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SUV(Sport-Utility Vehicle)의 붐이 환경에 부담이 된다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영국의 랜드로버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어하는 SUV의 고전이다. 비록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험한 지형을 달리진 못해도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만으로 운전자는 상당한 자부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90년대 들어 SUV붐이 일자 랜드로버 같은 전문업체는 물론 승용차업체들까지도 SUV 생산에 가세, 과거보다 다양한 종류의 SUV가 각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런 SUV의 승승장구에 환경단체가 도전장을 던졌다. Greenpeace 영국 회원들은 지난 6월 4일 런던을 비롯한 7개 도시의 랜드로버 매장에 잠입, 판매차량에 족쇄를 채우고 수갑으로 자신들을 차량에 묶었다.
차량 판매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린피스의 Stephen Tindale은 휘발유용 Range Rover Sport의 경우 도심 연비가 12마일/갤론으로 80년 전 Model T Ford보다도 연비가 낮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매년 15만명이 죽는 마당에 도시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이런 차를 판다는 것은 쓸데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범죄행위라고 그는 주장했다.
실제로 SUV의 확산은 지구 온난화의 한 원인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차량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정책노력으로 87년까지 줄어들던 이산화탄소 배출이 그 이후 다시 매년 0.6%씩 늘어났다. Environmental Defense는 그 주된 원인을 연비가 낮은 SUV의 확산으로 분석했다.
랜드로버를 소유하고 있는 포드사는 더 많이 팔리고 있는 디젤 차량의 경우 연비가 상당 수준 개선되었음에도 극소수에 불과한 휘발유 차량을 문제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Greenpeace와 Financial Times 등은 최근 Bill Ford 회장이 내놓은 연료효율이 높은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차의 10배 증산 계획 등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회사 의지가 휘발유를 잡아먹는(gas-guzzling) SUV 판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영국의 Greenpeace는 소비 억제를 위해 SUV에 세금을 더 많이 물리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