. 단순히 아이디어만 있던 일반인들도 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체화함으로써 해커빌리티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개조하고 변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방법을 직접 콘텐츠화하고 서로 공유함으로써 발전시켜 나가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는 이케아 가구의 특성을 교묘히 비틀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상품을 조립함으로써 해커빌리티를 구현하는 이케아해커스(ikeahackers.net)가 그 예다. 제조업체에서 원하는 교과서적인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해법을 찾아나서는 해커빌리티 시대가 이미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가치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 창조

다른 분야에 속하는 것들을 하나로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매시업은 해커빌리티로 인한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술과 예술, 음식, 음악, 인문, 라이프스타일 등이 뒤섞여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커빌리티의 힘이다.

 

수평적인 매시업을 통해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넘나들며 창의성이 증폭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 과학과 음식이 매시업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요리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3D 프린팅 기술, 키넥트와 같은 모션 인식 기술 등 기존 개념을 뒤집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이끄는 기술들이 다양한 분야와 매시업되면서 적용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센서 또한 해커빌리티를 위한 매시업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센서는 이제 모든 부분에 녹아들어가 측정, 입력 요소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웨어러블 센서처럼 사람 몸에 바짝 다가온 센서는 물론이고 신발,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센서가 적용되고 있다. 근접센서와 광센서, 온도센서를 내장한 L8 스마트라이트(l8smartlight.com)는 센서의 입력을 앱이나 별도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원하는 동작으로 변환시켜준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된 센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빛을 이용한 다양한 디자인 가능성과 SDK(software developer’s kit)를 통한 기능 추가와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목적이나 창의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개인과 집단의 힘으로 삶의 혁신 추구

공개와 공유,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해커빌리티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결에 기반한 라이프 3.0(Life 3.0)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한 사람의 영향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의 개혁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소셜 해커빌리티(Social Hackability)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디자이너 니샨트 제티(nishant1269.blogspot.com)는 인도 뭄바이시내에서 클리노스코프라는 디자인을 통한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쓰레기통에 투명한 만화경을 넣어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디자인 패턴을 만들도록 했다. 클리노스코프 캠페인은깨끗함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Cleaness Creates Beauty)’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사람들이 거리에 버리면 못 보는 것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커빌리티는 사회의 외형뿐 아니라 본질을 바꿔나가려는 움직임까지 같이 보여주고 있다. 위키리크스(Wikileaks)처럼 정보의 공개를 통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 등이 모두 해커빌리티의 영향이다. 베터플레이스(betterplace.org)나 라우드소스(loudsauce.com)와 같은 공익 사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도 소셜 해커빌리티의 사례들이다. 이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사회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소셜 해커빌리티는 사회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라이프핵(Life Hack)이다. 라이프 핵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좀 더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재미있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병따개 없이 병뚜껑 따는 방법부터 e메일 정리 방법, 허브 키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다.

 

라이프 핵과 관련된 유명 사이트인 라이프핵(lifehack.org)에는 커뮤니케이션,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머니, 프로덕티비티, 테크놀로지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된 각종 라이프핵이 등록돼 있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모티베이션을 주는 방법에서부터 책상을 정리하는 법, 지루함을 이기는 방법, 커플들을 위한 데이트 방법에 이르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나와 있다.

 

컴퓨터 분야에서 초보자용 서적으로 유명한 존와일리앤드손스의 더미 시리즈(for Dummies)는 이제 더 이상 컴퓨터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삶의 다양한 분야, 비즈니스나 커리어, DIY, 가드닝, 요리, 애완동물, 종교, 아웃도어 등 폭넓은 분야를 대상으로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출판하고 있다. 전문 웹사이트(dummies.com)를 개설해서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에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치는 동영상이나 칼 가는 법, 햄 자르는 법, 노래할 때의 호흡법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해킹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인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willbe@metatrendmedia.com

신동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dyshin@metatrendmedia.com

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www.themetatrend.com)는 상품 중심의 최신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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