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거진 “규칙을 최소화하는 자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매년 8월이 되면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와 프로듀서, 관광객들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몰려든다. 세계 최고의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바 있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1947년에 8개의 극단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연을 시작했던 것처럼 63회를 이어오는 오늘날에도 자발적 운영 원칙엔 변함이 없다. 주최측에서 별로 지원해 주는 것도 없고 기획과 광고, 대관, 공연의 전 과정을 참가자들이 자비를 들여 운영해야 하는 시스템인데도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 1800개가 넘는 공연이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유명한 공연인 ‘난타’도 기획자인 송승환씨가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어렵게 이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교두보를 마련했었다.
프린지 페스티벌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 창의성과 선의의 경쟁을 독려하는 자발적 참여의 구조가 핵심이라고 한다. 개별 참가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롭게 하나의 페스티벌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인다.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폴 거진(Paul Gudgin)은 프린지 페스티벌의 특성을 가장 잘 유지하는 방법은 “주최측에서 통제하고 간섭하고픈 리더십 본능을 자제하고, 행사 주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축제의 성격을 규정하거나 운영 과정을 통제하는 규칙을 최소화하고 예술가와 관객이 페스티벌을 끌어나가도록 내버려두었더니 창의성이 무한히 확장되더라는 것이다.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고 싶긴 하지만 일사불란한 조직 운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창의적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 큰 조직에서는 관리가 가능한 창의성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을 보증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도를 인정받는 환경이라면 이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접근법은 빛을 보기 어렵다. 상사가 가진 경험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창의는 없고 문제만 남게 되는 환경이라면, 창의적 인재는 조직에서 튕겨져 나가게 된다. 창의적 인재가 활약하기 위해선 규제와 관리의 유혹을 이겨낸 창의적 상사가 필요하다.
랄스 람크비스트 “적당한 걱정은 나의 스승이자 모티베이터”
스웨덴의 무선통신기업 에릭슨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랄스 람크비스트는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하던 경영이사회와 맞서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그는 비난과 비판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주변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끝까지 추진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사회의 반대를 무릅쓰며 매년 20%씩 연구개발(R&D) 투자를 결정하고 미래를 준비한 결과, 에릭슨은 1991년 범유럽 표준이동통신 시스템(GSM)이 유럽 이동통신의 표준으로 선정되는 순간부터 폭발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지금 당장의 이익 감소를 염려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결국 통신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람크비스트의 우려가 고집스러운 추진력을 가능케 했다. 그는 “적당한 걱정은 나의 스승이자 모티베이터다. 적당한 걱정이란 목적이 있는 건강한 걱정을 말한다. 적당한 걱정이 동력이 되어 성과를 극대화해 준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리더들은 대부분 변화와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태도를 가지며 적당한 걱정거리를 찾아 나선다. 편안함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변화의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감수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신경증적인 완벽주의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목적 지향적인 걱정은 한계를 뛰어 넘고 비범함을 발휘하게 만드는 비밀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