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혁신’의 열쇠, 현지화

45호 (2009년 11월 Issue 2)

제너럴일렉트릭(GE)이 변화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0월호에 소개된 GE의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이 GE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동아비즈니스리뷰 43호 참조).
 
GE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세계 각국에 판매해왔다. 즉, 선진국 시장에서 개발한 제품을 현지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방식의 글로벌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근래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이와 같은 모델은 더 이상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게 됐다.
 
GE는 이런 도전에 맞서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가진 기회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기존 프로세스를 완전히 뒤엎는 ‘역혁신’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과거와 달리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직접 상품을 개발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GE 역혁신의 시사점
GE의 역혁신은 신흥국이냐 선진국이냐를 막론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역혁신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출발한다. 개발도상국의 의료 인프라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다. 개도국은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과 경제수준에 따라 의료 인프라의 편차가 크다. 이런 나라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핵심 기능을 선택적으로 탑재해 휴대성과 사용자 편의를 높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GE는 2002년 중국에서 탐침(探針) 및 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노트북을 이용한 저렴한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중국의 의료 인프라가 선진국과 큰 차이가 나고, 도시의 큰 병원으로 나가는 교통수단도 불편했기 때문이다.
 
둘째, 현지화 전략은 현지에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GE는 중국에서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할 때 현지의 엔지니어와 영업 및 영업지원 담당자들로 팀을 구성해 이들에게 현지 사업전략과 제품개발에 대한 권한을 줬다. 또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확보도 본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중국 정부의 교외지역 의료투자계획 등과 같은 현지 투자의 조달에 나서 보다 수월하게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셋째, 개도국에서 소비자의 수요가 있다면 선진국에서도 그만큼의 성장 기회가 존재한다. 앞서 말한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는 중국 시장에서 2006년 하반기 이후 매년 150%의 놀라운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이 기기가 선진국 시장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 현장이나 응급실 등에서의 숨겨진 수요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존 현지화 전략을 재점검하라
GE의 역혁신은 신흥시장의 기회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길 희망하는 기업에게 훌륭한 지침서다. 필자는 GE의 역혁신 경험에 비춰 개도국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이 기존 현지화 전략을 재점검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현지 고객의 습성, 욕구, 영업 및 유통구조와 같은 사업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현지 직원을 최고 임원직에 등용할 정도로 믿음을 주고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어떨까.
 
기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발굴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필자는 연세대에서 의공학을 전공하고 CT엔지니어로 GE삼성의료기기에 입사했다. 이후 GE헬스케어 아시아 지역 매니저, 2001년 GE플라스틱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 GE클리니컬 시스템 아시아 부사장을 거쳐 현재 GE의 전략시장인 중국에서 GE클리니컬시스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이 HBR 10월호에 기고한 역혁신 관련 논문은 기업 현장의 사례를 소개하며 구 사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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