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인도는 산업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화 혁명에는 절대로 동참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20년쯤 후에는 지식혁명이 일 것이고 인도는 여기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인도는 지식집약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지식 혁명의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1974년 인도의 한 기업가가 한 말입니다. 지식 혁명의 도래를 예측한 것도 놀랍지만 인도의 상황에 대한 그의 통찰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현재 인도는 수백 개의 명문 공과대학과 글로벌 IT기업의 전진 기지를 확보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경기 상황을 측정하려면 인도인들이 길거리에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도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학, 특히 기술경영 분야에서 인도 석학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지식 사회가 도래하면 인도인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인도가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긴 역사를 보면 인도가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AD 1년부터 1500년까지 인도는 전 세계 GDP의 25∼32%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 강국이었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인도에 이어 중국이 전 세계 GDP의 25%로 2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세계 경제에서 인도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다가 1973년 2%에 머물기도 했지만 1991년 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현재 5%대까지 높아졌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도 경제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던 인도 경제가 최근 주춤거리면서 위기론이 확산된 것입니다. 인도 중앙은행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인도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됐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입니다.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등 긍정적 지표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층 인구가 많고 광범위한 지식 자본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가 1991년 개방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50년에 인도가 전 세계 GDP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인도 전문가는 “대부분 CEO들은 시장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고 아직까지 인도를 한번도 가보지 않는 등 제대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는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인도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기업 경영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인도에서 몇 개의 언어가 사용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도시장은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 규범이 융합한 ‘마살라(masala·인도 요리에 쓰이는 혼합 향신료) 경제’입니다. 빈곤층을 위한 시장 외에 고품질 시장도 공존합니다. 인도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특유의 주가드(jugaad·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문제점을 개선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 철학을 바탕으로 2500달러짜리 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GE 등 선진국 기업들은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세계 시장에서 적용하겠다며 ‘역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영학계에서는 인도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Indian Way’를 정립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DBR은 지난 58호(2010년 6월1호)에서 첫 번째로 지역별 공략 전략을 다룬 스페셜 리포트 ‘The China Strategy’ 이후 두 번째로 인도시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인도시장의 특성과 성공 사례 등을 통해 인도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시기 바랍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원천으로 인도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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