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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 MBA의 수강 신청 경매 제도를 아시나요

송원준 | 58호 (2010년 6월 Issue 1)
한국에는 와튼 MBA 출신들이 상당히 많지만 와튼의 모든 수강신청이 경쟁을 기반으로 한 경매제도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와튼 MBA의 모토는 자율과 경쟁이다. 이에 기반해 모든 학기의 수강신청도 경매로 이뤄진다. 와튼 MBA 학생들은 매 학기가 끝나갈 때쯤 MBA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수강신청을 위한 경매 스케줄(Course Registration Auction Schedule)’ 이라는 e메일을 받는다. 바로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위한 경매 스케줄에 대한 공지 메일이다. 메일을 받은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서 다음 학기에 어떤 과목을 수강할지 고민에 빠진다.
 
수강신청 경매의 세부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학생들이 기본 5000포인트를 가지고 시작한다. 수강신청은 총 9번의 라운드로 진행된다. 그 기간에 학생들은 본인의 수강신청 전략에 따라 5000 포인트를 가지고 원하는 과목에 입찰자로 참가한다. 높은 포인트를 입찰한 순서와 수강가능 인원을 기준으로 전체 수강 여부가 결정된다.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제시할수록 해당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은 아니지만 낮은 포인트에 A라는 수업을 구매해서, 이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높은 포인트에 되파는 전략도 구사한다. 이를 통해 축적한 차익 포인트를 적립해뒀다 자신이 정말 듣고 싶어하는 인기 강의가 있을 때 높은 포인트로 입찰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과정은 필자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의 수강신청과 비교하면 너무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수강신청 가능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아 듣고 싶은 과목을 마우스로 미친 듯 클릭하며 수강신청 전쟁을 벌이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금융 관련 커리큘럼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와튼 스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는 제레미 시겔 교수의 ‘거시경제와 금융 시장(Macro-economics and Financial Market)’이다. 현재 와튼 MBA 스쿨에서 러셀 팔머 파이낸스 교수로 재직 중인 시겔 교수는 1971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거시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와튼 교수로 오기 전에는 역시 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바 있다. 비즈니스위크(BW) 등 유명 경제전문지로부터 여러 차례 ‘세계 비즈니스 스쿨 교수 중 가장 잘 가르치는 교수’에 뽑히기도 했다. 시겔 교수처럼 유명 교수의 수업은 체결 가격이 엄청나게 높다. 필자도 그간 애써 적립했던 포인트의 70%를 이 한 과목에 ‘올인’한 후에야 겨우 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포인트 지출이 아깝지 않았던 시겔 교수의 강의
명성답게 시겔 교수의 수업은 첫 시작부터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우선 시겔 교수는 수업 시간에 큰 화면 2개를 띄워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한쪽 화면에서는 각종 금융시장 정보 및 데이터가 표시되는 실시간 블룸버그 터미널을 볼 수 있다. 다른 화면은 시겔 교수가 다룰 주제에 대한 강의 노트 화면이다. 8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서 시겔 교수는 초반 20분을 ‘마켓 코멘트(Market Commentary)’ 시간으로 할애한다. 이 20분간 그는 현재 자본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 이벤트가 주식, 채권, 환율, 상품 시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마켓 코멘트’만 제대로 들어도 현재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간은 시겔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20분간의 코멘트를 듣기 위해 몰려온 학생들로 강의실은 서 있을 자리가 없을 만큼 빽빽하다.
 
시겔 교수가 올해 ‘마켓 코멘트’ 시간에 다룬 주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연준(FRB)의 정책, 최근 그리스 금융위기와 유럽연합(EU)의 금융정책,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골드만삭스 피소 사건 등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굵직한 이벤트들을 석학이 직접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세계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등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해보라.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접점을 이루고 있는지 이보다 더 생생하게 배우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에 대한 시겔 교수의 언급이었다. 올해 초 수업을 하던 중 시겔 교수는 2월 26일에 발표될 미국의 2009년 4분기 GDP 예상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망을 내놨다. 당시 블룸버그터미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5.5% 였다. 하지만 시겔 교수는 본인의 분석과 다른 조사기관들의 자료를 인용하며, 자신이 전망하는 GDP 예상치는 5.75%라고 밝혔다. 놀랍게도 실제 2월 26일 발표된 GDP 예상치는 5.7%였다. 시겔 교수가 수업 중 이야기한 내용들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의 경제면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거시 경제에 대한 시겔 교수의 수업 진행방식이나 그의 코멘트는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준다. 뿐만 아니라 구직이나 인턴십 지원을 위해 인터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유용한 면접 정보가 되기도 한다. 금융회사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기를 쓰고 그의 수업을 들으려는 이유다.
 
필자가 느낀 시겔 교수 수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넘치는 열정이다. 1시간 20분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백발의 노교수는 젊은 학생들을 압도하는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낸다. 항상 “다른 질문, 코멘트, 걱정거리가 있습니까?(Any questions, comments or concerns?)”라고 질문하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한다. 필자는 특히 본인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질문을 접했을 때, 특유의 포즈로 교탁에 턱을 괴고 두꺼운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는 시겔 교수의 모습을 좋아한다. 이 열정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로 흡수되어,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80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른다고 할까. 지난 1년간 많은 유명 교수의 수업을 들었지만 시겔 교수의 수업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배운 지식과 경험만으로도 와튼 MBA에 오기 위해 들인 기회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와튼 스쿨은 1881년 필라델피아의 사업가였던 조지프 와튼이 설립한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 스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즈니스스쿨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매년 850명 정도의 신입생들이 입학하며, 재학생의 45%가 외국 학생일 정도로 다양성에 바탕을 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도 상당수여서 탄탄한 동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스쿨,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중국 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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