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풍성함의 저주

112호 (2012년 9월 Issue 1)



풍성함의 저주

 

‘악마의 배설물(devil’s excrement)’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설을 주도한 페리스 알폰소 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석유를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석유는 모든 나라가 갖고 싶어 하는 자원입니다.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던 한국인의 정서에서 이런 비유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통찰은 적중했습니다.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지금 처참한 수준입니다. 반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심지어 석유류 제품은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액의 11.5%를 차지하면서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은 원유를 들여와 이를 가공해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원유 수입선인 중동 지역에까지 석유류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때론 풍요로운 환경을 가진 나라가 척박한 환경의 나라에 비해 훨씬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받곤 합니다. 실제 3모작 이상이 가능하거나 비가 많이 와서 작물이 더 잘 자라는 열대지방의 경제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온대지방에 비해 매년 1.3%씩 더디게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자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가치를 생산하는 일보다는 확보한 가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심을 더 가집니다. 가치를 만드는 일보다는 가치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큰 부()를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무력을 가진 집단이 권력을 잡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정당성이 없는 정치세력은 민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에 의존하게 되고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자원을 얻기 힘든 나라에서는 가치를 나누는 일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풍요로운 자원을 가진 나라가 앞서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역량을 쌓아온 나라의 경쟁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실 물도 없는 나라인 싱가포르가 물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가혹한 환경은 오히려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R&D 비용의 효율성을 측정해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압도합니다. 대개 큰 혁신은 빛나는 연구 장비를 갖춘 대기업 연구실이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사례에서 보듯 차고에서 더 자주 목격됩니다. 가혹한 환경을 탓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이 어둡습니다. DBR은 어려운 경영 환경을 성공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성장과 혁신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해왔습니다. 원가를 줄이거나 비용을 아끼고 현금흐름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전략은 불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불황을 잘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치 창출 기술을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워져야 더 혁신적인 방법이 떠오르고 더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시니어 시장 공략 방법을 집중 탐구했습니다. 시니어 세대의 잠재력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릭스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은 것처럼 시니어 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이들의 생활 패턴과 성향,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욕구를 이해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시니어 시장을 개척한 사례와 국내 전문가가 한국 시니어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아티클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 아이디어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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