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상생, 맹자에 답이 있다

67호 (2010년 10월 Issue 2)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기업이 조금만 노력하면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고, 중소기업이 살면 결국 대기업이 튼튼해져 상생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위해 최소한 이윤을 보장해주고 중소기업은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납품함으로써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동반성장’의 개념도 강조된다.
 
중소기업은 애초부터 대기업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정 부분의 제조나 기술 역량만 확보한 중소기업이 자금이나 인력, 정보,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 대기업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공정한 경쟁의 법칙을 정하고 그 법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맹자(孟子)>에 보면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마음대로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이 나온다. 일명 농단(壟斷)에 대한 제재다. 언덕 농(), 끊을 단()자,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언덕’이란 뜻이다. 높은 언덕에 올라가 시장의 전체를 둘러보며 자기에게 유리한 이익을 독점하는 행위를 농단이라고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시장의 정보를 독점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행위를 말한다. 대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혼자만의 이익과 생존을 도모한다면 이를 ‘농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에 나오는 농단의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시장이라는 것은(古之爲市者) 자신이 소유한 것을(以其所有) 소유하지 못한 사람과 바꾸는(易其所無者) 물물교환의 순수한 장소였다. 그래서 관리들은 물물교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독만 하면 됐다(有司者治之耳). 그런데 어느 날 교활하고 천박한 사나이가 나타나서(有賤丈夫焉) 시장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언덕을 찾아 위로 올라가(必求龍斷而登之) 시장의 좌우를 살펴보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시장의 이익을 독점했다(以左右望而罔市利). 사람들은 모두 그를 천박하다고 생각했고(人皆以爲賤) 그때부터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거두게 된 것이다(故從而征之). 상인에게 세금을 걷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런 천한 사나이에게서 시작됐다(征商自此賤丈夫始矣).’
 
맹자의 논리는 간단하다. 시장은 상생(相生)을 기반으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인데 이익을 탐한 어떤 사람이 높은 언덕에서 시장 전체를 관찰해서 자신이 이익을 낼 만한 곳을 집중적으로 선택해 이익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권력이 투입돼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물게 했고, 그 후 상업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관례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당치 못한 방법을 통한 좋은 자리의 확보, 이익의 독점, 불공정 거래 등의 행위에 대한 맹자의 부정적인 생각이 깔려 있다.
 
대기업의 시장 독점과 전횡은 더는 생존을 위한 답이 아니다. 이제 중소기업과 소상인과의 상생, 기술과 정보의 공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시대다. 권력을 가진 자가 국정을 농단하고, 자본을 가진 자가 경제를 농단하고, 정보를 가진 자가 시장을 농단하고, 지식을 가진 자가 헌법을 농단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저마다 소유한 정보, 권력, 지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분야에서 세상을 농단한다면 당장은 이익을 얻을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힘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힘 있는 자의 농단없는, 정의가 살아있는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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