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25호 (2009년 1월 Issue 2)

글로벌 금융위기 확대로 기업들의 수익성 제고 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넘어 각 사업부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를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이 과거의 단순하고 잘못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기고에서 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한 중공업 회사의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떻게 수익성 제고로 연결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가동률 향상보다 원가·매출구조 혁신해야
생산시설 및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중화학공업 회사들은 높은 고정비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주로 수주 증대를 통한 가동률 향상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 단위당 고정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공업 회사인 A사의 주조 및 단조(Casting & Forging·C&F) 사업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사업부는 지속적으로 영업 손실을 입어 전체 사업부 가운데 최하위권의 영업이익을 내며 퇴출이 거론될 정도였다. 이 사업부 임원진은 수주 증대를 통한 가동률 향상만이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를 분산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왔다. 그 결과 과거 4년간 사업부의 수주 활동은 연 평균 30%에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며 가동률도 6585% 수준으로 상승해 왔다.
 
그러나 가동률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매출구조와 원가구조였다. 그림 1과 그림 2를 살펴보자.
 
A사 C&F 사업부는 판매가격 개선을 통해 단위당 매출 곡선을 상승 이동(R1→R2)시켜 왔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제품 단위당 원가 상승(C1→C2)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평균 가동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왔음에도 손익분기(BEP) 가동률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매출 및 원가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C&F 사업부는 가동률이 94%일 때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가동률을 확대해도 수익 창출이 어려운 사업이라면 사업 자체를 퇴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사업부 수익성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수주 물량을 늘리고 가동률을 높여 고정비를 분산하는 기존의 단순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곡선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원가 및 매출구조의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선 원가 측면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가동률 증가에 따라 설비의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지나치게 많은 잔업으로 연장근무 수당이 발생해 노무비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매출 측면, 특히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비에 있었다. 선박용 주조품 및 단조품, 워크롤, 금형공구강 등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이 사업부는 제품별 생산량, 즉 제품 믹스가 수주 활동에 크게 좌우되는 일종의 주문생산방식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제품별 수익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적절히 수주 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사업부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 사업부는 부정확한 방식으로 계산·배분한 고정비를 매출 원가율에 넣어 이를 근거로 제품별 수익성을 평가하고 수주 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수주 계획 수립 및 실행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가 부정확하니 수익성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매몰원가(sun -k cost)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주 활동을 하고 제품 믹스를 결정한 데 있었다. 매몰원가는 과거의 의사결정에 의해 현재는 회수 불가능한 원가를 말한다. 넓은 뜻으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원가로, 과거에 이미 투자된 시설·설비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개념 이해를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B사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시장 변화로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김 상무는 앞으로 판매를 계속할수록 변동비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신속히 사업을 철수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사장은 투자한 금액이 크기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 사업 철수를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100억 원의 투자금액이 바로 매몰원가가 된다. 사업 철수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이미 투자한 100억 원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단지 2가지의 선택 가능한 대안, 즉 사업을 계속할 경우와 사업을 철수할 경우에 예상되는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업을 계속 할 경우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과 철수할 경우 유입 가능한 현금을 비교한 금액, 제품을 계속 생산함으로써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가치 등을 비교해서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A사 C&F 사업부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이 경우에도 과거 설비투자를 위해 발생한 고정비는 매몰원가로, 수주계획의 기반이 되는 제품별 수익성 평가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 미래의 수주 활동 때 어떠한 제품군에 주력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매몰원가 개념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의 부정확한 매출 원가율에 근거한 수익성 평가와 이를 반영한 제품 믹스 구성 및 수주 활동으로는 매출 및 원가곡선 이동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공헌 이익에 근거해 제품 믹스를 바꿔라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단위당 공헌 이익에 근거해 제품 수익성을 평가하고 영업 우선순위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공헌 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것으로, 고정비를 제품별로 배분하지 않기 때문에 매몰원가를 배제한 이익 개념이라 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공헌 이익에 근거해 제품별 수익성을 평가하면 매몰원가 개념이 제품별로 배분되어 의사결정의 왜곡을 가져오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또 제품별 수익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부 전체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품 판매의 우선순위를 설정(사업부 전체의 총 공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위당 공헌 이익이 높은 제품부터 우선순위로 판매)하고 이를 수주 활동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다시 A사의 예를 들어보자. t당 판매가격이 200만 원이고 매출 원가율이 70%(고정비 60만 원, 변동비 80만 원)인 금형공구강, t당 판매가격이 300만 원이고 매출 원가율이 90%(고정비 150만 원, 변동비 120만 원)인 워크롤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하자. 기존 방식에 근거한 제품별 수익성 평가 및 수주 때에는 고정비 부담이 커서 매출 원가율이 높은 워크롤보다 금형공구강의 생산·판매에 주력하게 된다. 그러나 단위당 공헌 이익에 근거할 경우 금형공구강보다 워크롤의 추가 생산 및 판매에 주력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별 수익성 평가 방식(매몰원가가 포함된 매출이익 기준)
- 금형공구강: t당 매출 200만 원 -t당 매출원가 140만 원 = t당 매출이익 60만 원
- 워크롤: t당 매출 300만 원 -t당 매출원가 270만 원 = t당 매출이익 30만 원
 
새로운 제품별 수익성 평가 방식(매몰원가를 배제한 공헌이익 기준)
- 금형공구강: t당 매출 200만 원 -t당 변동비 80만 원 = t당 공헌이익 120만 원
- 워크롤: t당 매출 300만 원 -t당 변동비 120만 원 = t당 공헌 이익 180만 원
 
실제로 A사 C&F 사업부의 제품군을 t당 공헌 이익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본 결과 공헌 이익이 낮은 제품에 매출이 집중돼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사업부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근거해 해당 사업부는 다음과 같은 수익성 개선 대안을 수립할 수 있었다. 우선 공헌 이익이 높은 워크롤 등의 제품은 적극적인 수주 활동과 최적 생산 스케줄링을 통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공헌 이익이 낮은 금형공구강이나 선박용 단조품 등은 기존의 수익성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특화된 대형품 위주로 판매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품 믹스를 혁신한다. 이 밖에도 구매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원가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개선 대안에 근거해 고정비를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기존의 제품 믹스를 최적화할 경우 약 15% 이상의 매출 증대 및 57%p의 영업이익률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제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만을 통해 사업부의 수익성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수익성 제고 관점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에 접근하는 많은 한국 제조업체의 문제점은 결국 ‘가동률을 높여 단위당 고정비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나친 믿음에 있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현재 우리 기업의 매출 및 원가구조를 철저히 파악해 BEP 가동률 수준이 어디인지, 기존의 수익성 평가기준에 문제는 없는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제품별 판매·생산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인지, 이에 따른 최적의 제품 구성비는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