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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사례, 끈끈한 팀워크, 화끈한 수업

조형렬 | 66호 (2010년 10월 Issue 1)
켈로그스쿨은 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팀워크를 강조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팀 활동은 어느 MBA에나 존재하지만 켈로그는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를 강조한다. 팀 활동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통계학 및 경제학의 계산 문제를 풀 때도 팀을 짜서 팀원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를 도출한 후 답을 내도록 한다. 학점 평가 기준의 50% 이상이 팀 활동에 좌우되는 수업도 많다.
 
지난 1년간 팀 활동이 쉬웠던 수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중 가장 강도가 강했던 수업은 올해 봄 학기에 수강했던 Technology Marketing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e비즈니스(e-business)를 이끄는 25인 중 한 명인 모한 소니(Mohan Sawhney) 교수가 진행하는 이 수업은 IT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뿐 아니라, 마케팅과 전략에 관심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수업은 최신의 기업 사례를 다루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MBA 수업에 사용되는 기업 사례는 십 수년 전의 사례일 때가 많아 시의성이 떨어진다. 또 동일한 사례를 수년 간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Technology Marketing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다뤘던 9개의 사례 중 5개는 2009년 이후에 개발됐다. 실시간이나 다름없는 사례다. 우리가 불과 작년에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 기업의 상황을 바로 지금 심도있게 분석하고 토론하는 경험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커리큘럼 또한 매우 탄탄했다. 최근 트렌드를 다루고 실용적인 성격이 강한 수업일수록, 제대로 된 강의 체계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소니 교수는 전통 마케팅의 접근법인 4P를 지양하고, ‘가치(value)의 발굴-정의-개발-전달-유지’라는 독자적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소니 교수는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생활가전, 소셜미디어 비즈니스에서부터 B2B, 벤처 창업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각 분야마다 최신 기업의 사례와 전략 및 그들의 성과를 설명하는 이론적 접근도 곁들였다. 소니 교수는 마케팅이라는 학문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방대한 연구와 경영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공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을 접목시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워크의 절정을 맛보게 해준 프로젝트
Technology Marketing 수업은 팀워크를 중시하는 켈로그에서도 과중한 팀 활동으로 악명이 높다.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인도, 미국, 이집트 친구들과 한 팀을 구성했다. 학기 말에 따져보니 한 학기 동안 이들과 함께 무려 43시간을 보냈다. 여느 수업의 약 23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수업을 같이 들었던 많은 학생들은 “교수가 우리를 마치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한다.
 
각각의 팀이 해결해야 하는 핵심 과제는 경영 의사결정 시뮬레이션 게임, 기업 사례 개발이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신속하게 변화하는 기술 기업의 동적의사결정 (dynamic decision making) 과정을 실습하는 게 목적이다. 학생들이 가상의 소프트웨어 회사 경영진이 되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임이다. 이 가상의 회사는 라이선스 단위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고객이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목표를 가졌다. 기존 고객군을 SaaS방식으로 전환시키면서 동시에 신규 고객군을 확보해야 했다. 이 시뮬레이션 게임은 올해 초 개발을 완료하고, 베타 테스팅을 거친 따끈따끈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고객 및 경쟁사의 과거 추이 등의 데이터, 여러 예산 집행 옵션 등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수업 시간에 익힌 내용을 토대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 각각 5개년으로 이뤄진 다섯 번의 라운드를 통해 총 25회에 걸친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제 각각의 가정(假定)과 사고체계에 기초해 데이터를 해석했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서로 조정하며 결론을 내리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팀원들과 협업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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