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내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그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 요리사였던 이윤(伊尹)은 상(商)나라 탕왕(湯王)을 만나 자신의 대도(大道)를 펼칠 수 있었고, 어부였던 강태공은 자신을 알아준 주(周)나라 무왕(武王)을 만나 천하의 이름을 떨쳤으며, 한(漢)나라 장량(張良)은 그를 알아준 유방(劉邦)을 만나 천하 패권을 얻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세상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어떤 주군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결국 나의 뜻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에 이름을 떨친 영웅들 뒤에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준 주군을 위해 아낌없이 능력을 발휘한 인재들이 있었다.
역(易)에서는 이것을 합(合)이라고 한다. 천지(天地)가 합(合)하고 음양(陰陽)이 합(合)할 때 비로소 새로운 변화(變)와 해결책(通)이 나온다. 합(合)은 한마디로 궁합(宮合)이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고, 사람의 관계에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궁합이 안 맞는 재료와 만나면 그 가치를 잃게 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궁합이 안 맞는 사람 밑에 있으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위료자(尉繚子)> 병법에 보면 능력 있는 인재가 자신과 합(合)이 든 주군을 만나야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현사유합(賢士有合), 대도가명(大道可明)!’ ‘훌륭한(賢) 인재(士)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合) 큰 꿈(大道)을 펼칠(明) 수 있다.’ 세종대왕은 집현전 인재들과 합(合)을 이뤄 성군으로서 역사에 우뚝 섰고, 정조대왕은 규장각의 인재들과 합(合)이 돼 문예군주로 이름을 날렸다. 역사는 합(合)이 든 조직에게 천명(天命)을 내리고 대도(大道)를 이루게 해준다.
‘동성상응(同聲相應)’이라는 주역의 구절은 ‘서로 같은 소리가 만나면 무한한 반응을 한다’는 의미다. 1+1=2가 아니라 무한대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합(合)을 전제로 한 이른바 동양의 시너지 이론이다. 같은 에너지는 서로 만날 수밖에 없고(同氣相求)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만나면 세상은 밝아질 수밖에 없다(同道相明). 국가가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만나면(合) 국운은 상승하고 성대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는 자신과 합(合)이 든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을 천거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임명해(擧賢任能)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잠룡(潛龍)들도 결국 자신과 합(合)이 든 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대선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良馬)이라도 제대로 된 마부(策)를 만나야 먼 길(遠道)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학창 시절 합(合)이 든 은사님을 만나 인생의 큰 뜻을 품고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도 큰 복 중에 하나고, 나를 알아주고 응원해 주는 배우자를 만나(合) 내 꿈을 아낌없이 꿀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인생의 큰 행운이다. 반면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인생에 큰 불행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인생은 결국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사람을 만나는 일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좋은 만남은 위대한 결과를 얻을 것이오(合則通), 궁합이 안 맞는 만남은 결국 불통(不合不通)에 이를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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