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학회 Business Round Table

녹색 성장, 국제 표준 선점이 중요하다

57호 (2010년 5월 Issue 2)

한국경영학회와 한국CEO포럼은 4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친환경 경영전략과 조직혁신’ 토론회를 열고 녹색 성장 시대를 이끌어 갈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전략 방향을 모색했다. 동아일보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액센츄어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희집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에너지부문 대표가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전용욱 한국경영학회장(우송대 부총장),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현우 OCI 부회장 등 경영학계와 산업계 임원 8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녹색 기술’이 국내에서만 독자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글로벌 표준 선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경영학계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또 녹색 성장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지원과 기업의 전략적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 초기 단계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녹색 산업의 발전에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자사의 강점에만 집중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와 시장 등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을 조망하는 ‘거시적 그린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경제지도 바꾼다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에너지부문 김희집 대표는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 기업이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업의 공격적인 대응과 정부의 일관된 지원을 촉구했다.
 
영국이 석탄을 활용한 산업혁명으로 강대국이 되고, 미국이 석유의 활용도를 크게 높여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것처럼 대체에너지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제지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한 해에 159조 원이 넘는 금액이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됐다. (표1, 2 참조)

한국에서도 정부의 ‘발전 차액 보상 제도(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화석에너지 발전 단가의 차이를 보전해 주는 정책)’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로 최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04년 각각 12MW(메가와트)와 73MW에 머물던 국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의 발전 능력은 2008년 350MW와 299MW로 급성장했다.
 
한국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OCI(옛 동양제철화학)다. 2005년 OCI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의 원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제조에 뛰어들었다. OCI 신현우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자원이나 환경을 감안할 때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이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며 “50년간 운영해 온 화학 사업과 가장 가까운 분야가 폴리실리콘 제조라고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OCI는 현재 연간 1만7000t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글로벌 메이저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국내 녹색 기술의 상용화는 부진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한국은 전력망과 전력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어 공공 주도의 고도화가 용이한 기본 인프라는 앞서 있지만, 운영체계의 상용화에서 선진국보다 다소 뒤처져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장과 가정의 전기 수요를 통합 관리하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 전력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는 통합운영 체계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협업으로 미래 표준을 선도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녹색 기술 수준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국제 공조를 추진하지 못함에 따라 표준 경쟁과 상용화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력망 효율화 등 특정 분야의 기술 발전에 도취돼 녹색 기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앞서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녹색 성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례로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지능형 전력망 시범도시가 운영 또는 건설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정책, 인프라, 교통수단, 사업장, 가구까지 바꾸는 ‘스마트 시티’ 전략을 추진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정부는 도심 근교에 에너지 수요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여의도 면적 4분의 3 크기의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국제 공조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싱가포르는 중국 천진시의 에코시티 건설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실증단지’가 유일하다. ‘실증단지’란 말 그대로 기술을 실험하는 곳으로, 실제 에너지의 주요 수요처인 대도시와는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 강형구 교수는 “세계 시범도시들은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소외돼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독자 행보가 한국이 스마트그리드 상용화에서 뒤떨어져 있는 이유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도 “세계 시범도시들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민관이 모두 친환경 분야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국내 기술을 홍보해 국제 표준 선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생태계의 진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토론자들은 녹색 성장을 위한 민관의 시각 전환도 촉구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녹색 기술에 집중 투자하면서 녹색 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일관된 지원 의지와 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녹색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기업들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는 시간이 돈이다”라며,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에너지 발전 단가와 같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까지라도 정부의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론적으로 수요가 무한대인 세계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을 키우는 데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탄소배출량 감축과 관련한 주문도 있었다. 아주대 김광윤 교수는 “어차피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측정을 의무화하고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면, 탄소배출량에 대한 보고 및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 기관들이 난립해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믿을 수 있는 기관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검증 기구의 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 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가 짜여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유연하면서도 빠른 대응도 중요하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김동재 교수는 “자사가 보유한 기술 등의 강점에만 집중하지 말고, 각국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움직임 등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을 조망하는 ‘거시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생태계의 진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GE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과 같은 전담 조직이나 태스크포스를 두고 녹색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 규모와 상황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특정 전략 분야를 정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대기업은 R&D에서 생산, 상용화, 설비 운영, 해외진출에 이르는 녹색기술 가치사슬 전반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편집자주 한국 경영학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학회와 한국CEO포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올해 4차례에 걸쳐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토론회)을 공동 개최합니다. 한국경영학회는 분기마다 한국 경제·경영의 핵심 이슈를 선정하고, 주요 경영대 교수 및 기업 관계자, 글로벌 컨설팅사 컨설턴트가 토론회에 참여합니다. 2010년 4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녹색 성장’을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합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