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동국 DBR 3기 독자패널(나루아토)
DBR 104호 ‘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에 실린 리더십 권력의 종류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다. 권력의 원천을 그 특징별로 Bad, Good, Better, Best로 나눴는데 이 중 한 가지만 사용할 경우, 예컨대 준거적 권력만 사용한다면 Best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적 매력이 강해도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문제가 된다. 사람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이 강점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었으면 한다.
또 DBR 106호 ‘전문가 예측력이 침팬지보다 떨어진 이유’를 읽고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께 질문한다. 이 글에서는 전문가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자신감과 여타 환경으로 지적했는데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라는 반대의 상황이 예측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확신에 차서 예측을 하기보다는 다수가 선택한 표준화된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언제 어디서나 가장 효과적인 권력의 원천이나 리더십 행동(혹은 스타일)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930년대부터 20년 이상 진행된 초기 리더십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리더의 특성과 행동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데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많은 리더십 학자들은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채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발견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 내렸다. 1960년대 이후 진행된 리더십 연구의 초점은 ‘그럼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 어떤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리더십 스타일과 상황의 결합(fit)을 발견해 내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따라서 리더에게 주어진 다양한 종류의 권력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상황 판단력을 높이는 노력이 특정한 권력을 사용하려는 의지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 다만 준거적 권력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감안할 때 다른 권력의 원천이 효과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그 결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촉매재로서 준거적 권력을 ‘더불어’ 사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기존 리더십 모델들도 특정한 스타일 하나를 가지고 리더를 평가해 높은 점수가 나오면 바람직한 리더로 판단하고 그렇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리더로 결론짓는 건 지나치게 단순해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십 평가와 계발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가 부하를 이끌고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한 가지 유형만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한 방법은 리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행동을 마치 무지개의 7가지 색이나 스펙트럼처럼 평가하고 효과적인 리더가 돼야 할 이상적인 조합(combination)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를 계발해 나가려는 포괄적인 접근법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다양한 리더의 행동이 더 효과적인 상황이 언제인지를 숙지해 이를 반복, 실천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리더십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하게 다룰 계획이다.
정리를 해보면 권력의 원천과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접근법보다 ‘언제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로 판단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평가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판단력과 다양한 스타일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과 유연성이 결합된다면 리더십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리더십 계발도 골프처럼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지적한 대로 우리 주위에는 자신만의 예측 모델보다는 다른 전문가의 모델을 채택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자신이 배운 바가 그것이고 예측이 틀릴 경우 다른 전문가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자신이 감수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전문가는 글의 처음 부분에 언급했던 ‘짝퉁’ 전문가에 가깝다. 진짜 전문가는 남의 것을 카피하는 수세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모델을 가지고 상황을 분석, 예측하고자 한다.
어떤 전문가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표준모델을 가지고 예측을 하면 예측 오차는 줄어들지도 모른다. 사실 예측 오차를 줄이는 것은 전문가의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표준모델만을 따르다 보면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충격이 큰 사건을 예측하긴 힘들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는 예외적이지만 충격이 큰 사건을 잘 예측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도 일상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예외적인 상황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가가 전문가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야 한다.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가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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